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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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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케치> 사랑하는 혹은 사귀는 남녀가 한 방, 한 이불 속에 잠을 자면서 섹스를 하지 않는다? 여자 입장에서 왠지 신경 쓰이는 일이다. 물론 매일 밤 섹스를 할 수는 없겠지만, 여자들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라면 그게 아무리 작은 변화라고 해도 꽤나 민감하게 감지한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걸을 때 손을 잡아 줬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걷는다던가 아니면 커피숍에서조차 떨어져 있기 싫어서 늘 옆에 앉았었는데 비록 더운 날씨를 탓하기는 했지만 맞은편에 앉는 그를 볼 때, 여자들은 생각한다. 변했구나, 이제는 사랑이 식어가고 있구나. 사람이 평생 설레는 감정을 갖고 살 수는 없다. 왜냐면 설레는 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속 그렇게 설레고 가슴 뛰다가는 분명 심장에 무리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그 설렘이 어느 순간부터 평범으로 그리고 무덤덤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 아프다. 예전에는 같이 눕기만 해도 그의 심장이 저렇게 빨리 뛰다가는 터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리고 그의 성기도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었는데, 그래서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그의 심장은 조용히 뛰고 그의 성기는 평소와 같은 사이즈를 유지하고 더 이상 그는 내 몸을 찾지 않는다. 함께 보내는 밤이면 밤마다 꼭 섹스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넘어가는 날이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건 꼭 섹스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제 나와 함께 있어도 섹스를 하고 싶지 않구나 혹은 이제 더 이상 내가 그에게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별로 하고 싶지 않음에도 그가 너무나 하고 싶어해서 응해준 섹스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섹스가 아니여도 좋다. 그저 달콤한 키스 한번, 팔 배게,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것으로도 섹스를 대신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섹스에 관심이 사라진 남자들은 어지간해서는 저런 따스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까지 섬세하지 않은 것이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는 섹스를 못하는 남자가 아니다. 오히려 끝내주는 섹스를, 그래서 여러번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섹스가 끝나자 마자 등을 돌리고 코를 골며 자 버리는 남자이다. 여자에게 있어 섹스는 단지 동물적인 육체의 쾌락이 전부는 아니다. 섹스는 감정이고 그와 함께 몸으로 나누는 대화이다. 무언가 토론을 하지도 결론을 내리지도 않는 대화. 그렇지만 나누지 않을 수 없는 대화 말이다. 어제 나는 꽤 오래된 연인과 함께 잠을 잤다. 그 전날도 그 전전날도 우리는 함께 잠을 잤다. (우리는 주말이면 늘 같이 잠을 잔다.) 3일 동안 우리는 섹스를 딱 한번 했다. 그것도 섹스를 원해서 하게 되었다기 보다는 낮에 드러누워 TV를 보다가 그가 장난삼아 성기를 삽입했고 나 역시 놀리느라 몸을 움직였는데 그만 그가 흥분을 해서 사정을 한 섹스였다. 시계를 보지는 않았지만 3분도 채 걸리지 않은 섹스였다. (실제 피스톤 운동을 한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저 시간이 나오려면 전희 같은 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제 더 이상 나를 안지 않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물론 요즘 회사일이 바쁘고 연말이라 이런저런 모임에 불려다니느라 피곤한걸 알지만 그래도 서운한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한때는 나도 그를 달뜨게 한 여자였다는 것을, 나를 보기만 해도 만지고 싶고 안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 했다는 것을 먼 과거의 일처럼 기억한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섹스를 하지 않아도 그가 예전처럼 잠들기 전에 내 이마에 키스를 해 줬더라면, 그리고 팔을 이마에 올리는 대신 내 목 안으로 집어넣어 팔 베게를 해 주었더라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섹스를 얼마나 많이 또 자주 하는가가 사랑의 척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거기에서 뭔가를 읽어내곤 한다. 단지 많은 섹스, 한번 했다 하면 혼을 쏙 빼놓을 황홀한 섹스만을 바라지 않는다. 남자들이 자신의 여자에게만큼은 존경을 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자신의 남자에게 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가끔 섹스와 팔 배게, 다정한 키스와 포옹으로 표현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를 흥분시키는 사람이기를, 옆에 있으면 사랑스러워서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은 사람이기를 여자들은 바란다. 단지 섹스를 하지 않는 밤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게 아무렇지 않게 익숙해지고 덤덤해져버리는 순간이 오는 게 두려운 것이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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