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즈]
새해 맞이 때 한 판 밀러 사우나에 갔다. 새해를 맞는 첫날이라 그런지 목욕탕 안이 때를 밀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299번까지 있는 옷 장 키가 바닥이 나고, 찜질방 용으로 대여해 주는 흰 티셔츠와 반바지도 한 벌 밖에 안 남은 난리스러운 상황이다.
북적 거리는 찜질방을 피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한산하고 (미량의) 민망한 분위기가 흐르는 좌욕실을 들어갔다.
오천원을 내고 (7000원에서 가격인하 되었음!) 쑥 물이 끊기를 기다렸다가... 비닐 천으로 만든 사우나 용 포대기 치마를 뒤집어 쓰고 좌욕 통 위에 앉았다. 내 맞은 편에 두 명, 옆 쪽에 한 명의 아줌마가 앉아 있다. 다들 좌욕이 생전 처음 이시란다. 난 여러번 해봤어요! 라는 잘난 척을 시작으로
수다를 시작해 볼까?.......... 하다가......
그냥 관뒀다.
아가씨지? 하는 아줌마들의 말 뒤엔, 아가씨가 뭐 한다고 벌써부터 좌욕 같은 걸 한대? 라는 의미심장한 뒷소리가 감추어져 있지는 않나 ... 라는 묘한 자격지심 탓 일 거다. 난 아줌마들의 질문에, 아가씨는요...? 결혼 한 지 이년 이 다 되어가는데... 라고 뻥을 쳤다.
성기를 포함 한 자신의 몸에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져라! 라고 항상 주장하는 나도 현실 안에서는... 특히 엄마 또래의 아줌마들 앞에서는..... 이렇듯 소심하고 줏대가 없다. 씨바 ~
한 아줌마가 좌욕실 쑥 물 올리는 아줌마에게 묻는다.
“좌욕하면 뭐가 좀 좋아지나?”
“생리통, 허리 아픈데, 냉, 가려운데..... 다 좋지 뭐. 그리고, (주먹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며) 밤에 잠자리에서 아자씨들이 좋아해~”
쑥 물 올리는 아짐마의 거침 없는 설명을 화두로 아줌마들의 수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좌욕하면 ... 질 쪼이는 힘이 좋아지나?”
“그렇대니까. 오늘 당장 가서 물어 보슈..”
“설마 ...... 한 번 한다고 뭐가 좋아지겠어?”
“에어로빅 하니까 그렇게 좋던데.... 내가 에어로빅을 한 삼개월 다니면서 운동을 하니까, 우리 신랑이 나더러 이쁜이 수술 했냐고 그러대?”
“펨콘인가 뭔 가가 그렇게 좋대며?”
“나도 그건 안 써봐서 모르는 데.... 오줌 참는 연습 많이 하면 힘이 좋아진다네.”
“에어로빅이 최고야. 꾸준히 하면 효과가 최고 좋아.”
나도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는데, 연배도 있고 체면도 있고 해서... 그냥 가만히 미소를 띄며 듣고만 있었다.
남자들이 페니스 크기나, 조루를 걱정하고 콤플렉스를 가지는 것만큼 여자들은 질 쪼이는 힘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진실게임을 다시 읽다보니 남자 친구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이라는 항목에 이런 답변이 있었다.
가장 듣기 싫은 말
“쫌 쪼여봐.... 헤~ 벌리고 있지 말고....”
쪼이기 싫어서 안 쪼이는 여자 별로 없다. 어떻게 쪼여야 하는 지, 어떻게 힘을 줘야 ... 제대로 쪼여 지는 건지 터득하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좌욕실을 나오면서,
‘나도 에어로빅 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잘 쪼일 수만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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