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의 불시착에 대한 철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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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동안 화장실을 접하며 본인이 가장 강하게 느꼈던 부분 중에 한 가지가 있었드랬다. '왜 변은 완벽히 자신의 영역으로 착지하지 못한 채 그 옆을 스치는가?' 바로 이것이다. 출근시간, 지하철 표를 끊기 전 허전한 마음에 자주 애용하는 XX역 공중 화장실에서 3칸 중 2칸(여기서는 퍼세식을 기본값으로 함)은 각각의 가장 자리에 고향으로 가지 못한 일부 변들이 랜덤하게 떨어져 있는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말라 비틀어져 갈라지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변, 가장자리와는 전혀 동떨어진 외곽 지점에 당시 상황을 알수 있을 정도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변, 한쪽 가장자리에서 반대쪽 가장자리까지 과감하게 크로스 되어 있는 변까지 다양했다. 앉아서 누는 방식에 있어 변기의 기능성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 하여 본인이 직접 위 상황을 가상으로 재연하려 했으나 기다리는 이방인의 애절한 노크 소리에 당황하여 황급히 바지를 올렸어야만 했던 것은 독자제위의 이해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정작 저런 상황을 연출했던 당사자들은 과연 어떠한 모드를 선택했기에 혹은 어떠한 신체적 구조였기에 저런 상황이 가능했었는가? 더럽지만 우리는 여기서 위 문제를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ㅣ항문이 크다 -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큰 항문이 커서 착지되는 변이 가장자리와 부딪쳐 생긴 슈퍼똥의 잔재 - 쌌다는 것까진 좋으나 그런 초대형 응가가 어떻게 흘러 내려갔는지 의문스럽다. 잘게 부셔서 인력으로 흘러보내지 않는 한 그것은 적어도 XX역 화장실에서만큼은 불가능하다. 참고로 XX역 화장실 변기의 배설물 처리 능력은 흡입구로 들어가다 힘을 잃어걸리는 수준이다. ㅣ짝궁뎅이 - 좌우대칭이 안맞는 엉덩이 장애로 인하여 한쪽으로 치우쳐진 항문에 의해 발생한 피해사례 - 한쪽 엉덩이 지름의 0.5배 만큼이나 치우쳐진 짝궁뎅이라면 빤쑤를 입을 시 한쪽이 헐렁함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긴장만 해도 헐크처럼 찢어질 것이다. 현재까지 XX역 인근에서 한쪽 엉덩이에만 뽕을 넣었던 것 처럼 보였던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러한 자신의 신체적 구조에 쭈그려 싼다면 한쪽 엉덩이가 변기로 들어가 정상적인 배설 행위를 누릴 수 없어 정좌식 변기의 사용이 불가피한 희박한 근거의 추론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당장 권하는 바이다. ㅣ자세 불량 - 원칙에 어긋난 자세로 인하여 발생한 변의 굴절 현상에 암담해진 사용자의 싸가지 없는 도주행위 - 한쪽 다리가 저려 잠시 곧게 펴는 순간에 나온 변의 불시착, 행위 도중 허리가뻐근하여 잠시 일어서는 순간 눈치도 없이 튀어나온 응가의 추락사, 엉덩이에 벌레가 붙어 흔들어 떼어내려고 하는 찰나에 분사되버린 등등의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추론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추론이기는 하나, 그 추잡한 정도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하겠다. ㅣ합 석 - 너무나 급한 나머지 상대방의 의사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잠긴 문을 열어제끼고 마주 앉아 저지른 엽기적 행위 - 다 끝마친 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에 빠질지 궁금하기 그지 없는 경우라 하겠다. 견고하게 닫혀진 문을 뜯어 제낄 정도의 괴력을 뿜어낸다면 똥꼬 역시 제어 능력은 상실될 것이다. 물론 문을 넘어서 들어간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지만 만약 문을 넘다가 안에 있는 사람이 못 들어오게 막는다면 괜한 구경꾼에게만 대형 사고의 눈요기를 제공할 뿐, 들어가지 못한 당사자는 적지않은 충격에 힘을 잃어 그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ㅣ외계인? - 농담이다. -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급한 아랫배의 울부짖음에 서둘러 화장실을 가서 시원하게 일을 봤어도 아침에 반짝반짝 광을 낸 구두굽에 스쳐지는 이름모를 이방인의 응가를 느꼈을 때 그날의 피로는 벌써 평균치의 반이 쌓여 버린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이러한 일을 겪었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수치심과 두려움에 자기 제어를 못하며 학교생활에 지장을 가져다 줄 수도 있으며 아랫배에 힘주는걸 두려워 하는 소위 '거변증' 에 걸려 변비로 가는 지름길을 스스로 선택할지도 모른다. 사태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본인은 위의 5가지 경우의 수가 과연 맞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집에서 싸라는 가족들의 권유를 애써 뿌리치며 매일 아침XX역 화장실 칸막이 부분의 지름 1센치 남짓하는 구멍을 통해 사건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화장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본인은 우연히도 위의 추론에 가장 가까운 한 남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굵은 톤의 헛기침 소리에 빵빵한 엉덩이, 중년 셀러리맨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숨을 격하게 내쉬며 황급히 바지를 내리기 시작한 그 남자,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굉음 후 격한 숨을 고르다가 갑자기 '에이... 씨바..'라고 한다. 잠시후 '후~후~'하며 입으로 무언가를 불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후 다시 심한 욕을 중얼거린 후 물도 안내리고 도주해 버렸다. 5분 후... 문제의 그 똥빤수~! 본인은 이 남자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황급히 화장실문을 박차고 나갔으나 갑자기 밀려오는 아랫배의 짜릿함으로 문제의 그 장소에서 허탈하게 일을 보며 똥묻은 빤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문제의 제시 후에는 반드시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법, 본인은 이제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될것 같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여유로운 쾌변 -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간의 급박함을 줄여 여유롭고 차분하게 가정의 품속에서 누리는 즐거운 쾌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맑은 공기와 함께 온몸의 정기를 받은 후 뿜어내는 대장의 시원한 꿈틀거림은 인근의 참새 및 비둘기, 신문배달부, 청소부 아저씨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요소일 것이다. 15분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 그날의 개망신은 해결될 수 있다. 2. 착지 자세 연습 - 숙련된 기술로 상황의 급박함을 제압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정말 힘들다 싶으면 그냥 늦게 일어나는 대신에 언제 어디서 불어닥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여 철저한 훈련과 냉철한 판단력을 충분히 숙련해두길 바란다. 3단 뛰기 후 기마자세로 착지하기, 달리면서 바지 벗기 등의 기술 연마는 당신을 더욱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3. 그냥... 바지에다 싸 - 위 두가지 경우에 모두 자신이 없는 한심한 사람들을 위한 차선책 주위 이방인들에게 피해는 없으나 자신에게 오는 피해는 가정의 불화까지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중의 하나인 배설욕, 배설욕을 다스릴 줄 알아야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 깨끗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냥 잘만 싸도 되는 것이다. 아니, 정상적으로만 싸면 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끝으로 이 글을 읽어준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명랑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잘(좀) 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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