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_RED > 섹스토이 대백과
윤활젤, 과연 글리세린만 잡으면 되는것인가?  
0

글리세린/글리세롤은 -OH기가 3개 붙어있는 알콜입니다 (네, 알콜의 한 종류입니다. 단맛 난다고 해서 다당류가 아닙니다. 구조부터가 전혀 다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당류라고 우기는 겁니까?)
 

이 글리세린의 -OH기가 지방산으로 치환이 되면 지방이 됩니다.

글리세린은 동물 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의 한 부분입니다. 즉, 우리 몸의 세포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것이지요.


글리세린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피부에 대한 탁월한 보습 효과가 있어 각종 화장품에 정제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성분비를 구성하는 것이 글리세린입니다. -OH기가 친수성을 띠고 있으며 이에 의해 수분을 끌어와서 보습력을 올려준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한 가격도 매우 쌉니다. 소매가로 100g에 1000원 정도면 구입을 합니다. 벌크로 구입을 하면 더 가격이 떨어지겠죠. 실제로 화장품 개발을 할 때 글리세린을 사용하느냐 대체제인 글라이콜 종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단가가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장품 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원료이며 의약품으로서도 이용이 되는 원료입니다.

그런데 수용성 윤활젤과 같이 질 점막에 직접 닿는 윤활젤의 경우 글리세린이 첨가되어 있는 제품은 매우 위험하다! 사용하면 안된다! 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섹스토이 시장과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인용하면, 질 점막이 직접적으로 글리세린에 노출될 경우 오스모랄리티(삼투압)을 높여서 오히려 질 건조증을 유발하고 질 내 유산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해균의 증식을 늘려서 위험하다! 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는 보습 효과가 탁월하다면서 왜 질에 바르면 오히려 건조해진다는 것일까요?
 
피부에 바른다는 개념은 피부 각질에 제품을 바른다는 것입니다.

피부 각질층은 견고한 벽돌 구조로 되어 있으며 친수성 성분이 침투하기 매우 힘듭니다.

글리세린은 화장품에서의 용매, 유화제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어 화장품의 친수성 성분을 피부 각질층 너머로 침투할 수 있게 해주죠. 그와 동시에 각질세포(corneocyte)나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의 수분을 끌어올주며 자연보습인자인 필라그린(filaggrin)의 발현량도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질 벽의 경우 각질세포나 각질형성세포가 없습니다. 모두 질 점막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그렇기에 일반적인 피부와는 환경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질 점막 역시 보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연보습인자인 필라그린에 이상이 오거나 발현량이 떨어지면 아토피 피부염등의 면역성 질환이나 HPV에 더 쉽게 감염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글리세린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살피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근거는 질 점막의 삼투압을 올리는 문제입니다. 글리세린이 삼투압을 올린다. 좀 이상해서 논문들을 찾아봤습니다.
 
확실히 삼투압에 의해 질 건조가 유발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포를 하게 되는 제품의 삼투압이 높다면 당연히 질 점막에서 수분을 뺏기겠죠.

수분을 뺏겨서 건조해지면 락토바실러스 등의 질에 유익한 유산균 증식이 억제되고 칸다디 균과 같은 유해균의 증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윤활젤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정보가 제품 자체의 삼투압(오스모랄리티)와 산성도(pH)입니다. 그리고 질 삽입 섹스를 하느냐 애널 삽입 섹스를 하느냐에 따라 선택해야하는 윤활젤이 달라집니다.  질과 애널의 pH가 다르기 때문이죠.

이 삼투압 문제가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WHO에서도 윤활젤의 제한 오스모랄리티를 380 mOsm/kg (오스몰 농도) 잡아놨습니다.  참고로, 우리몸의 오스몰농도는 260-290 mOsm/kg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보습력을 가지는 윤활젤을 만들면서 WHO의 권장 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하거나 고급 원료를 사용할 수 밖게 없게 됩니다.

가령, 알로에베라만으로도 젤을 만들수는 있겠죠. 하지만 윤활젤의 기능성과 특성모두를 만족시키지는 아무래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조업의 현실과 질 건강 요소 모두를 반영하여 타협적으로 제시된 오스몰 농도의 기준이 1200 mOsm/kg입니다.

자, 그럼 정말 글리세린이 문제라면 글리세린이 함유된 제품들은 이 오스모랄리티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겠죠?

그래서 찾아보았는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Climacteric. 2016 Apr;19(2):151-61. doi: 10.3109/13697137.2015.1124259
 

Climacteric. 2016 Apr;19(2):151-61. doi: 10.3109/13697137.2015.1124259

 

Climacteric. 2016 Apr;19(2):151-61. doi: 10.3109/13697137.2015.1124259
 
위 그림에서 녹색 박스는 WHO의 오스몰 농도 기준(380 mOsm/kg 이하)을 만족하는 것, 노란색은 현실적 오스몰 농도 기준(1200 mOsm/kg 이하)을 만족하는 것 그리고 파란 박스는 체내 오스몰 농도(260-290 mOsm/kg)보다 떨어지는 제품을 표시한 것입니다.
 
보시면 아스트로글라이드나 KY젤 같은 경우 오스몰 농도가 미친듯이 높습니다(게다 대놓고 파라벤이 함유되어 있어서 탈락). 하지만 현실적 오스몰 농도 기준인 1200 mOsm/kg 이하에 해당하는 제품 중에는 주성분으로 글리세린이 들어간 제품들이 있습니다. 물론, WHO의 기준을 맞추려면 글리세린이나 글라이콜 계열의 성분을 안쓰는 것이 유리해보입니다.

현실적 기준인 1200 mOsm/kg를 맞추려면 WHO에서는 글리세린이 총량의 9.9%를 넘기면 안되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으며 프로필렌글라이콜 등의 글라이콜 성분은 총량의 8.3%를 넘기면 안되는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즉, 이 한도내에서 배합을 하면 질 건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글리세린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글리세린에 의해서 질내 유익균의 억제와 유해균의 증식이 유도된다는 주장도 있지요. 하지만 2008년에 나온 논문을 보면, 쥐를 대상으로 시험을 했을 때 결론적으로는 관계가 적다는 증거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논문에서는 질내 삽입한 윤활젤에 의해 칸디다균이 증식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질내 균총에 글리세린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모호한 상황입니다.
 
자 위의 증거들에 따르면 윤활젤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오스모랄리티(삼투압)과 pH입니다. 즉, 무조건적으로 글리세린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지요. 그리고 글리세린의 대체제로서 쓰이는 글라이콜도 삼투압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요.

모든 성분이 유기농 천연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안전하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우리 사회의 맹목적인 케모포비아를 겨냥한 마케팅입니다.

유기농 천연성분이란 말을 다시 쓰자면 정제되지 않은 성분이라는 말과 대동소이합니다.

특정 성분에 대해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유기농 천연성분이 좋다는 말만 듣고 제품을 썼다가 알러지 반응이 올라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질과 보지에 알러지 반응이 올라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천연 성분만으로 윤활젤을 만드는 경우 대부분 알로에 성분을 즐겨 사용합니다. 하지만 알로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제품을 못쓰겠지요. 천연 성분이 주성분인 제품이라면 성분들에 알지 못하는 불순물이 있을 수 있고 그 때문에 오히려 알러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피부 민감성 테스트나 알레르기 반응 테스트 결과가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좋지요.
 
각설하고, 윤활젤을 선택함에 있어 우리의 주적은 글리세린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펴야하는 것은 오스몰 농도와 pH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나 회사가 거의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이브가 유일하며 이브에서 내세우는 마케팅 강점이죠). 전성분 표기는 해야하지만 실제 성분별 함유량이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천연 성분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 또한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테스팅이나 리뷰 검색을 통해 최대한 안전한 제품들을 선정하고 자신이 직접 테스팅을 해서 개인의 몸 상태에 맞는 제품을 직접 고르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되며 많은 소비자들이 윤활젤 제조사들을 상태로 제품 정보에 기본적으로 오스몰 농도와 pH를 표기하게 하여 더 건강한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해야한다고 봅니다.
 
덧) 질 삽입용은 pH가 3.8~4.5인 제품이 좋으며 애널 섹활용 윤활젤은 pH가 7.0언저리인 제품이 좋습니다.

덧2) 오스몰 농도가 높으면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집니다. 600 mOsm/kg가 넘어가면 정자운동성이 급격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임신을 계획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윤활젤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해도 270~380 mOsm/kg를 만족하는 제품을 사용하기 바랍니다.
웨이크업
모두가 널리 이롭게 될 수 있는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또 눈을 뜹니다.
https://www.wake-up.co.kr/
 
· 연관 / 추천 콘텐츠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목록보기
 
이름뭐하지 2020-08-21 05:42:42
전문적인 정보 감사합니다! 피부에 바르는 로션인데 왜 쓰면 안되는지 대해서도 알게 되어 좋네요
fkrl 2020-01-19 07:39:44
이런 전문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보 좋아요.
까요 2020-01-17 10:00:17
좋은 글 좋은 정보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