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편이 물어 본적이 있다.
 
“섹스가 좋아? 자위가 좋아?”
 
킥킥거리며 쉽게 대답할 수 있을 줄 알고 입을 열었다가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어느 쪽이 더 좋냐고?
 
한참 생각하다 한 대답은 “그 두 가지는 비교할 수가 없어”
 
성인이 된 이후에 일본에서 2년 정도 살아 본 경험이 있으며, 아직까지도 유튜브로 일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종종 보는 나에게 아주 익숙한 성인용품 브랜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TENGA. 주로 일본의 남자개그맨들의 토크 속에서 등장하거나 때로는 실제로 방송 중에 그 빨간색 TENGA가 나오기도 했다. 처음에 그것이 남성용 ‘오나홀’ (자위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정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진짜 멋있게 생겼네…!!”
 
그때까지 내가 알던 오나홀 하면 기기묘묘한 살색으로 여성기를 본따서 만든 살짝 그로테스크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스타일리시한 섹스토이가 있다니…..역시 일본은 대단해..!!
 
TENGA는 그 당시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던 동키호테(대형 잡화쇼핑몰)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그 디자인에 감탄하며 ‘이야~좋겠다…나도 하번 해보고 싶다…근데 넣을게(?) 없네..-_-…’ 하며 아쉬워하기를 몇번…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이로하’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TENGA에서 개발한 여성용 마스터베이션 섹스토이라는 얘기에 나는 전율했다. ..드디어 나도 그 스타일리시한섹스토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내가 처음으로 이로하를 본 것은 일본 여성잡지에서였다. 첫소감은
 
“너무 귀여워…!”
 
몽실몽실한 무광택 파스텔컬러의 아주 유한 곡선을 지닌,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이것은 그냥 귀여운 잡화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알던 여성용 섹스토이는 강렬한 핫핑크 아니면 퍼플, 혹은 블랙이나 리얼한 피부색(다양한 인종의 피부색)이었다.
 
아..이렇게 섹스토이가 이쁘고 귀여워도 되는구나..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왜 그 누구도 섹스토이를 이렇게 예쁘게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이로하의 전모를 알게 되었지만 한국에 있던 나는 이로하를 구해볼 생각도 못하고 2016년이 되어서야 레드스터프에서 이로하의 실물을 보게 되었고 이로하의 여러 제품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사용하게 된 것이 바로 이로하 플러스 요루였다. 나는 고래모양이길래 이름이 당연히 ‘쿠지라(일본어로 고래)’일줄 알았는데, 요루(밤 night)라니!! 그 귀여우면서도 은밀한 이름에 난 또다시 감동했다.
 

 
이것이 바로 이로하 플러스 요루다. 귀여운 패턴문양에 단아한 포장. 이 박스를 보고 누가 과연 이것을 섹스토이, 마스터베이션 토이랄까.
 

 
꽤 묵직한 케이스 내부의 구성은 이러하다.
 
- 요루본체
- 클리어 케이스 + 충전기
- USB케이블
- 충전 어댑터
- 설명서 
 
아쉽게도 각개 나라의 언어로 쓰여진 설명서에 한국어는 없다. 하지만 굳이 설명서를 보고 쓰기 시작해야할 정도로 요루의 조작이 어렵진 않다. 그래도 몇 개 보고가면 좋은 점을 짚자면
 

 
ㅣ요루를 씻는 방법
 
요루는 전체적으로 물에 적셔서 비누로 닦아도 되고 수건으로 닦아도 되지만 뜨거운 물로 씻거나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물에 담가두면 안 된다. 그리고 알코올이나 산성, 알칼리성이 강한 세제도 안쓰는 것이 좋다.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이로하지만 조심해서 소중하게 사용해서 더욱 더 오래 사용하면 좋으니까.
 

 
이로하 요루는 ‘이로하 플러스 시리즈’ 중 하나인데 나머지 2가지 이로하 플러스의 설명이 박스 뒷면에 아주 살짝 나와있다.
 
새 모양인 TORI는 Insesrtable
고슴도치 모양의 KUSHI는 Caress
그리고 고래 YORU는 Embrace
 
흠… 이 간략한 영단어가 더 호기심을 끌게 만들었으니 정말 이로하는 대단하다.
 
 
ㅣ요루의 모양
 
아까도 말했다시피 요루는 고래모양이다. 앙~하고 벌린 입에 치켜 올라간 꼬리. 배에 있는 줄무늬, 무광택의 시크한 블랙컬러까지. 처음에 보면 그것이 정말 귀여워서 꺅 소리가 날 지경이지만 나중에 요루를 사용하고 나면 귀엽다기 보다는 섹시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여심과 여성의 성감대를 잘 이해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에게 처음 요루를 보여주니 처음에는 블루투스 스피커라고 했고, 그 다음에는 소형 마사지기라고 했다.
 

 
크기는 이 정도. 여성의 손에 쏘옥 들어오는 정말 절묘한 그립감이다. 무겁지 않기 때문에 한손으로 조작하기도 쉽고 오랜 시간 들고 있어도 힘들지 않다. 이로하 시리즈를 이루고 있는 실리콘은 내가 만져본 실리콘 제품 중에 가장 뽀송뽀송하고 부드러운데 이게 또 미끄럽지는 않아서 마스터베이션 중의 다양한 조작 속에서 손에서 빠져나가 허둥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로하는 모든 시리즈가 전부 모양도 색도 앙증맞고 귀여운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야릇함이 가득하다.
 
 
ㅣ요루의 충전
 
보통 바이브레이터는 건전지를 넣는 방식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건전지를 2개 넣는 타입의 바이브레이터를 하나가 가지고 있는데 열중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다 보면 건전지를 넣는 뚜껑부분이 덜컥! 빠져서 작동이 멈추는 사고가 몇 번 있었다. 얼마나 기분이 썰렁해지는 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모든 이로하는 그런 ‘뚜껑’이 없다. 모두 배터리 일체형의 매끈한 모양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용 중에 뚜껑이 뽕 빠질 일도 없고 사용 후에 세척할 때 바이브레이터 내부에 물이 들어갈 걱정도 없다.
 

 
요루를 포함한 모든 이로하를 충전할 때는 아주 작은 이로하 전용케이스 이자 충전기에 이로하를 사뿐히 앉혀주면 된다. 그냥 사뿐히 위로 올려놔도 되지만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위에 투명 케이스까지 씌워주면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보물 같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 전용케이스도 꼭 필요한 물건 중 하나다. 서랍 안에 데굴데굴 굴러다니거나 밖에서 먼지가 쌓였던 섹스토이가 자신의 은밀한 곳에 닿거나 신체 내부에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투명한 뚜껑 케이스를 닫은 상태로 뚜껑만 잡고 들어올려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이 투명 케이스가 그냥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가방에 넣어도 복잡한 서랍 속에서 조금 데굴거려도 요루가 무참히 떨어져나갈 것 같지는 않다.
 

 
이로하의 USB케이블에는 iroha라는 브랜드네임이 적혀있다. 이 케이블이 없어져도 당황할 것이 없는 것이 한국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케이블과 호환이 가능하다.
 

 
충전을 시작하면 충전기에 불이 반짝, 들어오고 충전이 완료되면 불빛이 꺼진다. 초반에 충전했을 때는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그리고 한번의 충전에 대한 사용시간은 30분 정도의 마스터베이션을 3번, 하고도 남았다.
 
물론 진동의 강도, 연속 사용시간 등에 영향은 받겠지만 매번 허둥거리며 충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모처럼 들뜬 마음으로 마스터베이션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함께 하고자 한 동반자(?)가 침묵하면 정말 슬프고 썰렁할 테니 책상 위의 충전 스페이스에 늘 이로하의 자리를 마련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책상 위에 마스터베이션용 섹스토이가 있으면 어떠한가. 이렇게 귀여운데.
 
 
ㅣ요루 사용법
 
나는 요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처음으로 레드스터프*에서 보고 그 디자인에 놀란 것도 있고 요루의 입의 사용법을 들었을 때는 정말 궁금함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다. 레드스터프에 몇 번 놀러갈 때마다 그 찰진 그립감을 선사하는 요루를 꼬옥..쥐어보고 내려놓기를 몇 번. (레드스터프는 레드홀릭스의 홍대 오프라인 섹스토이샵이에용!)
 
이제 드디어 요루랑 나만 침대에 있게 되었다..!!
 

 
헤~하고 벌린 듯한 요루의 입. 이 사이에 클리토리스를 넣고 진동을 주는 것이 요루의 대미. 사실 나는 아직까지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없다. 늘 나에게 있는 것은 삽입 오르가즘 뿐.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클리토리스만 애무하다 느끼는 오르가즘이 정말 궁금하고 부러웠다. 그래서 이 클리토리스 애무에 특화된 이로하를 쓸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루의 입은 반대방향으로 벌려서는 안되지만 이렇게 꾸욱! 누루면 입을 닫게 할 수 도 있어서 진동 + 압박으로 클리토리스를 공략할 수 있다. 클리토리스의 모양과 느끼는 쾌감은 사람마다 다르니 이것으로 원하는 자극을 조절하면 된다.
 

 
요루의 배 부분. 이 주름은 그냥 넣은 것이 아니라 한껏 예민해진 클리토리스에 이 주름을 스르륵 쓸어주면 또 다른 느낌의 자극을 느낄 수 있다. 그 때만큼은 진동을 끈 상태로 이 오돌토돌함을 느끼는 것도 좋다.
 

 
요루의 등 부분. 이것은 클리토리스 전체에 대거나 질 구에 대서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요루는 입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넓은 면적으로 서서히 자극을 주는 것도 좋다.
 

 
요루의 꼬리 부분. 이 부분도 쫑끗 세워서 핀 포인트로 클리토리스에 진동을 줘도 되고 살짝 질에 넣어서 질 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
 

 
요루의 진동패턴은 총 7가지. 약~강으로 5단계, 리듬을 타는 것이 2단계다. 처음에 시작하면 가장 약한 레벨의 진동으로도 만족스럽다.
 
간단하게 부위별로 설명했지만 요루의 사용법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나는 클리토리스 애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극이 너무 강해서 온몸이 펄쩍 뛸 정도라 자위를 할 때도 섹스를 할 때도 클리토리스를 만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요루를 가장 약한 진동상태로 만든 뒤 팬티 위에서부터 요루의 입을 클리토리스에 갖다 대니 예전의 짜릿짜릿하게 강렬한 자극은 없고 천천히 클리토리스에 쾌감이 퍼졌다. 조금 시간을 둔 후 팬티 속으로 요루를 넣어 요루의 입이 아닌 등부분의 평평한 부분을 대어 전체적으로 요루의 실리콘 촉감을 익히면서 요루를 나의 체온과 맞춘다. 이로하 시리즈는 뽀송하고 몽실한 실리콘을 써서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을 배제했다고 하지만 역시 겨울에는 차갑기 때문에..! 요루의 위치를 바꿔가며 때로는 꾸욱 눌러 힘을 줬다가 때로는 피부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로만 떼었다가를 반복하니 클리토리스 애무 초보자인 나는 이미 이것만으로도 쾌감에 허우적대며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특히 클리토리스 표면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만 요루를 데면 더욱 진동이 강하게 느껴져 그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것 같았다. 평소같으면 삽입형 섹스토이로 마무리를 하겠지만 지금은 요루가 있으니 나에게 또다른 오르가즘의 경지가 보일 것 같아서 아까워서 꾹 참았다. 점점 흥분이 고조되고 점점 아랫배 근처가 근질근질해지는 것이 오르가즘이 가까워오는 것 같았다. 삽입 없이! 드디어 나도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을 느끼나??싶었다. 클리토리스도 많이 자극에 익숙해진 듯하여 드디어 요루의 진동을 강하게 올리고 요루의 입 사이에 나의 클리토리스를 끼웠는데… 어마어마한 쾌감에 나는 깜짝 놀라 실제로 튕겨져 오르듯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쾌감신경을 맨손으로 꽉 잡은 듯한 강렬한 느낌에 정말 뇌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하다가 기절이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웃기겠지만 난 진짜 그렇게 느꼈다..) 나는 요루에서 이로하핏 미카즈키로 갈아타버리고 말았다.
 
이날 결과적으로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은 못 느끼고 결국 삽입 오르가즘으로 마스터베이션을 끝냈지만 피로도는 평소의 2,3배는 족히 되는 것 같았다. 후들후들거리며 요루와 미카즈키를 씻은 후 쓰러지다시피 잠들어버렸다. 하지만 아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이 이렇게 간단히 내 곁으로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클리토리스 애무를 이렇게 제대로만 해도 쾌락의 다른 차원이 열리는데 여지껏 내가 느끼는 오르가즘에 너무 안일하게 만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요루가 있으니..!! 이제부터 천천히 클리토리스를 개발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실제로 요즘 추워져서 1달에 1번 정도만 했던 마스터베이션을 1주일에 2,3번은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요루가 나에게 어떤 신세계를 보여줄지 너무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ㅣ후기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대부분 섹스나 마스터베이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 같다. “난 다채로운 자위로 언제나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지!!” 하는 마스터베이션 프로분들에게도 물론 이로하를 추천하고 싶지만 나는 여성 자위초보자나 나 같은 클리토리스 오르가즘 미경험자, 클리토리스 애무 초보자에게 강하게 이로하를 추천하고 싶다. 이런게 바로 신세계…!!! 내가 알던 마스터베이션의 쾌락은 빙산의 일각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마스터베이션은 나혼자 하는 나 혼자만의 유희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쾌락에 제어를 걸고 있는 일이 많다. 도대체 왜 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내 안에 뿌리깊게 박힌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브레이크를 서서히 혹은 갑작스럽게 없애주는 것이 적절할 마스터베이션 도우미의 존재다.
 
이 세상 수많은 섹스토이 중에서 내가 사용해본 것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이로하는 정말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초보자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추천하는 바는 “둘이말고 혼자” 쓰는 것이다. 커플용 아이템을 찾는다면 텐가 SVR을 강력히 추천한다. ‘모처럼 비싸게 주고 산 섹스토이인데…우리 자기랑 알콩달콩써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에 이로하 시리즈는 혼자서, 편하게, 비밀리에, 오붓하게 써야 최고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글 초반에 썼듯이 섹스랑 자위는 별개의 것이고 이로하는 자위를 위한 아이템이니까.
 
이로하는 남성용 TENGA에 비하면 가격은 조금 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으로 몇 년간 행복한 마스터베이션과 새로운 쾌락의 경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투자할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기다리는 것처럼,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책을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이로하의 신제품을 기다리게 되었다.
 
 
* 종합평가
 
GOOD – 내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쾌감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섬세한 클리토리스 애무를 하고 싶다면 강력추천.    
BAD – 이 진동에 중독돼서 예전의 이로하가 없는 마스터베이션을 할 수 없게 되면 어쩌지..?
 
* 평가점수 : 8점
- 평가점수는 10점 만점이 기준이며 리뷰어의 주관적 견해입니다.
 
* 리뷰상품
 
- 제품명 : 텐가 이로하 플러스 요루
- 제조사/원산지 : TENGA/Japan
- 제품가격 : 1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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