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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이 무의미해지는 순간 : 피임과 risk-t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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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we trust] 성문화 개선 소셜벤처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성을 주제로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회의 중에도, 일상 대화 중에도, 하물며 식사 중에도(!). 얼마 전에 우린 '자연피임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피임법이란 여성의 생리주기를 토대로 임신 가능성이 낮은 시기(배란 확률이 낮은 시기)에 섹스를 함으로써 피임하는 방법이다. 임신이란 근본적으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어 자궁에 착상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배란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 보장이 되면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이다. 어쨌든 여성도 남성도 콘돔이 없는 성관계에서 더 큰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니까. 대화를 하던 중 동료가 의문을 제시했다. "생리가 끝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배란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남성의 정자는 여성의 자궁에서 3일 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생리가 끝난 날로부터 3일이라는 기준을 둔 것이다. 만약 생리가 끝난 날 피임기구 없이 섹스에 임했고, 질내사정을 했다고 가정하자. 정액이 자궁에 잔여하고, 정자가 3일 동안 꿈틀거린다. 그 3일 동안 배란이 되지 않으면 사실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상당히 그럴듯한 발상이지 않은가? 자연피임법을 피임기구와 혼용하는 연인들은 위와 같은 생각에 입각해서 성관계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월경이 끝난 날을 기점으로 3일 이내에 배란이 될 확률은 정말 낮다. 그렇게 따지면 생리 끝난 다음날 콘돔 없이 섹스하는 게 그리 위험할 것 같지 않다. 일부 일베인의 자부심 확률을 따지고 보면 임신하는 것이 임신하지 않는 것보다 더 어렵다. 요즘은 불임의 수도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마음먹고 아기를 갖고 싶어서 날짜와 체위, 시간까지 다 맞춰서 섹스해도 마음처럼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확률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가 살다 보면 있다. 아무리 그 확률이 희박하다 한들, 내가 그 불운한 소수에 속하게 되는 순간 내 인생은 '주옥'되는 것이다. 벼락맞아 죽을 확률이 0.0001%라고 해도 내가 죽으면 나에게 그 확률은 의미가 없다. 피임도 그런 종류에 속한다. 임신 확률이 정말 낮다고 해도 어쨌든 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 혹은 나의 연인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돌이킬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섹스를 할 마다 risk-taking을 하는 것이다. 왜? 피임기구를 판매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참 유감스럽지만 콘돔이든 호르몬제이든, 그 어떤 피임기구도 피임이 100%보장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나와 상대방의 위험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다. 임신할 확률의 높낮이를 따지는 것은 임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려할 사항이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임신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없이 조심해야 한다. 결과는 모 아니면 도, 임신 아니면 노 임신 딱 두 가지뿐이다. 임신이 100, 노 임신이 0이라는 수치로 환산된다면 그 양극 사이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있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양극 중 한 쪽에 수렴하게 된다. 사실 임신 가능성을 100% 배제하는 것은 그냥 섹스를 안 하는 것이다.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한 문을 여는 것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모두 너무나 외롭고, 또 너무나 사랑하고 싶지 않은가. 사랑에의 욕망에 입각하여 기꺼이 그 문을 열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까딱하다간 끝이다. 그러니 쓸데 없이 객기부리며 낙관하다가 후회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는 최대한 조심하고 최대한 그 가능성을 낮추는 게 좋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순간의 유혹을 위해 남은 인생 가지고 도박하지 말고, 통제 범위 내에서는 노력하자. 확률에 맡기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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