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새벽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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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일을 한다는 핑계로 모두 잠든 사이 맥주 서너잔을 몰래 홀짝입니다. 혹시 아침에 술냄새가 날까 싶어 열어둔 창문사이로 밤과 새벽 사이의 그 특유한 냄새가 들어옵니다. 술냄새와 섞이더니 문득 잊고 지냈던 그 오래전 추억이 떠오르고 아득한 기분이 드네요. 대학 신입생 시절. 매일 같이 술과 함께 달리고 4차인지 5차인지 모를 항상 마지막에 가던 그 술집.. 선배들이 살아남은 자들만 맛볼 수 있다며 시켜주던 라면의 그 냄새와, 그 라면과 함께 더 들이키고 나서 거나하게 취해 밖으로 나오면 나던 그 길거리의 냄새... 모든것이 새롭던, 신기함과 난감함과 해방감을 모두 함께 느꼈던, 그 시절에도 이런 기분은 내 평생 다시 느낄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 복잡미묘한 감정들... 누군가와의 썸과 누군가와의 가슴아픈 이별과 누군가와의 좋은 추억들이 모두 뒤섞인 말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그런 감정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20대의 싱그러움은 어느덧 사라지고 이제는 사장님 혹은 선생님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시절은 불과 몇 해 전의 일만 같고 아직도 나는 그 어린시절 철없는 마음 그대로인데 어른스러운 척 점잖을 떨어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대로 잠든 꿈속에서만이라도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혹시라도 잠에서 깨어나서, 내가 다시 그 시절 스무살로 돌아가서 아직도 마음한켠이 아려와 떠올리기만도 가슴아픈 그 첫사랑을 다시 겪어야만 한다고 해도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입니다. 그 아픔조차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문득, 현실로 돌아와, 십수년 후 돌아보면 다시 아름다울 지금의 이 현실을, 지금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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