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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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많이도 지나갔어.

신기해.

이렇게 먼 시간에 서 있다는 것이.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간안에 서 있는 나는.

서른이라는 아주 먼 시간을 상상하던 때가 있었어.
 


"우리가 서른이 되면 무얼 하고 있을까?"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었지.

그때 말한 '서른'이라는 공간은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라는 의미였을거야.



그렇게 먼 시간을 서른의 공간으로 상상했는데

지금은 그 먼 시간 보다 훨씬 먼, 그래서 이제는 그 서른을 추억하기 조차 버거운 시간에 서 있어.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나갔어. 정말.

그때 포장마차에서 말한 서른이라는 어른들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아직 그 시간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아직 '어른'이라는 단어는 낯설고, 그 낯설음은 피터팬 콤플렉스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 어른의 공간안에서 살아가기 보다는

아직도 서른을 논했던 그 포장마차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어.



그래서 미안해.



이렇게 가만히 안주 하는 것이 늘 미안했어.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 만큼 당신들도 나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일텐데

나는 너무 이기적이고 겁이 많아서 이 곳을 벗어날 자신이 없어.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견딜 수 있지만

누군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공유하는 공간에서 그 견딤은 고통이 되기도 해.

그래서 당신들이 이 공간으로 들어올때는 내가 늘 미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야.

그래서 미안해.



내가 좋아하는 당신이 내 공간에 들어와서

그 공간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그 공간에서 편안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미안해.



내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아름다운 사람이였다면 

당신들에게 이렇게 미안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야.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나갔어. 어느새.

어른의 시간이 벌써 훌쩍 지나갔는데도 아직도 이런 어리광만 부리고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고 그리운 건 늘 변함이 없어.

시간이 이렇게 많이도 지나서 상상의 시간에 서 있는 지금도

이렇게 여전히 변함 없이 보고 싶고 그리워 하는게 신기할 뿐이야.


보고싶어. 




그리고.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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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1-09-17 22:51:44
좋네요 감정
익명 / 감사하네요 댓글^^
익명 2021-09-17 11:48:07
나도 커다란 유리벽안의 내 세상에서 나오지 못하던 때가 있었기에 공감되네요 두려움을 받아들이시고 넖은 세상에서 그들을 안아줄수 있기를 응원 드려요
익명 / 네 사람들은 그런 조그만한 공간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들을 많이 봤어요. 저 역시 크게 다를것없구여. 그 공간의 의미가 각별하거나 특별한 경우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낯선것에 대한 경계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인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경계를 벗어날 필요가 있는것 같더라구여. 감사합니다^^
익명 2021-09-17 09:54:02
이형 너무 진지한데
익명 / 가끔 토악질이 필요하더라구여^^
익명 2021-09-17 09:31:45
화이팅하세요 ~
익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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