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습한 저녁의 행적들과 변덕
0
|
|||||||||
|
|||||||||
저녁 퇴근 즈음에 팀장한테 붙들려 야근인지 농땡이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고(야근수당은 없다) 좀 느즈막한 퇴근길 나서며 사무실에 놔둔 우산은 다시 가지러가기 귀찮아 그냥 나왔다. 대충 부스러지듯 내리는 빗줄기 대충 내리다 말겠지 하는 심정으로 퇴근타이밍을 놓쳐 제법 주린 내 뱃속은 먹으면 기분은 좋은 메뉴와 먹으면 몸에는 좋은 메뉴 둘을 놓고 열심히 저울질했고, 주변의 조언(을 가장한 자기합리화)에 따라 기분은 좋은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다. '먹고 운동하면 되지 뭐' 하는 심정으로. 좋아 오늘은 패스트푸드다! 메뉴를 정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비가 제법 쏟아졌다. 망할놈의 날씨. 그냥 귀찮아도 가지고 나올걸. 가는 길에 우산은 사야겠다 하며 오늘은 꼭 사야지 다짐을 하고 나온 것들도 생각나 빠뜨리지 않기로 했다. 며칠 째 바디워시가 다 떨어진 채로 때비누로만 샤워하는것도 슬슬 한계라 근처 올리브영 들어가 바디워시 하나, 슬슬 다 떨어져가는 세안제 하나. 세안제는 적당히 1+1하는 가성비 괜찮다 싶은걸로 담고 바디워시는 늘 쓰던걸로 담고. 바디워시를 담으며 당신과 바디워시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당신은 내가 쓰는 바디워시 브랜드의 향을 물어봤고, 뭔가 민트 비스무리한 향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던 내게 그 바디워시의 향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었던 당신이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원망은 내 속상한 마음이 달래질 정도로만. 적당히 조금만. 아쉽고 그리워도 묻어두고 가야 할 건 가야 하니까. 요동치는 감정에 쓸려 속알맹이 드러나지 않도록 적당히 고랑 파서 파묻어야지. 잠깐 쓰고 말 우산에 몇천원을 쓰는 것도 아까운 판에 올리브영에서 파는 우산은 만칠천원이다. 적당히 굵어진 빗줄기 대충 맞으며 근처 다이소 가서 오천원짜리 우산 집어들고 가게구경 잠깐 하고 나왔더니 거짓말처럼 비가 또 잠잠해졌다. 괜히 샀나 싶다 하며 손에는 쇼핑백과 우산과 핸드폰(이건 빼 놓을 수 없지!)으로 바쁜 손과 함께 근방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먹고싶은 것들 양껏 시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나니 포만감과 함께 밀려드는 현자타임과 함께 '그냥 몸에는 좋은걸로 먹을걸'하는 때늦은 후회는 내가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얄팍한 변덕이지만 오늘 변덕이 대체 몇번째더라...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가게를 나오니 또 다시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그래 사길 잘했지...비에 젖은 신발만큼 기분 꾸리한것도 세상 없으니까. 오늘 저녁으로 '기분은 좋은 메뉴'를 선택한 것은 '집에 와서 운동해야지'하는 다짐으로 선택했는데, 막상 집에 오면 나른노곤피곤의 삼박자로 운동할 의욕이 제로가 되는 게 일상이다. 대부분 앉아서 집에 옴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면 왜 그리도 피곤이 밀려드는지 나도 모르겠다. 적당히 글을 쓰고 나니 시간이 또 꽤 지났다.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잠이나 잘까...쓰고 보니 변덕이 아니라 그냥 나태한거잖아! 같은 느낌도 들어 일단은 좀 누워서 쉰 다음 생각하기로 했다. 한 7시간 정도 눈감고 누워서 생각하면 또 생각이 달라지겠지. 아마도.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