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포르노 06 [스와핑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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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스와핑 클럽. “나 지퍼 좀 올려 줘.” 형수가 내게 등을 돌렸다. 가녀리고 하얀 등이다. 윤택한 머리칼이 한복판을 흘러내렸다. 형수는 머리카락을 끌어 모아 앞 가슴으로 넘겼다.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지퍼가 말썽이야.” 난 조심조심 지퍼를 끌어 올렸다. 목덜미에 돋아난 솜털이 사랑스러웠다. “다 됐어?” 형수는 내가 음미할 시간도 주지 않고 머리채를 등으로 넘겼다. 거울을 보니 목이 제법 깊게 파인 원피스였다. 쇄골 깨로 늘어진 목걸이가 눈에 익었다. “이건. 엄마 생일 선물하고 비슷하네요.” “왜 갑자기 존대를 하고 그래. 내가 무서워?” 형수가 피식 웃었다. 난 ‘아차’싶었다. “근데. 오빠가 이 목걸이를 어떻게 알아? 어머니 생신 날 오지도 않았으면서.” 대답이 궁했다. 형수는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 “암튼. 어머니도 못 말린다니까.” “...” “그새를 못 참고 아들한테 자랑까지 하실 게 뭐람.짝퉁 선물해 드린 것도 죄송한데, 사람 민망하게.” “이게 가짜야?” “당연하지. 내가 요즘 돈이 어디 있냐?” “형수. 아니...지연이 너 도...돈 잘 벌잖아.” “다 옛날 얘기지. 요즘은 실적이 꽝이야. 김치녀, 된장남만 걸리는 통에 성혼 사례비 받아 본 게 백 만년은 된 거 같아.” “...” “근데. 아가씨 보통이 아니더라.” “아가씨라니? ” “누구긴 누구야. 해란이 말이지.” “해란이가 왜?” “이 목걸이가 가짜라는 걸 알아 챈 눈치더라구. 심장 쫄깃해서 죽는 줄 알았어.” 다른 건 몰라도 해란이 험담이라면 나도 대환영이다. “그년이 워낙 허영덩어리라 그런지 명품 보는 눈은 제법 있다니까.” “암튼.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그나저나 오빠 준비는 다 한 거야?” “준비라니? 뭘.” “기가 막혀. 가자고 조를 땐 언제고... 그렇게 쌩을 까면나만 밝히는 꼴이 되잖아.” 몸뚱이만 형이지 부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전혀 알 길이 없는 나는 입만 바싹 타 들어 갔다. “내키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해. 나도 그닥 맘에 드는 건 아니니까.” 그때. 거실에서 컬러링이 울렸다. 형수가 날 빤히 바라봤다. “전화 안 받아?” 난 부리나케 거실로 나왔다. 전화는 응접 테이블 위에 있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변입니다.” 변이라니? 누군데 자기를 똥이라고 소개를 하는 걸까. “아...네. 반갑습니다.” 일단 아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혹시. 지금 출발 하셨나요?” “아니요. 아직입니다만.” “다행이네요. 회원 분들 일정이 좀 꼬여서 모임 시각을 한 시간 정도 늦춰야 될 것 같아서요.” “아. 네.” “물론 일찍 오셔도 상관은 없습니다.저희 커플이야 항상 대기 중이니까요.” 무슨 소린지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이 분위기에 모임목적이 뭐냐고 물을 수는 없었지만. “장소는 바뀌지 않았나요?” “물론이죠. 약도를 카톡으로 보내 드렸는데 설마 못 받으신 건 아니시죠?” “제가 요즘 회사 일로 정신이 워낙 없어서요. 수신되는 메세지를 제때 열어보지 못 할 때가 종종 있어서요.” “다시 보내 드릴 테니까. 확인해 보세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변이라는 남자는 통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카톡을 보내왔다. 카톡 ID를 보니 이름이 변창수였다. 대화창을 열어보니 지도가 올라와 있다. 바로 위에 똑같은 지도가 하나 더 있었다. 최소한의 단서라도 찾을 생각으로 대화창을 스크롤해 보았다. 둘은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닌지 최근 기록 밖에는 없다. 내용도 짧은 단문 몇 개가 전부였다. 그때 형수가 방에서 나왔다. 하늘색 민소매 원피를 입고 서 있었다. 치마 길이는 발목을 덮었지만 옆 트임이 심해서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운전은 오빠가 할 거지?” 자동차 키는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난 시동을 걸자 마자 차량에 장착된 네비케이션부터 검색했다. 지도에 적혀있던 주소가 최근 목적지로 저장돼 있었다. 장소는 춘천이었다. 난 네비케이션이 인도하는 대로 자동차를 몰았다. 미사리를 지날 때쯤 이었다. 형수가 볼멘 소리를 했다. “왜 말이 없어? 꼭 기분 나쁜 사람처럼.”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내내 우리 사이에 대화라고는 일절 없었다. 난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니야. 그런 거 없어.” “나 오빠한테 부탁이 있는데.” “뭔데. 말해 봐.” “오늘은 우리 좀 떨어져서 있자. 바로 옆에서 소리가 들리니까 자꾸 신경 쓰여서.” “그...그러지 뭐.” “고마워. 나 잠깐만 눈 좀 부쳐도 돼지?” “편한 대로 해.” “미안. 오늘 좀 피곤한 일이 있어서.” 형수는 곧바로 시트를 젖힌 뒤 눈을 감았다. 잠을 청한다기보다 상념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하이힐이 불편했던지 다리를 꼬았다. 트여있는 치마자락 사이로 골반라인이 훤히 드러났다. 눈치로 봐서는 부부동반 모임인 듯 한데, 이 정도 노출이 허용되는 모임 정체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 조세호 짐작대로 간지연은 잠들지 않았다. 잠을 청하기에는 머릿속이 지저분할 정도로 복잡했다. 지금 달려가는 장소는 스와핑 클럽이었다. 오늘이 두 번째 참석이었다. 첫 번째는 한 달 전 주말이었다. *** “오빠 지금 미쳤어?” 간지연은 조세진이 제 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스와핑클럽이라니.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조세진이 혼잣말 하듯 읊조렸다. “너도 스와핑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했잖아.” 지연은 기가 막혔다. 자연스레 목청이 갈라졌다. “내가 언제?” “전에 드라마 보면서 권태기 부부라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했잖아. 피차 안 쓸 물건이면 바꿔 쓰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그건 남의 얘기니까. 무심결에 한 말이지. 그리고 우리가 권태기야?” “계절 바뀔 때마다 한번씩 하면 그게 권태기지.” “많이 하네. 연말정산으로 하는 부부들도 많던데.” 세진은 지연이 비꼬던 말던 계속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암튼. 꼭 잠자리까지 하지 않아도 돼. 단순히 참석만 하고 가고 상관없다고. 2차는 철저히 개인 선택이야?” “2차? 내가 텐프로 나가요야? 2차를 가게.” “안 가도 된다니까. 그냥. 얼굴만 보고 와도 상관없어.” “오빠는 경험도 없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나도 들은 얘기야. 본 적도 없어.” “누가 그런 말을 하는데?” “고객이.” “고객 누구?” “있어. 우리회사 투자자.” “지금 그 사람 투자금 유치하겠다고 날 팔겠다는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 사람들은 낯선 사람이 동석하는 것 만으로 쾌감을 느낀다고.” “그러니까. 변태들이지. 모르는 사람 앞에서 대놓고 그 짓을 하겠다는 게 정상이야. 성도착자지.” “그건 좀 비약이야. 그렇게 왜곡시킬 필요 없다니까.” “비약? 왜곡?” “생각해봐. 부부동반으로 1박 2일 친목회 간거나 마찬가지라니까. 같이 앉아서 담소 나누다가 각자 자기들 방에 들어가서 섹스하는 게 비정상은 아니잖아.” “섹스 상대가 다른 사람 파트너라는 게 문제잖아.” “섹스 안 해도 된다니까. 웃고 떠들다가 그냥 집에 와도 돼.” “웃고 떠들어? 하긴 웃기긴 하겠다.” 간미연은 시종 비아냥으로 일관했다. 조세진도 더는 설득할 수 없었다. “너라면 이해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앞 서 나갔나 보다 미안해.” “미안한 줄 알면 됐어. 난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오빠도 더 이상 그 얘기 안 꺼냈으면 해.” 라고 말했지만 간지연이 누군가. 결혼정보회사 커플 매니저다. 본능을 숨길 수는 있어도, 직업인 특유의 지적 호기심까지 억누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데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휴먼들이야?” 간지연이 슬쩍 관심을 흘렸다. 조세진은 날렵하게 기회를 포착했다. “젠틀해. 사회에서 나름대로 지위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뭐 하러 추잡하게 놀아? 더 재밌는 일도 많은데.” “대단하니까 그러고 노는 거야. 쥐뿔도 없으면 유희도 없어. 생활고에 찌들어 살면 그런 발상도 못 해.” “정말. 갔다가 그냥 와도 상관없는 거지.” 간지연 태세는 확실히 누그러져 있었다. 조세진은 눈을 반짝였다. “당연하지. 강제로 하면 범죄지. 부부 사이에도 강간인데.” “오빠 정말 해 본 적 없어?” “뭘? 강간?” “딴 소리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 스와핑 정말 처음이냐고?” “난 정말 결백해. 못 믿겠으면 가서 물어 봐.” “관전도 안 해 봤어?” “커플 동반 모임에 무슨 재주로 혈혈단신으로 참석해서 구경을 하냐. 말이 되는 소릴 해.” “...” 여기까지 얘기하고 간지연은 입을 다물었다. 조세진은 그녀의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만 듣고도 본심을 읽어냈다. “관심 있으면 내가 추진해 볼 게.” “생각해 보고.” 그렇게 첫 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회동 장소는 모임 회장인 변창수 별장이었다. 별장은 춘천에 있었다. “호호호. 어때요? 대화해보니까.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죠?” 간지연 앞에 앉은 여자가 호들갑스럽게 웃었다. 가냘픈 몸매에 비해 터무니 없이 거대한 유방을 지니고 있었다. 이름은 손지혜, 나이는 서른 둘이다. 오늘은 조세진 부부를 포함해서 총 네 쌍이 참석했다. 조세진 말대로 모두들 세련된 외모와 매너를 지녔다. 입만 빼고는. “근데. 지연님은 생각보다 겁이 많은 가 봐요?” “제가요?” “그렇게 완전무장까지하고... 덥겠어요.” 간지연은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두꺼운 가죽 허리띠만 빼면 평범한 차림새였다. 둘러보니 나머지 세 여인은 하늘거리는 이브닝 드레스차림이었다. 세 사람과 대조를 해보니 확실히 답답한 차림새였다. “벗기는 맛은 있겠다.” 눈 눈썹이 유난히 요란한 여자가 말했다. 이름은 요설미, 나이는 스물 아홉이다. “네?” 간지연이 화들짝 놀라는 건 당연했다. 손지혜가 진화에 나섰다. “입 조심. 얼굴은 청순가련인데 입은 왜 그리 음란마녀람. 바나나예요 벗겨 먹게.” “호호. 그래야 분위기를 타지. 너도 나도 내숭만 떨면 재미 없잖아요.” “...” 지연은 할 말이 없었다. 끼어 들기에는 대화 수위가 너무 높았다. “바나나 하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하나 있어요.” 요설미 옆에 앉아있던 여자다. 키가 크고 통통한 체형을 지닌 그녀는 삼십 중, 후반으로 보였다. 반기철이 눈을 빛냈다. “무슨 얘긴데요? 야한 얘기예요.” “암튼 밝히긴.” 손지혜가 팔꿈치로 가볍게 반기철 옆구리를 찍었다. 반기철은 요설미와 부부였다. 통통한 여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야하진 않은데 재밌어요.” “궁금하다. 한번 해 봐요.”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재촉했다. 여자는 오렌지주스로 목을 축이더니. “여자를 과일에 비유하면 연령별로 뭐라고 부르는 지 알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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