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포르노 09 [설거지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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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설거지는 나중에. “하이루.” 거실로 들어서자 기다리던 회원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기가 죽을 정도로 젊고 부티가 흘렀다. 남자들은 체격 좋고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여자들은 세련미와 섹시미가 줄줄 흘렀다. “좀. 웃어요. 어째 지난번보다 더 굳었어요?” 옆에 앉은 남자 회원이 내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난 지난번에 이들과 가졌던 회합에 대해 알 길이 없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다면 좀 더 편했을지 모른다. 스와핑이라는 미확인 정보가 날 목석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혜님. 지난번에 너무 심하게 다룬 것 아니야.” 머리자리에 앉은 반기철이 능청을 떨었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얼마나 아껴줬는데, 아직 뽕도 다 못 뽑았고만.” “어련하시겠습니까. 마님.” “분위기도 서먹한데...지혜님 뭐 야한 얘기 없어요?” “야한 얘기?” “있으면 하나만 던져 봐요. 빵빵 터지는 걸로.” “당장 생각나는 건 없고... 맞다. 내가 엊그제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그런 얘기 해도 되려나 몰라.”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어딨다고. 빨리 해봐요.” 지혜라는 여자는 온더락을 한 모금 홀짝 하더니,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요즘도 회사에서 직급만 믿고 여직원들한테 들이대는 재수 덩어리들이 많은 가 봐요.” 지혜는 말을 마치며 남자들은 한 바퀴 훑었다. 남자들은 찔끔하면서도 극구 부인했다. “왜. 우릴 끌어들여. 우린 공과 사가 엄격한 사람들이에요.” “퍽이나. 공사가 다 망하셨죠.” “...” “암튼 우리회원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이야기니까.잘 들어봐요.” 회원들 눈이 지혜 입으로 쏠렸다. 젖가슴으로 쏠린 건 오직 나 혼자였다. 지혜가 입을 열었다. “내 친구 회사에 회식만 하면 여직원 자리에 가서 “진달래.”하면서 건배제의를 하는 밥 맛이 있다는 거예요.” “진달래가 뭔데?” “진달래가 뭐냐면, 진. 진짜로, 달. 달라고 하면, 래. 줄래? 의 줄임말이래요. 글쎄.” “언니. 그거 성희롱 아니야? 그 새끼 겁도 없네.” 여자회원들이 발끈했다. “어차피 삼행시가지고 노는 거니까. 다른 말로 바꿔버리면 그만이죠.” “그거 완전범죄네.” 남자들은 득템이라도 한 듯. 희희낙락이었다. 여자들은 분통이 터진다는 듯. “그딴 소리 듣고 가만히 있었대요? 더군다나 지혜언니 친구가.” “당연히 당하고만 있으면 내 친구가 아니죠.” “그럼. 어떻게 반격을 했는데요.” “잔을 높이 들고, 면전에다가...” “...” “물안개.하고 외쳤대요.” “물안개?” “물론. 안 되지. 개새끼야. 가 물안개 아니겠어요.” “어머. 그거 딱 이다. 나도 써 먹어야지.” 이번엔 여자들이 특템을 했다. 설미는 그 정도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듯. “좀. 약하다. 더 쎈 거는 없어요. 언니?” “있죠. 왜 없겠어요?” “뭔데요?” “택시.” 지혜가 나치대원처럼 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택시.” “택시는 또 뭐야?” 변창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혜가 눈썹을 씰룩거렸다. “택도 없다. 시발 놈아. 그래서 택시.” “호호호. 그거 좋다. 3음절보다 간단명료하면서 뭐랄까. 뼈를 때려주는 사이다도 있고.” “지혜님은 뭐가 맘에 들어요?” “난 그렇게 험한 말 못해엥.” 지혜가 갑자기 아양을 떨었다. 그녀는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달린 거니까. 세진씨 같은 사람이 진달래 하면 당연히.” “당연히?” 모두들 침을 꼴깍 삼켰다. 지혜가 술 잔을 바닥에 콩 찍었다. “소주. 라고 받아야지.” “소주?” 지혜는 고전에로배우처럼 몸을 꼬면서. “소문 안 내면 한번 주~~지.” 지혜가 나를 보고 윙크를 했다. ‘뭐냐 이 세기말 분위기는 .’ 난 순간 오싹했다. 설마 했는데 스와핑 모임이 확실했다. 아무리 내거, 네거 없이 사이 좋게 나눠먹는 사이라지만 처음 당하는 나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위였다. “손지혜 넌 그러고도 남을 여자야. 암튼 기대를 배신을 안 해요. 기대를.” 변창수가 이죽거렸다. 지혜는 그를 보고 새침한 얼굴이 돼서. “당신한테 딱 맞는 멘트도 하나 있어.” “뭔데? 나를 위해 준비된 멘트가.” “따개비.” “...” 지혜가 거만하게 떡을 살짝 들었다. “따먹어봐. 개새끼야. 비굴하게 딸만 치지 말고.” 순간. 변창수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그의 눈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돌변한 그의 태도에 모두 긴장했다. 창수는 테이블 구석에 있는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사과 잼이 들어 있던 빈 병이었다. “넌 이거야.” 그는 공손하게 지혜 앞으로 유리병을 밀었다. 험악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혜는 벌레를 쫓듯 유리병을 손 끝으로 밀어냈다. “이거라니?” “병이 비었잖아.” “그래서?” “쨈이 없다구.” “없는 쨈을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변창수는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노~오 잼.” “?” 갑자기 설미가 깔깔댔다. “호호호. 노잼이래 언니. 언니 얘기 하나도 재미 없다잖아.” “...!” “이게 제일 웃겼다. 노잼.하하하.” 모두 한바탕 웃고 난 뒤, 반기철이 주위를 환기시켰다. “자.신사숙녀 여러분 웃고 즐기는 사이에 어느덧 아홉 시가 지났습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관계로 이제부터 각자 정해진 방으로 신속하게 이동 하시겠습니다.” “오. 나이스 코로나.” 전체가 환호성을 질렀다. 나와 형수만 빼고. 우리만 비장한 얼굴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혜는 잔뜩 신이 나서 변창수를 돌아봤다. “오늘의 매칭기준은?” “글쎄? 뭐로 할까.” “속옷 고르기?” “안돼. 난 오늘 안 입었단 말이야.” “와우. 시발. 존나 꼴린다.” “딴 거 뭐 없어.” 창수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오랜만에 사다리나 한 번 탈까요?” “좋아요.” “역시 파트너 선정은 랜덤으로 가야 가장 짜릿하죠.” “여기도 찬성 한 스푼.” 회원들은 떡력에 걸맞게 무작위를 가장 선호했다. 내 입장에서는 여성회원 누구와 합을 맞춰도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침을 흘릴 수 있는 여자들이다. 문제는 간지연이다. 난 형수를 처음 대면한 이후, 줄곧 그녀를 연모해왔다. 형수는 내 자위이력 전체를 지배하는 여자였다. 자위만 가지고 한정한다면 조강지처나 다름 없는 여자다. 그녀가 형 외의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남편인 형도 때때로 적개심이 생길 지경이다. 다른 놈이랑 형수가 나란히 침실로 입장하는 걸 목도한다면 오랜만에 내 손에 피를 묻힐지 모른다. 저들이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겼다가는 형수는 걸레가 되고 만다. 클럽의 성격상 형수가 내 차지가 될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맛을 보기는커녕 설거지조차 허락되지 않는 더러운 상황을 선선히 받아 들일 수는 없었다. 난 간지연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개떡같이 흐르기 전에, 내 의지를 회원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해야만 했다. “지명을 해도 되나요?” 회원들 이목이 나에게 집중됐다. “맘에 드는 회원이 있어서 그럽니다.” 내 어조가 필요이상으로 단호해서일 까. 변창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합니다. 지명권을 허락되지 않아요. 신입에 한해 한번만 인정합니다.” “조세진님은 첫 날 지명권을 사용하셨기 때문에 이미 소멸했습니다.” 변창수 곁에 있던 반기철이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했다. 예봉이 어이없이 꺾여버렸다. 모든 게 형 탓이다.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이다. “그게 규칙이라면 아직 한 장이 살아 있는데요.” 형수였다. “첫 날 지명권을 상실한 건 우리 그이였지, 전 아니잖아요.” 형수는 제법 당돌했다. “설마. 남녀 차별하는 건 아니시겠죠?” 변창수는 ‘제법인 걸’하는 표정이었다. “그럴 리가요. 저희 클럽은 완벽한 성평등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는 배운사람인 듯. 의연하게 대처했다. 요설미는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듯. “지연님. 첫 날 남편한테 빡쳐서. 복수하려나 보다?” “누가 복수의 칼을 맞을지 몰라도 너무 부럽다.” 남자들은 복수의 제물로 자신이 희생되길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난 김이 빠져버렸다. 형수가 입을 열었다. “제가 쓰려는 건 아니에요. 오빠에게 양도하려구요.” 난 귀가 번쩍 뜨였다. 그 귀한 걸 나에게 토스를 하다니.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형수는 역시 내 편이었다. 내가 그 카드를 자신에게 쓰겠노라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정말 궁금했다. 변창수가 난감해 했다. “그건 규칙에 없는데...” “규칙에 없다고 위반은 아니잖아요.” “세상에 양도, 대여 못하는 권리가 어딨담.” 여자들은 한 목소리로 형수 편을 들었다. 형수를 응원한다기보다는 단 물 빠진 고인물을 일부라도 방류하고 싶은 욕구가 컷을 것이다. 변창수는 약간 맥이 빠져서는. “좋아요. 자기 꺼, 자기가 나눠 주겠다는 데 어느 누가 막겠어요.” 요설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근데, 지연님 속셈이 궁금하다. 왜 단 한번 밖에 없는 기회를 양보하는 거죠? 그것도 남편한테.” 설미는 창수를 가볍게 노려봤다. “회장님. 지난 밤에 힘도 제대로 못 쓰고 꼬무룩했던 거 아니에요?” “그러면 안되지. 남자회원들한테 민폐지.” 여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변창수를 추궁했다. 손지혜가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녀는 여성들을 향해 피를 토했다. “대물에, 방전없는 건전지라면서 좋아 죽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딴 소리들이셔?” “하긴, 회장님 정력은 보증수푠데...?” 지연은 주위 시선이 피곤하다는 듯. 새침하게 이유를 밝혔다. “오빠가 혼을 빼앗기는 여성취향을 좀 더 확실하게 알아보고 싶어서요.” “그걸 알아서 뭐하게요?” “뭐하긴요. 그래야 누구를 요주의 인물로 감시해야 할지 판단이 설 거 아니에요.” 형수 말투엔 마디마디 가시가 박혀 있었다. 난 아예 가지고 놀려고 벼르고 나온 것 같았다. “지연님. 이제 보니 완전 불여우다. 세진님 밉보였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어요.” 이제 공은 나에게로 넘어왔다. 여자들 볼에 홍조가 돌았다. 어쨌든 난 아직 때가 타지 않은 신상이었다. 하는 짓이 괴씸해서라도 왕가슴 손지혜랑 붙어 먹고 싶었지만, 차마 형수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오늘밤 내 불빠따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리라. “오늘 제 파트너는...” “...” “간지연님으로 정하겠습니다.” 회원들의 허탈한 탄식이 터졌다. 설미가 반기철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들었어?” “뭘?” “판 깨지는 소리.” “증말 현타 온다.” “여기까지 와서 와이프한테 점수 따려고 하는 사람은 뭐니.” “어머. 닭살 좀 봐. 누구 대패 좀 갖다 줘요.” “회장님. 이런 경우는 명백한 규칙위반이잖아요.” 회원들 원성이 갈수록 높아졌다. 여차하면 강퇴라도 시킬 태세였다. 멍청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올 지경이었다. 듣고만 있던 변창수가 사태수습에 나섰다. “뭐. 갑분싸한 건 사실이지만 규칙위반은 아니죠. 의견개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거니까. 행위가 동반돼야 제재도 가능하죠.” “그럼 이런 경우는 뭐죠? 그냥 없었던 일이 되나요?” 난 입을 다물고 눈치만 봤다. 실수는 인정이지만 아직도 간지연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바늘구멍만한 구실만 있다면 필사적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일단 우리 규약을 근거로 정리하자면.” 모두 창수를 주목했다. “정함이 없는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회장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로 명시되어 있죠. 아마.” “...” 변창수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간지연님을 선택한 사실에 아직도 변함이 없나요?” “물론입니다.” “본인발언이 카페 설립근거를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라는 걸 아시나요?” “네. 송구스럽지만...” 변창수가 입맛을 다시더니 두 팔로 무릎을 짚었다. “가정에서 해도 될 일을 굳이 카페까지 끌고 와서 숙제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신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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