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포르노 13. 진달래하니 진달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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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진달래하니 진달래했다. 한가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머리부터 조아렸다. “그날 승우가 말실수까지 해서 너무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별 말씀을요. 당돌하긴 해도 똑똑해 보이던데요.” “아니예요. 말썽만 부리는 장난꾸러기인 걸요.” “원래 천재는 대체로 사고를 많이 치죠.” 반기철은 달변가가 아니다. 준비된 화제가 아니면 말수가 적은 편임에도 식사 내내 떠들어 댔다. 그녀는 말을 아끼는 대신 웃음만큼은 후하게 인심을 썼다. 둘은 식사가 끝나고도 한동안 잡담을 이어갔다. 반기철은 삼페인 잔을 내려 놓기가 무섭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선물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내 돈 주고 사긴 아깝지만, 얻어 걸리면 기분 좋은 것.” 한가희에게 기회가 포착됐다. 반기철의 싱거운 농담을 받아 준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반기철이 베푼 호의를 식사 한끼로 퉁치고 지나가기는 어딘지 모르게 억울했다. 그는 남편의 직장 상사다. 심지어 오너 직계혈족이다. 그와 같은 위치에선 타인에게 신세지는 경우도 쉽지 않은 일이다.자신과 같은 처지에서는 빚을 지는 것조차 대단한 행운이다. 어떻게든 이 소중한 기회를 살려야 했다. “부사장님께서는 어떤 물건이 제일 그래요?” “제일 그렇다뇨?” “받았으면 하는 선물 있어요?” “글쎄요... 딱히 떠오르는 물건이 없네요.” 반기철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어깨에 힘이 빠졌다. 뇌물까지 가는 거창한 선물은 능력도 되지 않는다. 작더라도 성의 표시는 해야 했다. 문제는 어디 선까지가 성의를 다했냐는 거다. 놀라게 하지는 못해도 욕은 먹지 말아야 했다. 그는 재계서열 30위 안에 드는 반도실업 부사장이다. 자신에겐 왕 부담인 물건도 하찮게 취급될 수 있다. 반기철 입을 통해 팁을 얻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긴, 부사장님은 모든 걸 다 가지셨으니까...” 그녀가 무심결에 입맛을 다셨다. 반기철이 반색했다. “제가요?” “부자시잖아요.” “범털은 아버지죠. 전 완전히 개털이에요.” “호호.범털 개털하니까. 무슨 교도소 얘기 같아요.” 그녀는 반기철 입에서 터진 비속어 한마디에 용기를 회복했다. 막혔던 혈이 뚫린 것 같았다. “전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아버님 같은 회장님은 어떤 것을 좋아하세요?” “그런 분들은 주로 골동품 수집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녀는 골동품이라는 말에 귀가 활짝 열렸다. 어딘지 모르게 만만해 보였다. 그녀는 메모라도 할 듯,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골동품이라면 주로 어떤...” “주로 보물이나 국보에 준하는 물건들이죠.” “...!” “문화재급이라면 아주 광분을 하죠. 노인네들은.” 한가희는 가슴이 답답했다. 보물은 차치하고, 전 재산을 털어도 사적 한 점 구입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선물을 하겠다고 덤벼든 자신이 기특할 정도로 한심스러웠다. “취미가 고상하시네요. 유물을 보시는 안목이 상당하신가 봐요.” 그녀는 회장을 칭찬하는 것으로 자신의 무지를 질타했다. “안목은 형편없어요. 단지, 돈과 권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에 무식하게 집착하는 거죠. 역사를 돈으로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아예 가격조차 매기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돈과 권력으로 살 수 없는 게 딱 두 가지죠. 하나는 시간, 또 하나는 사람 마음.” 반기철은 ‘사랑.’이란 말을 애써 ‘사람 마음.’이라고 완곡하게 꾸몄다. “맞아요. 세월을 거스르고, 사람 마음을 뜻대로 얻을 있는 건 신 밖에 없을 거예요.” 그녀 말투에 가을바람같은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반기철은 신이 되고 싶었다. “근데, 아까부터 선물 얘기는 왜 자꾸 묻는 거죠?” “...” “저한테 뭐 주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거예요?” 반기철이 눈알을 반짝였다. 그녀는 여기까지 와서 굳이 질문한 의도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사소하더라도, 답례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반기철이 그녀를 보고 바짝 다가 앉았다. “정말 제가 원하는 건 뭐든 주실 수 있나요?” 한가희는‘물안개.’라고 자동반사를 할 뻔 했다. “제 능력이 허락한다면 최대한 애써 볼 게요.” 반기철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썩은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진달래?” “네?” 그녀는 뭔가 묵직한 것이‘훅’하고 들어오는 느낌을 쎄게 받았다. 진달래가 담고 있는 불순한 의미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부인을 보고 있자니까, 왠지 진달래가 떠 올라서요.” “진달래는 좀 슬프지 않나요? 김소월님 시도 그렇고.” “진달래 꽃 말이 뭔지 아세요?” “아뇨.” “사랑의 기쁨이에요.” *** 호텔 복도. “이러지 마세요. 분명히 물안개라고 했잖아요.” 그녀가 반기철 품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반기철은 싫다는 그녀를 납치하다시피 호텔방으로 끌어 들였다. “안개꽃 말이 뭔지 아세요?” “몰라요. 알 필요도 없고.” “사랑의 성공이에요.” “이건 사랑이 아니예요. 전 결혼한 유부녀예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이러시면 안돼요. 전 가정이 있어요.” “저도 있어요.” “이러는 건 가족한테 죄 짓는 거예요.” “죄라면 부인을 너무 늦게 만난 죄 밖에 없어요. 부인이 조금만 빨리 내 앞에 나타났어도. 내가 죄 지을 일은 없었을 거예요.” 반기철은 한가희를 자기 품에서 완전히 구속했다. 그녀는 머리를 가로 젖는 것 외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에게 반기철은 독이 든 성배였다. 남편의 상사라서 물리쳐야 했고, 같은 이유로 거역할 수 없었다. 그가 맘만 먹으면,남편 정도는 아주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신세였다. 남편이 쓰러지면 자신도 망가져야 하는 운명이다. 반기철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의 마수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당장 달려나가 그를 강간범으로 신고를 하든지, 일정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했다. 그녀가 조용히 다짐을 놓았다. “오늘 한번만이에요.” 한가희는 목각인형처럼 두 팔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반기철 입가에 비열한 소가 그어졌다. “체념인가요?” “비슷해요.” “첫 눈에 부인에게 반했어요. 이건 사실이에요. 난 위계를 앞세워서 강제로.” “그만해요.” 그녀가 앙칼지게 말을 잘랐다. 편 계급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 승진을 빌미로 몸을 파는 싸구려 창녀가 된 기분이다. 치마 속을 들먹이는 걸 참는 게,차라리 마음 편했다. 반기철도 더 이상 회사를 팔아 먹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부서져라 끌어 안았다. 그녀 입술이 바짝 다가왔다. 반기철이 키스를 시도하려는 순간,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호텔방까지 들어와서 키스를 거부당해 본 일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정조는 팬티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스크 안에도 있었다. 그는 일단 한가희의 절개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가 노리는 다음 행선지는 치마 속이었다. 설마 여기까지 저지 당하면 꼴이 우스워진다. 토론이나 하자고 호텔방까지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반기철 손이 그녀 가랑이로 진입했다. 뜻밖의 습격에 그녀가 엉덩이를 뒤로 뺐다. “반항하지 말아요. 이미 늦었어요.” 반기철은 그녀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거칠게 삼각주를 더듬었다. 혼곤한 열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그녀가 순수하게 점심만 대접하기 위해 약속을 잡을 리 없었다. 반기철 그것이 서서히 몸집을 키워갔다. 한가희는 얼굴이 화끈했다. 반기철과 마주 앉아 있는 동안, 딴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누가 봐도 매력 넘치는 남자였다. 한번쯤 안겨보고 싶은 넓은 어깨와 미끈한 인상을 가졌다. 그를 남편 직장의 상사로만 대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길을 걷다가 한번은 돌아보게 만드는 외모가 한가희였다. 눈이 멀지 않았다면, 반기철이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부하직원 마누라를 넘어 서서 한 명의 여자로서도 그의 눈에 들고 싶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속마음이지 반기철을 홀려보겠다는 의미는 추호도 없었다. 반기철은 유혹해서도, 유혹할 수도 없는 상대였다. 같이 밥을 먹으며 간간이 야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소음순이 간질거리고, 팬티가 젖어오는 느낌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그걸 반기철에게 들킨 것이다. “헙.” 한가희는 짧은 탄식이 터졌다. 그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 온 것이다. 엉망으로 젖어버린 틈새를 그에게 점령당한 것이다. 부끄러웠다. 자위를 하다가 남동생에게 들킨 것처럼 수치스러웠다. 반기철이 손가락으로 갈라진 틈을 장난치듯 희롱했다.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셨군요.” “...” “저 몰래 무슨 상상을 한 거죠?” 가랑이에서 자작대는 소리가 피어 올랐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오르가즘까지 느낄 판이었다. 그녀는 반기철을 밀어냈다. “저 먼저 씻고 올게요.” 목욕실로 향하는 한가희를 반기철이 흐믓한 얼굴로 바라봤다. 욕실로 들어 온 그녀는 하나씩 옷을 벗어나갔다. 완전히 알몸이 된 그녀가 거울 앞에 섰다. 몸통을 좌우로 비틀어 보았다. 자신이 봐도 아름다운 몸이었다. 출산 경력이 무색한 몸매였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자조 섞인 웃음이 터졌다. 이 상황에서도 예뻐 보이고 싶다는 게 가증스러웠다. 한참을 눈동자만 굴리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 쏟아지는 물줄기에도 몸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오히려 달아오르고 있었다. 샤워가 끝나면 반기철과 한 편의 야동을 찍어야 했다. 끔찍한 상상에도 질은 계속 젖어만 갔다. 그녀는 바닥에 쭈르려 앉았다. 물줄기를 가랑이에 사이에 집중했다. 지저분한 욕정이 말끔히 씻겨 나가길 기도했다.질 속으로 중지를 밀어 넣었다. 여전히 미끈한 애액으로 흥건했다. 그녀는 검지와 중지로 밑을 활짝 벌렸다. 동굴 깊숙한 곳까지 물줄기를 쏟아 넣었다. 그때. “저도 같이 해도 될 까요.” 반기철이 문을 열었다. 그는 완전히 탈의한 상태였다. 수건으로 몸 중심만 가리고 서 있었다. “어머.” 한가희는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다. 그녀는 서둘러 밑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몸이 고슴도치처럼 웅크려졌다. 그녀는 샤워기 물줄기를 젖가슴으로 안은 채 반기철을 째려봤다. “아직이에요. 나가 주세요.” “따로 샤워하는 건, 어쩐지 어색해서요.” 반기철은 꿋꿋하게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소스라쳤다. “아직 덜 씻었어요.” “나머지는 제가 씻어 드릴 게요.” “그게 아니라...여긴 너무 밝아요.” 그녀가 샤워기를 안은 채 일어섰다. 물줄기가 젖가슴을 타고 커튼처럼 흘러 내렸다. “불은 끄면 되죠.” 반기철은 문 밖으로 손을 뻗어 전등버튼을 꺼 버렸다. 욕실이 일순 어두워졌다. 반기철 실루엣만이 문 앞에 어른거렸다. 그녀가 애원하듯 소리쳤다. “무서워요. 불 켜세요.” 반기철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출입문을 닫아버렸다. 욕실 안이 무덤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때로는 어둠으로 마음을 밝힐 수도 있죠.” 반기철은 파동으로만 존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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