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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포르노. 21. 그녀가 무수정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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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그녀가 무수정인 이유.

반기철과 한가희 섹스 동영상을 무단 유포한 지도 한 달이 흘렀다. 난 그 기간 동안 한가희 부부를 예의주시했다. 솔직히 사생결단이라도 낼 줄 알고 기대가 만땅이었다. 그 집구석은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평일에 서용하가 보이지 않아서 이혼 한 줄 알았었는데, 서대리는 주말이면 가끔씩 집에 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주말 부부가 됐다고 했다.

난 서대리라는 인물을 다시 보기로 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면 남들 구설수에서 어느 정도는 해방될 수 있는 문제라고 쳐도, 배우자 포르노 데뷔를 눈감아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성에 상당히 개방되어 있거나, 관대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 지 몰랐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겉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난 이번 사건으로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

반기철은? 서대리 옆구리를 찔러서라도 알고 싶은 대목이지만 생사확인은 불가능했다. 알아서 잘 박살 났겠거니 믿는 수 밖에.

한가희 부부를 염탐하는 기간 중에 쾌거가 있었다. 1주일 간 무인도에 표류해 있었다.

미스유니버스 출전자를 싣고 비행하던 여객기가 태평양 무인도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있었다. 난 사고 비행기에서 생존한 유일한 남자였다. 동영상에서 사전 예고한 대로였다.

여자들은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하게 살아 남았다. 상상이 가는 가. 그 해에 전세계를 대표하는 미녀들과 무인도에서 같이 생활하는 일이 얼마나 황홀한 일상을 선사하는지.

드넓은 백사장 뒤편에는 열대 과일이 넘쳐났다. 해변에는 조심성 없는 생선들이 떼지어 헤엄쳐 다녔다. 그곳은 말 그대로 지상낙원이었다.

난 시도 때도 없이 이국미인들과 섹스를 즐겼다. 백마, 흑마, 적토마에 이르기까지 맘 내키는 대로 말을 갈아탔다. 그곳은 섬이 아니라 거대한 마구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수없게 구조가 되고 말았다. 방송국에서 날아 온 다큐멘터리 팀에 발각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10년 안에 사라질 10개 섬]이란 제목으로 현지 촬영을 나온 것이다. 빌어먹을 지구 온난화. 남의 얘긴 줄만 알았는데, 내가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난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꽤 오랜 기간 현타에 시달려야 했다. 날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열리지 않는 동영상이었다. 나의 유일한 낙이 먹통이 되자 머리까지 꽉 막혀서 뭘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갈수록 짜증만 늘었다.

오늘은 왠 일로 동영상 파일 하나가 재생이 됐다. 난 충혈된 눈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장소는 화장실이다. 남학생 한 명이 변기 칸에 앉아서 낙서를 하고 있었다.

거대 남근 사이로 벌거벗은 여자가 쭈그려 앉은 그림이다. 여자는 정액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전형적인 화장실 아트였다. 작품이 완성되어 갈 때쯤 화장실 문이 덜컥 열렸다. 남학생은 너무 놀라 변기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이게 끝이다.
암전된 화면 위로 엔딩크레딧이 올라갔다.

‘어라. 장난 나랑 지금 하냐?’재생시간에 비해 영상이 너무 짧았다. 난 별 생각없이 영상을 처음으로 돌렸다. 그게 실수였다. 정지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바로 꺼져 버렸다. ‘아뿔사’스크롤 바로 조정했어야 했어야 했다. 멍청한 짓을 하고 말았다.크게 상심한 나는 딸딸이도 생략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난 하루 종일 컨디션이 안 좋았다. 어제 본 동영상이 문제였다. 아무리 되새겨봐도 기분 좋은 결말이 아니다. 화장실 낙서는 명예로운 행위가 아니다. 들키기까지 했다면 대쪽을 감수해야 한다. 머리 속이 뒤숭숭했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일찍 학원을 나섰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갑자기 아랫배가 싸늘했다. 신호를 보니 급똥이다. 난 맞은편 입시학원으로 냅다 달렸다.

이 건물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 다니던 학원이다. 화장실은 1층 비상 계단 앞에 있었다. 남자화장실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에서 학원 선생님과 마주쳤다. 여선생이었다.

“조세호? 맞지?”
“네. 안녕하셨어요?”
“몇 년 안 보는 사이에 멋있어졌네? 키도 큰 것 같고.”
“서...선생님도 더 아름다워지셨네요.”

립서비스가 아니다. 그녀는 숨만 크게 쉬어도 블라우스가 터져 나갈 것 같은 폭탄유방을 지녔다. 허리는 잘록했으며, 엉덩이는 터무니없이 거대했다. 두꺼운 허벅지에 걸맞지 앉게 종아리는 날씬했다. 이해를 돕자면 일본 동인지에 나오는 여자캐릭터와 완전 빼박이 그녀였다.

“말이라도 고맙다 얘.”
“진짜예요. 선생님은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세호는 많이 변했어. 어깨도 넓어지고 늠름해졌다. 대학생활은 재밌어? 군대는?”

그녀는 내 근황이 몹시 마려웠다는 듯. 질문들을 마구 밀어냈다. 평소 같으면 고맙게 응대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싹할 정도로 뒤가 급했다. 그녀 쾌변을 받아 줄 여유가 휴지 한 장만큼도 없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제가 좀 급해서요.”

그녀도 눈치가 있는지라.

“어머. 미안. 급한 사람 붙들고 말이 길었다. 빨리 볼 일보러 가.”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봬요.”
“그래. 다음에 만나면 맛있는 거 사 줄게.”
“네. 꼭이요.”

그녀는 앙증맞게 손을 흔들고는 계단을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위급한 중에도 그녀 엉덩이에 눈길이 갔다. 핀 스트라이프 미니스커트는 그녀의 심볼 같은 패션이다.

손바닥으로 내리치면 ‘쩍.’하고 터져버릴 것 같다.

“후우.”

아슬아슬했다. 변기에서 돌아 설 틈도 없었다. 들어 간 자세 그대로 벽을 보고 구렁이를 순산했다. 화장실이 나를 살렸다. 이 화장실은 ‘앉아 쏴’ 형태의 좌변기가 아니다. ‘쪼그려 쏴’자세를 강제하는 화변기다.

한바탕 속을 비우고 나니까. 이제야 세상이 자기 색깔을 찾았다. 방금 전만해도 주변이 온통 노란색이었다.  아직 장 속에 남아있는 잔당들을 소탕하면서 주위를 둘러 봤다.

화장실은 고딩 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두 다리를 벌릴 수 있을 정도만 허락하는 좌우 폭, 머리와 엉덩이만 닿지 않을 정도의 앞뒤 거리. 난 가슴에 안았던 배낭을 머리로 받친 채 오리걸음으로 자세를 반대로 돌렸다.

대변 칸 칸막이도 그대로다. 얼룩이 좀 더 진해지고 화장실 낙서가 빛이 바랜 정도다. 화장실이란 공간은 묘한 매력이 있다. 외부 세계와 완벽히 분리된 독립공간이 대변 칸이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면 사색에 빠지기 딱 좋은 장소다.

사색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잠재된 리비도를 구체화하는 게 고작이다. 어느 미술 평론가가 논평했듯 엉덩이를 까고 앉은 원초적인 자세가 생리적 배설과 함께 관념의 배설을 유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 지켜보는 출입문에도 예전엔 커다란 포르노 그라피가 소묘되어 있었다. 원본은 지워지고, 세월에 씻겨 여백처럼 희미해져 있다. 빈 공간을 보면 손이 근질 거리는 게 화장실 아티스트들의 본능이다.

빈 공간이 커다란 캔버스로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 채워 넣고 싶은 창작열이 변기를 타고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난 배낭에서 수성펜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오랜만의 작화라서 그런지 긴장이 바짝 됐다. 어디서부터 선을 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비단 붓을 놓은 시간이 오래돼서 떨리는 건 아니었다. 어젯밤 시청한 야동 아닌 야동이 꺼림칙했다.

화장실 낙서하다가 발각된 장면이 아무래도 찜찜했다. 곱씹어 봐도 기분 나쁜 결말이지만 뽀르노는 뽀르노다. 어쨌든 하긴 한다. 더구나 이번 편 주인공은 나다.

맨날 남의 몸의 빌려 딴 놈 자지만 호강시켰었다. 일만 잘 풀리면 애인은 덤이다. 방금 전 마주친 여선생이 떠 올랐다. 이름은 노수정. 학원생들 사이에서는 ‘노모자이크.’무수정으로 통한다.

치마를 입든, 바지를 입든. 한결같이 터질 듯한 하의를 입는 그녀였다. 당연히 관심사는 그녀 속옷이다. 팬티자국이 남지 않는 걸로 봐서 끈 팬티나 노 팬티로 활보하고 다니는 게 거의 확실했다.

떠들기 좋아하는 녀석들 중에는 자신이 직접 노팬티를 훔쳐봤다고 자랑질 해대던 망나니들도 더러 있었다. 심지어 직접 빠구리까지 텃다는 놈들도 간간이 끼어 있었다.

근거라고는 털 끝만큼도 없는 개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들을 때마다 패버리고 싶었던 이유는 왜 일까? 그 시절 난 일편단심 무수정을 향해 단백질을 발사했었다. 고3이면 벌써 4년 전 일이다. 지금도 예쁜데 그 때는 오죽했을 까.

그녀 외 다른 여자는 그저 여자사람이었다. 지금 그녀 나이는? 서른 하나, 둘 정도 일 거다. 익을 대로 익은 무수정이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동영상이 암시하는 게 무수정과의 섹스일지 몰랐다. 반드시, 결코, 무조건 그래야만 한다. 모델이 정해지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난 무수정 관통의 염원을 펜 끝에 실었다.

화장실 낙서 원화를 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림 실력이 별로다. 원본에 덧칠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주제에 맞지 않는 작업치고는 그림은 잘 그려졌다.

뒤통수에 질끈 묶은 포니테일, 타원형의 날렵한 뿔테안경, 미사일 같은 젖가슴, 가는 허리, 터무니 없는 엉덩이와 허벅지.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성인만화 속 여선생님 모습이다.

난 여기에 결정적 단서를 하나 더 추가했다. 허리 춤에 말린 핀 스트라이프 치마였다. 내가 그려 놓고도 너무했다 싶은 정도로 무수정과 판박이다.

지우기가 아까울 정도로 선묘가 살아 있었다. 지나치게 완벽했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그녀에게 미칠 추문을 고려하면 없애야 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그녀는 어느 시절이던 성 추문을 달고 사는 여자다. 그림으로 형상화 좀 됐다고 이미지에 크게 빠따 맞을 일은 없다.

큰 일은 내가 당한다. 내가 입시학원 앞에서 급똥이 마려웠던 것도, 무수정을 마주친 것도, 깨끗한 캔버스를 마주한 것도. 동영상이 만들어낸 일련의 절차 같은 것이다. 신탁을 무시하는 자, 저주만이 기다릴진저.

이제 남은 일은 공백을 없애는 거다. 특히 가운데 구멍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공백으로 방치하면 엉뚱한 놈 손을 타게 되어 있다. 누구 물건도 아닌 내 물건으로 빈 틈 없이 끼워 맞춰야 한다.

무수정은 여성 상위로 내 자지를 흡입했다. 말이 자지지 끝나고 나니까. 다리가 세 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기둥이 그녀 구멍에 박혀 버렸다. 공중에 떠 있다는 착시까지 불러일으키는 기괴한 포즈가 되었다.

난 그녀 상반신 주변도 꼼꼼하게 메워갔다. 방치하면 어떤 놈 자지를 물던지 하나는 삼키게 되어있다. 빨든지, 잡든지. 모두 내 자지여야 했다. 완성하고 보니까. 시바여신 몸에 팔 대신 육봉이 자라난 것 같았다.

모든 걸 감안해도 화장실 뽀르노 치고는 수준급 작품이 탄생했다. 화풍도 어설프게나마 극 사실주의를 표방했다. 무엇보다 화장실뽀르노가 갖추어야 할 최대덕목인 압축과 과장, 난잡함이 제대로 묘사되었다. 이제 무수정 왕가슴에 내 자지를 파묻는 순간만 기다리면 된다.

다음날. 입시학원 남자 화장실 내부는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웠다. 학생들은 세 번째 변기 칸 앞에 우르르 몰려 있었다.

“와. 시발. 이거 무수정 아냐?’
“존나 빼박이다. 줄무늬 치마까지. 똑같아.”
“누가 그렸을까?”
“누가 그렸는지 몰라도 뽀르노를 아는 인간인 것만큼은 분명해. 인물부터 구도까지 제대로 취향저격이잖아.

학원에 맴도는 이상기류가 노수정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남자들의 끈적한 눈길을 감지했다. 평소에도 건조한 시선을 받는 것은 아니다. 볼륨 심한 몸매와 과감한 노출은 늘 가십거리다.

노수정은 그것을 즐겼다. 남자들 관심사에서 벗어난 삶은 수치스럽고 무의미한 인생이었다. 아무도 취하지 않는 매력을 발산해서 뭐 하겠는가. 그것은 공해나 마찬가지다.

오늘은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비유하자면 ‘은꼴.’과 ‘대꼴.’의 차이랄까. 남자들이 대 놓고 등 뒤에서 수근 댔다. 처음엔 치마 뒷단이 터지기라도 한 줄 알고 깜놀 했었다.

섹시한 것과 칠칠 맞은 것은 근본이 다르다. 수시로 만져보고 거울에 비춰봐도 무결점 맵시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오늘따라 남자들만 보면 발걸음이 위축됐다.

특히 남자화장실 앞을 지날 때면 속옷만 걸치고 활보하는 것처럼 얼굴이 달아 올랐다. 놈들은 눈길만 기름진 게 아니었다. 몸에서 비릿한 밤꽃 냄새마저 풍겼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놈들이 풍기는 노린내가 남자화장실에서 묻어 나오는 것만큼은 틀림없었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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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7-04 17: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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