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포르노. 23. 야설 작가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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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야설 작가 데뷔. 그는 자객처럼 3사로 안으로 들어왔다. 무수정 치부가 그려진 공간이다. 그녀가 눈쌀을 찌푸렸다. 마치 볼 일을 보다 괴한의 습격을 받은 듯 인상을 구겼다. 잠시 후 남자가 허리띠를 풀었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 배설음을 청취하게 생겼다. 한 두 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무수정이 합석한 상태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퍼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귓구멍 막았다. 남자는 그 상태로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 지독한 변비라도 오줌은 눠야 했다. 방귀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무수정이 귓구멍에 박힌 손가락을 뽑았다. 잠시 뒤. “찰칵. 찰칵. 찰칵.” 버클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금속 타격 음은 시간이 갈 수록 맹렬해 졌다. 곧이어 남자 신음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 아흑. 하아.” 신음소리를 타고 살가죽 털어대는 소리가 실려왔다. 놈이 뭔 짓을 하는 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무수정도 눈치 챘는지 놀란 눈으로 입을 가렸다. 놈은 딸딸이를 치고 있었다.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놈이 가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아...수정선생...무수정...아...아.” 놈이 무수정을 애타하게 부르고 있었다.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같은 남자로서 망신스럽기도 했지만 내 작품이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무수정은 몸 둘 바를 몰랐다. 한 놈은 자신을 모델로 포르노그라피를 생산하지를 않나. 또 한 놈은 오밤중에 화장실 벽을 붙들고 용두질을 하질 않나. 모르긴 몰라도 집에 짱박혀 있는 남자원생 상당수도 무수정을 노래하며 심벌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학원남자들 딸감으로 전락한 여선생 기분을 헤아리기에는 내가 지은 죄가 너무 무거웠다. 다 내가 빚어낸 촌극이다. 그녀를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난 무안해 죽겠는데,놈은 쾌감에 죽겠다는 듯 온몸을 떨어댔다. “아아아아. 수정아... 무수정아...아아.” 놈은 비명 같은 신음을 토해낸 뒤로, 급격히 조용해졌다. 사정을 한 것이다. 무수정이 허탈한 표정을 대신 지었다. 놈은 바지를 추스른 다음, 3사로 문을 열었다. 그녀와 난 누가 먼저랄 게 없이 칸막이 틈으로 머리를 박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놈의 뒷모습은 확실히 포착됐다. 복장으로 봐서 놈은 학생이 아니었다. 거기까지였다. 뒤통수만 가지고 신원을 파악하기에는 관찰시간이 너무 짧았다. 시간이 충분했어도 얼굴을 못 본 이상 식별은 힘들었다. 혹시 무수정이라면 가능할 수도. “누구죠?” “알아서 뭐하게? 대딸이라도 쳐 주게?” 그녀는 분기탱천해서 2사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가 향한 곳은 3사로였다. 문을 열자 알몸인 여자가 기마자세로 박제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훼손됐다. 정수리부터 턱밑까지 한 줄기 고농도 액체가 흘러내렸다. 수성잉크는 수분에 희석되어 마스카라처럼 번져 있었다. 물줄기는 아직도 도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수정이 냉소를 머금었다. “이런 씹새끼들...” 그녀는 현기증이 나는지 휘청했다. 난 재빨리 부축했다. 그녀는 보기보다 가냘펐다.허리가 한 줌 밖에 되지 않았다. 아랫도리가 불끈했다. 무수정과 화장실에서 조우한 것은 운명이다. 그녀는 학원 내에서의 자기 위상을 직접 목격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겨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씹쌔가 어디다가 손을...” 그녀는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내 뺨에 스매싱을 날렸다. “짝.” 눈 앞에 불이 번쩍했다. 그녀가 호통을 쳤다. “꿇어.” 난 그녀 서슬에 눌려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내 주위를 인공위성처럼 빙빙 돌았다. “너 그림 잘 그리더라?” “...” 그녀 억양만 가지고는 욕인지, 칭찬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곁눈질로 3사로 문을 훑었다. “비꼬는 거 아니야. 나 보다 더 나처럼 잘 그렸네.” “...” “너 야설도 쓸 줄 알아?” “...?” “야설 몰라? 짜샤.” 무수정이 날 발로 차는 시늉을 했다. 난 움찔해서는. “야...야한 소설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아시꾸리한 소설.” “써 본 적 없는데요.” “읽은 적도 없어?” “이...읽기는 좀 했죠.” “그럼. 쓸 줄도 알겠네.” 무수정은 거의 반 협박으로 날 야설작가로 만들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는 교사 현황판이 걸려 있었다. 명함판 사진 옆에 이름과 담당과목이 적힌 약식 연명부였다. 그녀가 남자 선생들을 무작위로 지목했다. “이 인간들 주인공으로 한 편 써 봐.” “전 사람 얼굴은 잘 못 그리는 데요.” “얼굴은 안 그려도 좋아. 대신 이름은 실명 그대로 사용해.” “정말. 그래도 될까요? 문제 생길 것 같은데...” 그녀가 날 째려봤다. 눈에 독을 품고 있었다. “너 사람 차별해? 난 되고, 딴 사람은 안 되는 이유가 뭐야?” “...” “지들도 사람들 입방아...아니 떡방아에 한번 올라 봐야해. 그래야 고통을 알지.” 그녀 복수심은 결연하기까지 했다. 난 달리 도리가 없었다. “여기 있는 선생님들을 전부 다 등장시켜야 하나요?” 대충 헤아려도 열 명은 넘어 보였다. 한정된 지면에 전부 등장시키려면 그룹섹스로 가는 수 밖에 없다. 등단도 하지 않은 초보작가가 묘사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왜. 떼씹은 힘들어?” ‘헐.’무수정은 최상위 비속어까지 거침없이 사용했다. 그녀가 슬슬 두려워졌다. “당연하죠. 소설이라는 게 감정이입이 되야 하는데, 인물이 너무 많으면 집중도 잘 안되고, 묘사하기도....” “좋아. 그럼. 얘들은 빼.” 그녀는 손가락으로 탈락자를 지워 나갔다. 거의 반 이상이 잘렸다. 인물이 조금 빠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털려 나갔다. 못 생긴 사람은 픽션,논픽션을 가리지 않고 천대 받았다. 세상은 참 냉정한 거다. 그녀가 생존자를 하나씩 가리켰다. “딱. 네 명 남았다. 이제 만족해?” 네 명 정도는 만만해 보였지만 빠진 사람이 있었다.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게이물을 쓰라는 건가? “여자는요?” “나 있잖아.” “...?” “여자는 나 하나로 충분해. 다른 사람까지 끌어 들일 필요 없어.” 어차피 버린 몸이라는 건가. 희생이라고 해야 할지, 욕심이라고 해야 할지. 무수정은 카미카제도 울고 갈 무대뽀정신을 탑재한 인간병기였다. 난 그녀가 명령하는 대로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무수정은 마감을 독촉하는 편집장처럼 날 족치고 들었다. 단편이라고 좋으니 내일 아침까지 야설 한 편을 완성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화장실에 홀로 남겨진 나는 한숨만 나왔다. 섹스는 고사하고 팔자에도 없는 야설작가로 데뷔 해야했다. 열려있는 2사로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무수정이 똥구멍을 활짝 버리고 쓰러져 있었다. 어쩌자고 저런 모진 자세를 그렸을까.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삽화를 살려야 했다. 오래 전 읽었던 야설 한 토막이 떠올랐다. 그 소설이면 그림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난 주저없이 펜을 들었다. 다음은 소설 속 이야기다. *** 무수정은 막 사범대를 졸업한 신출내기 교사다. 그녀의 첫 근무지는 전교생이 50명도 되지 않는 미니 초등학교였다. 교사라고는 교장 한 분, 그녀를 제외한 총각 선생님 두 분, 소사 일을 맡고 있는 청년까지 계산해도, 교직원 수는 고작 다섯 명이었다. 학교가 워낙 두메 산골에 위치한 탓에 선생님들은 모두 사택에서 자취를 해야만 했다. 손수 밥을 해 먹어야 하는 게 귀찮긴 했지만 학교생활은 마음에 들었다. 마을은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 순박한 마을 주민, 순수하고 명랑한 꼬맹이들. 딱 한가지 불편한 건 화장실이었다. 냄새 나고 파리 끓는 푸세식 화장실은 도저히 적응 불가였다. 노수정이 짜낸 묘안은 야외 화장실이었다. 인적 없는 모든 들판이 그녀 화장실로 애용되었다. 가끔씩 나무꾼이 지뢰를 밟는 사고가 나기도 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야외 화장실은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었다. 악취에서 해방되는 것은 물론이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간질거리는 산들바람도 야외화장실 매력에 취하게 했다. 이제는 즐겨 찾는 명소까지 찍어 둘 정도로 그녀는 야외화장실을 사랑했다. 야외 화장실은 그녀만 애정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비밀스러운 배설활동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학교 소사였다. 이름은 김만석, 올해 나이 서른으로 무수정보다 5살이 많았다. 김만석이 화장실을 발견한 것은 최근이었다. 더덕을 캐러 왔다가 우연히 득템을 한 것이다. 보름달처럼 뽀얗고 매끄러운 노수정 엉덩이에 김만석은 혼을 빼앗겼다. 하루라도 그녀 엉덩이를 감상하지 못하면 금단현상까지 일어날 정도로 노수정 엉덩이는 치명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화장실 이용시간까지 알고 있는 전문 참관인이었다. 이 사실을 알리 없는 그녀는 요일까지 정해 두고 야뇨 장소를 옮겨 다녔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학교는 더 없이 고요했다. 집에 내려가지 않는 휴일엔 탁 트인 벌판이 제격이었다. 그녀는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바지를 내렸다. 김만석은 침을 삼키며 이 광경을 훔쳐보고 있었다. 이 장면 하나를 눈에 담으려고 새벽부터 잠복 중이었다. “쏴아아아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 힘찬 오줌 발로 풀잎을 적셨다. 김만석 육봉이 텐트를 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바지를 내렸다. 딸딸이는 현장 딸딸이가 최고였다. 그도 이 맛에 취해 학교가 쉬는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녀의 소변 줄기가 줄어들 때 쯤. 그녀 엉덩이를 노리는 생명체가 나타났다. 말벌 한 마리가 그녀 항문 주변을 맴돌았다. 무수정 귀에도 말 벌 날개 짓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화들짝하며 엉덩이를 빼려는 순간. “악.” 무수정이 단말마를 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말벌에 쏘인 것이다. 똥꼬 정중앙을 쏘였다. 호수처럼 드넓은 엉덩이에서 하필이면 엑스 텐을 명중 당한 것이다. 똥꼬 주름이 펴질 정도의 강렬한 충격이 척수를 찌르고 들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벼락맞은 석상처럼 꼼짝도 못하고 풀밭에 쓰러져 있었다. 김만돌은 당황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야 했다. 그는 벗었던 바지를 부랴부랴 주워 입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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