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뽀르노 24. 누구를 위한 각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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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누구를 위한 각색인가. 난 여기까지 쓰고 펜 뚜껑을 닫았다. 이야기가 고갈된 것은 아니다. 지면이 부족했다. 글씨를 너무 크게 쓴 게 화근이었다. 난 다음을 기약하고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학원 남자화장실은 아침부터 시장 통이었다. 남학생들은 2사로와 3사로에만 들어가면 변비를 호소했다. 1사로와 4사로가 비어 있어도 주문은 2,3사로로 집중됐다. 그날 밤. 난 자정이 지나서야 학원화장실로 돌아왔다. 무수정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서 와. 세호야. 왜 이렇게 늦었어?” 그녀는 태도가 180°바뀌었다. 어제가 원고 마감을 독촉하는 표독한 편집장이었면, 오늘은 공연이 끝나기만 기다리던 구루피처럼 날 열렬히 환영했다. 그녀는 내 볼에 가벼운 뽀뽀를 날리더니, 날 2사로로 끌고 갔다. “헐.” 난 고개를 돌렸다. 다시 봐도 엽기적인 자세다. 무수정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기 봐봐. 독자들 반응이 뜨거워.” 그녀가 말한 대로 그림 주변엔 응원 덧글로 도배가 되었다. 개중엔 엄지 손가락을 위로 향한 ‘좋아요’마크도 찍혀 있었다. 비난과 욕설만 피해도 기적이다 싶은 만행이었다. 갈채가 쏟아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일한 불평은. “왜 소설을 쓰다가 말았어? 이런 데서 자르면 어떡해.” 무수정은 애가 타는 지 발까지 동동 굴렀다. 자신을 모욕해달라고 아우성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지면 관계상 끊기는 했지만, 오늘은 마무리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무슨 내용인데? 나한테만 살짝 말해 줄 수 없어?” “그건 곤란해요.” 난 한칼에 거절했다. 미리 구상해둔 내용은 있었다. 단지 쓰기도 쪽 팔린 내용을 내 입으로 떠들어 댈 수는 없었다. 더구나 당사자 앞에서. “왜? 미리 알면 김샐까 봐?” “그냥... 창작자 자존심은 지켜주셨으면 해요.” “알았어. 대신 나도 조건이 하나 있어.” “뭔데요?” “지금 전개대로라면 나는 김만석선생님이랑 하는 거야?” “이변이 없는 한 소사청년이랑 하게 되어 있죠.” “상대를 바꾸면 안 될까?” 무수정은 교사현황판에서 특정인을 지목했다. “첫 판은 여기 있는 선생님이랑 하게 해 줘.” 영어담당 조기현선생이었다. 경쟁자 중 가장 훈남이었다. 그녀 취향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가 내 눈치를 살폈다. “힘들까?” 어려울 건 없다. 소설이야 작가 마음이다. 드리블은 내가 치는 거다. 수비수 한 명 벗겨내는 거야 공격수 하기 나름이다. 내가 갑갑한 건 UBS스토리가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대놓고 자신을 능욕해 달라는 여자가 눈 앞에 있다. 여기까지 와서 무수정과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랑 떡을 칠 것이며, 그녀는 어떤 놈이랑 굴러먹는다는 말인가. 동영상 믿고 있다가 화장실 낙서꾼으로 전락하느니. 직접 돌진하고 볼 일이다. “저는 어떨까요?” “저라니?” “조기현 대신 조세호를 등장시키는 건 어떠세요?” “작가가 자기 소설에 직접 나와도 돼?” 그녀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안 될 거 없죠. 자서전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녀는 잠시 눈을 끔뻑이더니. 배를 잡고 웃었다. “호호호호호.” “웃지 마세요. 소설이 꼭 허구여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전 논픽션으로 쓰고 싶어요.” 말은 근사했지만 노수정을 감동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가 새침한 눈으로 날 째려봤다. “너 지금 나랑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거야?” 그녀는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쪼끄만 게 까져가지고. 넌 나랑 자려면 아직 멀었어.” 무수정은 예의 악랄한 편집장으로 돌변했다. 그녀는 나를 1사에 박아 넣고 마감을 압박했다. “까불지 말고 집필에나 전념하셔.” 난 완전히 의욕상실이었다. 여자도 못 꼬시는 애송이가 야설은 써서 무엇하리. 그녀는 내 사기를 의식했는지, 화장실을 떠나면서 당근을 던졌다. “내가 젖을 수 있게 잘만 쓴다면 한번 줄 게.” 그녀의 선심성 약속에 창작의욕이 다시 발기했다. 난 즉시2편을 써내려 갔다. *** 김만석이 지퍼를 올리며 엉거주춤 일어나려는데. “후다다다닥.” 노수정을 향해 누군가 비호처럼 달려갔다. 같은 학교 남자교사였다. 5,6학년을 담당하는 조기현이었다. 김만석은 죄 진 사람처럼 풀숲에 머리를 묻었다. 조기현은 누워있는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노 선생님 정신차리세요.” 그녀는 홍조 띤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조기현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무수정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됐다. 바지가 무릎아래로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조기현은 바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시급한 건 응급조치였다. 그는 그녀를 들쳐 안고 학교로 뛰었다. 지켜보던 김만석도 그의 뒤를 쫓았다. 조기현이 향한 곳은 양호실이었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자마자 바닥에 주저 앉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숨 고를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아직까지 의식불명이었다. 일단 상처부위부터 점검해야 했다. 조기현은 그녀를 옆으로 돌려 누였다. 환부는 애써 찾을 필요도 없었다. 항문이 발갛게 부풀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늘 구멍만한 홈이 두 군데가 뚫려 있었다. 구멍은 손톱 하나 간격으로 나란히 찍혀있었다. 보기에 따라서 뱀 이빨자국 같기도 했다. 조기현은 생전 뱀에 물린 흉터를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벌침흔적도 매일반이다. 둘 다 해독제로 어떤 약품을 써야 하는지 사전지식이 없었다. 아무 약이나 발랐다가 상처를 덧나게 하느니... 침이 옳지 않겠나. 독성을 중화하지는 못해도, 소독 효과만큼은 기대할 수 있으리라. 그는 넌지시 그녀 동태를 살폈다. 눈을 감고 있었다. 신열이 있는지 귀밑이 불그스름했다. 가끔씩 앓는 소리도 했다. 어떤 사고든지 초동대응이 중요했다. 어설픈 성관념에 발목 잡혀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똥구멍이 사람 생명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그녀를 구하려면 일단 독부터 빨아내야 한다. 벌 독이 아니라 뱀 독이라면 자신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조기현은 살신성인 자세로 노수정 엉덩이를 활짝 벌렸다. 물집 같은 부기가 애처롭게 뻐끔거리고 있었다. 그는 화타가 환자 고름을 빠는 심정으로 입술을 오므렸다. 입술에 흡사 항문 같은 주름이 잡혔다. 그는 입술을 그녀 똥꼬에 밀착했다. “쪼옥.” 조기현은 진공청소기처럼 항문입구를 흡입했다. “퉤.” 그는 양호실 바닥에 침을 뱉었다. 기분 탓인지 입술이 바싹 마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치료했던 충치가 신경 쓰였지만 독이 퍼지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그는 같은 부위를 수 차례 빨아댔다. 다행히 노수정 뒷문은 신비할 정도로 깨끗했다. 냄새도 없었고, 각질 한 점 없이 말끔했다. 그녀 항문은 그가 묻힌 타액으로 에나멜처럼 반들거렸다. 그녀 똥꼬는 빨면 빨수록 입 속에 단 맛이 고였다. 꿀처럼 달짝지근한 타액이 한 바가지는 고인 것 같았다. 아까워도 할 수 없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바닥에 버려야 했다. 이 광경을 창 틈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소사 김만석이었다. 그가 받은 낭패감은 지구상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 놈의 딸딸이가 뭐라고, 가죽막대기만 흔들고 있지 않았어도 노수정 구세주는 자신이었다. 최소한 바지만이라도 벗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비탄에 젖어있는 중에도, 손만큼은 여의주를 조몰락거렸다. 김만석 뇌는 관음으로 썩어 있었다. 조기현 정성이 통했는지, 노수정이 의식을 회복했다. 눈을 뜬 그녀는 뱀을 본 것처럼 기겁을 해서 발길질을 했다. “뭐예요.” 그녀는 누운 채로 바지부터 끌어 올렸다. 놀라기는 조기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손바닥을 흔들어 결백을 주장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노선생님이 풀밭에 기절을 해 있길래. 양호실로 옮겨왔을 뿐이에요.” “제가 기절을요?” “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쓰러져 있었어요.” “근데. 왜 제 엉덩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죠?” 노수정은 반쯤 걸쳐진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항문 주변은 오줌을 지린 듯 축축했다. “이 물기는 또 뭐구?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구?” 그녀는 울먹이듯 고함을 쳤다. 조기현은 위기를 직감했다. 살아남으려면 진실을 왜곡할 필요가 있었다. “뱀에게 물렸어요.” “제가요?” “네. 방울뱀처럼 아주 무시무시한 놈이었어요.” 조기현은 필사적으로 둘러댔다. 노수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전 벌에 쏘인 줄 알았는데...” “잘 만져보시면 이빨 자국이 있을 거예요. 송곳니가 가늘고 긴 놈이었어요.” 노수정은 엉덩이를 다시 한번 더듬었다. 항문 입구가 퉁퉁 부어 있었다. 물집 같은 혹 주변으로 잔주름이 긁혔다. 어떤 게 피부 골짜기고, 뱀 이빨 자국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뱀에게 물렸다는 공포가 증폭되자 환부가 뜨거워졌다. 메스꺼움과 호흡곤란 증세도 동반됐다. 그녀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조기현을 바라봤다.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거죠? 죽는 건가요?”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응급조치는 했으니까. 구급차만 부르면 돼요.” “여기까지 구급차가 오려면 30분은 더 걸릴 텐데...” “...?” “그 동안 독이 퍼지면 어떡해요. 항문을 잘라낼지도 몰라..엉엉엉엉.” 그녀는 결국 울음보를 터뜨렸다. 듣고 보니 큰일이었다. 병원까지는 왕복 1시간이었다. 그 시간이면 생사가 갈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묘안은 노수정 입에서 튀어 나왔다. “저...조선생님 한번만 더 빨아주시면 안돼요?” “...?!” “정말 죄송해요. 훌쩍.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요.” “노선생님만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 “더럽다고 너무 욕하지는 마세요. 정말 죄송해요. 엉엉.” 그녀는 올렸던 바지를 스스로 끌어 내렸다. 그도 내리는 걸 도와줬다. 구급차는 호출한지 꼭 30분만에 도착했다. 그 동안 조기현은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혼신을 다해 그녀 항문을 빨아댔다. 조기현은 구급차에는 동승하지 않았다. 그녀는 홀로 병원까지 호송됐다. 환부를 진찰한 의사는 벌침에 쏘인 것이라고 진단을 했다. 노수정은 의사 말을 듣고 격하게 분노를 표출했다. 조기현이 사기를 치고 자신의 똥구멍을 희롱했다고 방방떴다. 의사는 웃으면서 노수정을 진정시켰다. 말벌 침은 꿀벌과 달라서 환부에 박히지 않을뿐더러, 재 사용도 가능하다고 했다. 쏘인 흉터도 절묘하게 파충류 이빨 자국처럼 남았기 때문에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극심한 고통을 느꼈던 것은 조기현 수작에 넘어가서가 아니었다. 노수정은 원래 벌 독 알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뱀 독과 벌 독은 둘 다 신경계를 손상하기 때문에 알러지가 있으면 증상만 가지고는 일반인이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의사는 뱀 독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독을 빨아내 준 조기현을 칭찬했다. 그녀는 의사 설명을 듣고 크게 감동 받았다. 좁은 소견으로 은인을 원수로 대할 뻔 했다. 그녀는 어둠이 깔리고 난 다음에야 학교로 돌아왔다. 조기현은 사택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네. 저 노수정이에요.”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빨리 현관 문을 열었다. 노수정이 과일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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