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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뽀르노 27. 비밀 체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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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비밀 체포령.

교무회의는 학원회의실에서 열렸다. 장방형 탁자 중앙에 학원장이 앉아 있었다. 그는 60세가 넘은 뚱뚱한 남자였다. 학원장은 매서운 눈으로 좌,우를 둘러보며 개회를 알렸다.

“다들 모였습니까?”

교사들은 말이 없었다. 죄지은 것도 없이 서로서로 곁눈질만 쳤다. 학원장이 다시 물었다.

“빠진 사람 없나요?”
“노수정 선생님만 빼면 다 모였습니다.”
“노선생은 왜 참석 안 했습니까?”
“오후 수업이라 지금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빨리 오라고 전화할 까요?”

남자 선생 중 한 명이 휴대폰을 꺼냈다. 학원장이 손을 내저었다.

“놔두세요. 노선생은 없는 게 나아요.”

남자 선생들 중에는 노수정이 제외된 이유를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여자 선생들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노수정 선생님은 왜 빠져도 되죠? 들어서 안될 말이라도 있나요?”

남자들은 여자들 눈치만 볼 뿐 누구 하나 해명이 없었다. 학원장은 답답하다는 듯 손바닥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누가 설명 좀 해 봐요. 다들 알면서 왜 모른 척 하는 겁니까? 거기 심선생.”
“네?”

심이라고 호명 당한 남자가 흠칫했다. 학원장이 그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오늘 화장실 출입이 제일 잦았던 만큼, 내용도 잘 알 것 아닙니까.”

심선생은 조기현을 슬쩍 훔쳐본 뒤 낮은 소리로 웅얼댔다.

“줄거리만 대충 말해도 될까요?”

학원장이 호통을 쳤다.

“그럼. 전문을 다 읊으려고 했어요? 성희롱으로 잡혀가고 싶어요?”

심선생은 여선생들을 최대한 배려해야 했다. 순화된 단어만 엄선해서 사건 전말을 공개했지만. 여선생들은 거의 발악을 했다.

“어머. 불결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는 1도 없는 인간들.”
“남자들 머리 속을 해부해 보고 싶다. 진짜.”

분위기가 성대결로 급변하려 하자 학원장이 소방수로 나섰다.

“지엽적인 문제로 허비할 시간 없습니다. 핵심을 벗어나는 발언은 삼가 해주세요.”
“핵심이 뭐죠?”

여선생들은 분이 삭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반문했다. 학원장은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공공화장실 낙서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 새삼스럽게 논할 사안도 아니에요. 문제는 범인이 누구냐는 겁니다. 그 빌어먹을 야설에 실존인물이 등장했다는 건, 학원내부사정에 아주 밝은 인간의 소행이라는 거예요.”

남자선생들은 학원장 수사선상에 자신들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상했다.

“원장님은 꼭 범인이 이 안에 앉아있다는 투로 말씀하시는군요?”

발언자는 조기현이었다. 그는 얼굴이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원장은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심증만 가지고 남선생들을 용의자로 몰고 가기엔 중과부적이었다.

“선생님들이 됐건, 학생들이 됐건. 이건 교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겁니다. 대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존경 받아야 할 교사들이 야설 주인공으로 등장하냐는 거예요. 반성들 하세요.”
“반성은 원장님이 먼저 하셔야 됩니다.”

조기현이 반박했다. 원장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반성을 합니까? 이유를 말해 보세요. 내가 뭘 고쳐야 하는지.”
“인간의 성격형성에는 자질만큼 환경도 중요하다고 역설하신 건 원장님 아니셨나요?”
“내가 그랬죠. 그게 지금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이 건물 화장실 환경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화장실이 뭐가 어때서요? 층 별로 하나씩 있으면 됐지. 얼마나 더 필요하다는 겁니까?”
“학원 인원이 얼만데, 배변 칸이 달랑 4개라는 게 말이 되나요? 그것도 1층에만 네 개고 다른 층엔 두 개 밖에 없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학원에 공부하러 나오지. 똥 누러 나옵니까?”
“그나마도 낡고 고장 난 변기들이 태반입니다.”

조기현은 작정을 한 듯, 쌓였던 불만을 터뜨렸다. 곁에 있던 동료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맞아요. 좁고, 더럽고, 냄새 나고.”
“화장실이 아니라 하수구나 마찬가지예요.”
“좌변기도 아니고, 쪼그리고 앉아서 생리현상을 처리하려니까. 정신이 피폐해지는 거라고요.”
“소크라테스도 우리 학원 화장실에 앉아 있다 보면 쓰레기가 될 거에요.”

교사들은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로 불평을 늘어놨다.

“이번 기회에 화장실 리모델링 한번 하시죠.”
“맞아요. 화장실이 산뜻해지면 누가 그런 더러운 낙서를 갈기겠어요.”
“리모델링이 아니라. 아예 리노베이션으로 가죠.”

회의주제가 범인색출에서 화장실 성토로 변질되고 있었다. 원장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불필요한 예산 출혈을 막아야 했다.

“리노베이션이라니?”
“확장공사를 말하는 겁니다.”
“엉뚱한 소리하지 마세요. 공간이 어디 있다고 확장을 합니까?”
“강의실 면적에서 조금만 할애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비어있는 강의실이 한두 군데도 아닌데, 그 정도는 가능하잖습니까.”
“헛소리하지 마세요. 강의실이 비었으면 학생들로 채울 생각을 해야지. 신성한 강의실에 변기를 앉힌다는 게 말이 됩니까?”
“수업환경이 좋아져야 학생들도 모이는 거죠. 볼일 볼 때 마다 주변 건물을 기웃거려야 한다면, 저라도 재등록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학원은 진학률로 승부하는 곳이지, 변기 숫자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에요. 진학률만 높으면 깡통을 들고 나오라고 해도 강의실은 미어터질 겁니다. 리노베이션 구상할 시간에 제대로 된 교수법이나 고민을 해 보세요.”

원장도 내공이 보통은 넘었다. 그는 일기당천의 기백으로 교사들과 피 튀기는 책임공방을 벌였다. 회의장은 유혈만 낭자했지 어느 쪽도 소득이 없었다. 원장은 교사들이 지쳐있는 틈을 이용해 게임을 원점으로 돌렸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사소한 문제로 논지를 호도하는 건 용납 못합니다. 정 대안이 없다면, 화장실에 감시 카메라라도 설치 하겠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그건 인권침해예요.”
“그럼 범인을 무슨 수로 잡자는 겁니까?”
“...”

교사들은 침묵했다. 원장과 설전을 벌이느라 범인색출은 깜빡 잊고 잊었다. 원장은 준비된 복안이 있었다.

“누구라도 총대를 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총대라니요?”
“당직이라도 서야지요. 카메라 렌즈도 아니면 사람 눈이라도 박아 넣어야 지요.”

기습 같은 원장 제안에 교사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말투를 보니 당직수당은 아예 염두에도 없는 것 같았다. 나설 사람이 없는 건 당연했다.

“제가 서겠습니다.”

조기현이 당차게 자원했다. 원장은 까딱했으면 ‘도둑이 제 발 저리는군.’이라고 조소를 날릴 뻔 했다.

“조기현선생이 나설 줄 알았습니다.”
“...?”
“도둑맞은 작명권을 되 찾아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원장이 조기현을 보고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조기현은 단전 깊을 곳에서 뭔가 ‘욱.’하고 올라왔지만 참아야 했다. 원장 실언을 공론화 해봐야 모멸감만 키울 뿐이었다. 회의장엔 잠시 적막이 흘렀다. 침묵을 깬 건 노수정 또래 여선생이었다.

“화장실 낙서는 지웠나요?”
“아직일 겁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빨리 그거부터 지워주세요.”
“그건 불가합니다.”

원장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여선생이 발끈했다.

“왜죠?”
“증거를 지우면 범인도 자취를 감출 겁니다. 전 이번 사건을 미제로 남기고 싶지 않아요. 기필코 체포해서 재범을 막을 생각입니다.”
“...”
“반드시 산채로 잡으세요.”

교무회의가 끝나고 여선생들은 탕비실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오늘 회의내용 노수정선생님한테도 알려야 하나요?”
“내막을 알면 충격이 클 텐데.”

젊은 선생들은 자신의 일인 양 울상이 되었다. 그 중 고참으로 보이는 여자가 머리를 흔들었다.

“범인만 잡히면 조용히 끝날 문제를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요?”
“하긴...자칫 2차 가해일 수 있으니까...”
“모르면 약이고, 알면 병이에요. 다들 모른 척 하자고요.”

여선생들은 고참의 함구령에 이구동성으로 동의했다.

난 저녁 때가 돼서야 찜찔방에서 일어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문자메세지부터 점검했다. 스팸문자 외에 수신된 메시지는 없었다. 혹시나 했지만 노수정 이름은 부재중 통화목록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제 내 전화번호를 따가면서 ‘반응 좋으면 연락할 게.’라고 말했었다. 지금껏 아무 기별이 없다는 건 불길한 징조다. 소설이 재미없었거나, 원생들이 열람하기 전에 학원에서 말끔히 지워버렸을 수도 있다.

현장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난 학원이 끝날 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왔다. 학원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가 넘어서였다. 학원 정문을 통과하는데 등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조세호 잠깐.”

돌아보니 무수정이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나를 건물 밖으로 끌어냈다.

“너. 어디 갔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게 아니라 이리 좀 와 봐.”

그녀는 나를 데리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향한 곳은 학원과 한 블록 떨어진 편의점이었다. 그녀는 나를 야외 탁자에 앉혀두고 손수 커피를 사왔다. 내 앞에 커피캔을 내려 놓은 그녀는 맞은 편에 앉자마자 칭찬을 연발했다.

“너 작가해도 되겠더다. 야설 포스 완전 작렬이야.”

그녀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도 보셨어요? 근데 왜 전화 안 하셨어요?”
“미안. 나도 좀 전에 봤어. 너 오기 바로 전에.”
“유치하진 않았어요?”
“야설은 원래 약간 싼티가 나야 더 꼴려.”

노수정은 옷차림답게 말솜씨도 원색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를 만족시켰으니 이젠 정산을 해야 할 차례다. 난 최대한 음흉한 눈빛으로.

“맘에 드셨으면 오늘 주시는 건가요?”
“뭘?”

그녀가 오리발을 내밀었다.

“젖게 해주면 같이 뜨밤을 보낸다고 했잖아요.”
“노.노. 그 정도로 흠뻑 젖지 않았어. 아직 2% 부족해.”

이건 억지를 넘어 사기였다. 팬티가 어느 정도로 수분을 흡수해야 한다는 국제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기 기분에 따라 판정을 오로지하겠다는 것은 공산당이나 하는 깡패 짓거리다. 모르지? 오늘 아랫도리에 빨갱이가 쳐 들어 왔는지도. 난 강력하게 항의했다.

“인정할 수 없어요. 팬티가 물빨래도 아니고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지기라도 해야 하나요?”
“물빨래든, 물걸레든. 내가 정한 기준엔 미달이야. 그건 다 네 탓이고.”
“제 탓이라뇨?”
“네가 소설을 쓰다 말았잖아.”
“무슨 소리예요. 그 편은 그게 끝이에요. 완결이 난 이야기라고요.”
“네가 다음 편에 대한 여지만 남기지 않았어도 충분히 젖었을 거야.”
“대체 어느 대목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마지막에 ‘제가 또 침 발라 드릴까요?’했으면 계속 침을 발라야 하잖아. 물을 빼다 말면 어떡해.”

수준 떨어지는 소리는 골라서 하는 그녀였다.

“그건 여운이에요.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고요.”
“결말만 무성의한 게 아니야.”
“또 뭐가 불만인데요?”
“고증도 실패했어. 리얼리티가 부족해.”
“어느 면에서요?”
“일단 난 털 지갑이 아니야. 말끔한 왁싱녀야. 꽃잎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매립형이고. 내가 나답지 않으니까. 제대로 몰입이 안되잖아. ”
“...”
“인정하지?”

이번 편 포르노는 웃기는 전개구도를 가졌다. 야동 장면이 실행되면 모든 여자들이 발정난 암캐처럼 알아서 물고 빨아 주었었다. 내가 무수정을 대면한 횟수가 벌써 몇 번째인데 아직까지 빤스 구경도 못했다는 게 수상했다.

꿈 속의 꿈이라더니. 섹스는 내가 쓰는 야설 속에서만 이뤄지고 끝나는 걸까? 그런 더러운 설정일 가능성도 배제 할 수가 없다. 잘못하다가는 무수정에게 엮여서 창작의 고통에 신음하다가 허무하게 끝나지 말란 법이 없다.

죽어라 벽화만 그리다가 공사대금도 못 받고 파토 날 바엔 아쉬운 대로 선수금이라도 챙겨야 했다.

“당연히 인정 못하죠. 선생님이 언제 팬티 속을 보여주기라도 했어요? 털 한 가닥이라도 본 게 있어야 사실 묘사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에요.”

그녀는 눈동자로 룰렛을 굴리더니.

“보여주면 속편 쓸 거야?”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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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07-04 17: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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