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뽀르노 28. 야설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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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야설은 계속된다. “물론이죠.” 난 숨도 안 쉬고 원고청탁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몸에서 가장 은밀한 곳을 보여주겠다는 건, 경우에 따라 사용도 허락할지 모른다. 흥분하면 안 된다. 이 분위기를 잘 살려서 반드시 침대까지 날아가야 한다. 그녀는 주위를 잠시 살피더니 후다닥 팬티를 끌어 내렸다.여기서 벌리겠다는 건가? 실로 대범한 여자였다. 그녀는 손에 쥔 팬티를 걸레처럼 내 앞에 던졌다. 레이스가 달린 아이보리색 팬티였다. “자. 실컷 봐.” “...?” “털이야 민둥산이니까 보여 줄 것도 없고, 모양은 원형 그대로 찍혀 있으니까 실물하고 싱크로율 백퍼야.” 그녀 말인 즉슨 탁본으로 충분하다는 거다. 팬티에 손을 대는 순간 그녀가 제시한 타협안을 수용하는 꼴이 된다. 품질이 의심스러웠다. 원본을 포기하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상태마저 불량품이면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내가 팬티만 노려보고 있자, 그녀가 손을 뻗었다. “싫으면 관 두던지.” 난 그녀 변덕에 강호의 룰로 맞섰다. “낙장불입!” “낙장불입? 호호호. 말은 잘도 갖다 붙인다. 하나도 안 변했어.” 팬티는 재질이 두꺼웠다. 무게도 제법 나갔다. 오줌 싼 아기 기저귀 같았다. 내용물이 의심스러웠다. 수상쩍은 건 그 것만이 아니다. “선생님 원래 노팬티 아니셨어요?” “그랬는데...요즘 워낙 물이 넘쳐서 어쩔 수 없었어.” 팬티가 묵직했던 이유가 있었다. 난 팬티를 양 쪽으로 갈랐다. 안 쪽은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쫀득쫀득했다. 마스크팩을 가르는 기분이었다. “와우.” 탄성이 절로 터졌다. 도끼 자국도 그녀가 보증한 대로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보지로 도장을 찍어 놓은 듯 요철이 뚜렷했다. 재봉선 바로 위쪽으로 생선 지느러미 같은 융기가 날렵하게 솟아있었다. 단순하지만 지극히 음란한 형태였다. 이건 단순한 복사본이 아니다. “이건 완전히 몰드네요.” “그 정도야?” 팬티에 3D프린팅 기술을 탑재하지 않고서야 이 정도로 정밀한 형상을 구현 할 수는 없었다. 시각 만족도는 만점이상이다. 과연 후각은? “냄새는 맡지마.” 그녀가 내 손등을 후려쳤다. 그녀가 앙칼지게 경고했다. “맛도 보지 말고.” 그녀는 허둥지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몸서리를 쳤다. “어휴. 시발. 어뜨케 벌린 것 보다 더 쪽 팔리냐.” “벌써 가시게요?” “가야지. 여기서 밤이라도 샐 줄 알았어?” 그녀는 날 변기 취급하고 있었다. 볼 일만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장할 생각만 했다. 그녀는 팬티라인까지 말려 올라간 치마를 끌어내리더니 “후속 편은 내일 아침까지. 알지?” 그녀는 마감시간을 통보한 뒤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난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선생님.” “왜?” 풀어야 할 의문이 하나 있었다. “선생님이 직접 쓰실 계획은 없어요?” “뭘?” “야설이요.” 그녀는 검지를 방정맞게 흔들었다. “난 딸딸이는 안 쳐.” 난 그녀와 헤어진 뒤에 학원 화장실로 향했다. 오늘 집필할 페이지는 출입문 바로 옆 4사로였다. 난 4사로를 외면한 채 1사로 안으로 들어갔다. 변기돌출부를 깔고 앉은 채 잠시 명상에 잠겼다. 출입문에는 어제 완성한 소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주위 여백에는 건필을 기원하는 응원 덧글이 폭주했다. 욕설이 자동발사됐다. “존만이들.” ‘딸이는 사절’이라는 그녀 철칙이 포르노 본질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놈들은 내 글 빨이 탁월해서 찬사를 남발한 게 아니다. 타인의 지극히 사적인 섹스환타지가 놈들의 관음 욕구를 잡아 흔든 것이다. 남의 사생활만큼 훌륭한 가십거리는 없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하고 사는 섹스지만, 다른 커플이 했다고 하면 뭔가 특별한 에피소드가 숨어 있을 것만 같다. 내로남불 끝판왕이 바로 관음이고 포르노다. 놈들은 내 손을 빌려 딸딸이를 친 것이다. “개 씹새끼들.” 생각할수록 짜증 폭발이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 이 무의미한 작업을 종료해야 하지만, 이 짓거리도 USB의 장난이라면 함부로 절필 선언을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와서 무수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단념하기엔 지금까지 투자한 지면이 아깝다. 성과도 없는 일에 매몰비용만 퍼붓는 꼴이 날 수도 있지만 가는 데까지는 가 봐야 한다. 같은 시각 학원 교무실에는 조기현이 앉아 있었다. 야설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공짜 당직을 서는 중이었다. 벽 시계를 보니, 새벽 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순찰 돌 시간이었다. 그는 순찰 주기를 1시간으로 정했다. 근무태만이라고 볼 수도 있는 널널한 간격이지만 그물코가 느슨해서 용의자를 놓치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놈은 단순 낙서꾼이 아니었다. 초짜라고 보기엔 분량이 엄청났다. 지면욕심이 대단한 변태작가지망생쯤으로는 봐야 했다. 삽화까지 박아 넣으려면 1시간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은퇴한 낙서꾼이지만 촉만은 현역 못지 않은 조기현이었다. 그는 1층 남자화장실을 마지막으로 첫 번째 순찰을 마쳤다. 추가로 작업된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놈의 활동시간은 새벽으로 추정됐다. 조기현은 스마트폰 알람을 1시로 맞춘 뒤에 소파에 길게 누웠다. 그 시각 나는 1사로에서 집필 준비를 했다. 난 죽음을 결의한 무사처럼 장엄하게 펜을 뽑았다. 피 냄새가 진동해야 할 손에서는 사내 놈들 좆물 비린내가 진하게 풍겼다. 난 새벽 3시가 지난 후에야 속편을 완성했다. 초고도 없이 쓴 작품치고는 제법 잘 빠진 원고가 탄생했다.‘빨고, 박고, 싸고.’이 단순무식한 리듬으로 이렇게 화려한 변주가 반죽 된다는 게 기적이었다. 무수정이라는 거대한 동기가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역사였다. 다음은 내가 쓴 2편의 전문이다. 앞 동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물빨래(물고 빨고 박을래)를 약속했던 조기현선생은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서울로 전근을 가 버렸다. 홀로 남겨진 노수정은 외로움이 사무쳤다. 그녀는 방학 동안 폐쇄했던 야외화장실을 다시 개장했다. 노수정이 컴백하자 팬클럽도 활동을 재개했다. 팬덤이라고 해봐야 김만석이 전부지만 그 어떤 무리보다 열렬하게 환호했다. 노수정은 조기현이 떠난 뒤 얼마나 심란했으면 엉덩이까지 수척해져 있었다. 마지막 오줌 한 방울을 짜내기 위해 용을 쓸 때마다 엉덩이에 보조개가 패였다. 오랜만의 실황중계에 김만석이 허리띠를 풀었다. 조기현에게 가로채기 당했던 아픔은 그녀의 한 줄기 오줌발로 몽땅 씻겨 나갔다. 노수정과 김만석이 행복한 밀행을 시작한 지 한 달 뒤였다. 방뇨 중이던 그녀 엉덩이에 파리 한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그녀는 지난 날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지, 단말마와 함께 풀 숲으로 쓰러졌다. 하늘이 토스한 기회였다. 김만석이 서둘러 바지를 지퍼를 올렸다. 이게 왠 일인 가. 지퍼 이빨에 털이 찝혔다. 지퍼를 다시 내리려던 찰나. 3시 방향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다다다닥.” 돌아보니 남자였다. 조기현 자리에 새로 부임한 정한울선생이었다. 그는 김만석 또래에다 운동까지 했는지 거의 스프린터급으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새치기였다. 김만석은 선수를 뺏길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쓰던 지퍼를 풀어야 했다. 야속한 금속 조각은 힘을 쓸 수록 털 뭉치를 더 악랄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 사이 정한울은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고 학교로 뛰었다. 김만석이 느낀 박탈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벌렁 누워버렸다. 그때였다. 풀 숲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머리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뚝배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복병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동네 청년들은 거의 다 훔쳐보고 있었다. 김만석도 흔한 패잔병 중 하나였다. 양호실로 들어 온 정한울은 노수정을 침대에 반듯이 눕혔다. 그는 제법 먼 거리를 달렸음에도, 우람한 덩치답게 크게 지쳐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혼절한 이유를 몰랐다. 마을 청년들이 숨어서 지켜보는 구경거리가 노수정인지도 몰랐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녀가 방뇨중인 걸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자신도 엄폐물 뒤에 숨어 버렸을 것이다. 몰랐기에 근접할 수 있었고, 출발에 가장 유리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기절한 상태였다. 노폐물을 밀어내다 말고 정신을 잃었다면, 뇌출혈? 아니다. 혈관 질환을 의심하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다. 충격은 외부에서 기인했다고 봐야 했다. 외부충격이라면 노출된 신체가 가장 취약했고, 유력했다. 그녀 무릎에 걸린 팬티가 눈에 들어왔다. 면적만으로 본다면 엉덩이 만한 표적이 없다. 무수정은 특히 더 했다. 앞에서는 젖가슴만 보였고, 돌아서면 엉덩이만 한 가득 인 그녀였다. 어떤 식의 조치를 하던지 상처부위부터 찾아내는 게 순서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수정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녀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숨소리만 쌕쌕거렸다. 이제 그에게 치마 속을 들여다 볼 확고한 명분이 생겼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 치마를 들췄다. “헉.” 그녀는 무모(無毛)한 여자였다. 우아하게 융기된 삼각주는 흡사 어린아이 그곳처럼 말끔했다. 그는 더 이상 탐색할 게 없다는 듯 치마를 덮었다. 정한울은 그녀에게 팬티만 대충 걸쳐주고는 양호실을 빠져 나갔다. 그가 사라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노수정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잠들어 있지 않았다. 기절한 것도 순전히 연기였다. 처음부터 정한울을 노린 작전이었다. 그녀는 그가 즐겨 이용하는 산책로를 미리 파악한 후 정교하게 설계된 덫을 매설했던 것이다. 완벽한 미끼라고 자신했던 자신의 엉덩이가 외면 당하다니. 수치심 이전에 자존심 문제였다. 무료로 개방하고도 매상을 올리지 못하는 놀이 공원은 폐쇄하는 게 마땅하다. 감히 노수정 자유이용권을 거부하다니. 용서 할 수 없었다. 정한울은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앉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가서 노수정 상태를 살펴주는 게 도리 같았다. 그는 세 번째로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끈 다음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양호실로 다시 돌아갔을 때, 그녀는 침대에 없었다. 사택으로 돌아 온 그녀는 밤이 오길 기다렸다. 어둠이 내리자 학교로 내려왔다. 그녀는 현관에 설치된 배전반에서 화장실이라고 표기된 차단기를 내렸다. 일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사택으로 돌아왔다. 정한울은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똑.똑.똑.”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가 물었다. “누구세요?” “저. 노수정이에요. 주무시나요?” “아뇨. 아직...” 그는 황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밖에는 노수정이 서 있었다. 건강은 좋아 보였다. 표정을 보니 졸도 사건을 모르는 것 같았다. 피차에 민망한 일을 구태여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이 밤 중에 무슨 일로...” “혹시. 손전등 가지고 계신 것 있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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