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만료]1. 생애 첫 원나잇 1(from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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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원나잇은 20대 초, 시기로 따지면 대략 20년 전 즈음이였다. 나는 여자친구 그리고 애매한 스킨쉽이 있었던 친구의 여자친구가 전부였던 상태였고, 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미처 가시지 않은 세기말의 혼돈이 인터넷을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지던 시절이였다. '엽기'의 트랜드를 타고 검열과 차단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틈을 타 음란물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그 시절... 당시 나는 'B'메신저를 자주 이용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메신저였고,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마굴처럼 취급받는 메신저이기도 했다. 왜냐면 거기서 지원하는 채팅방에는 나처럼 발정난 인간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의외로 욕구를 풀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렸고 채팅채널도 늘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 나는 그 안에서 늘 헛물만 켜던 발정남 1호 정도 되었었다. 순진하게 낚여여서 약속 장소에서 두어시간 기다려 본 적도 꽤 있었고...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텐션이 떨어진다. 아무튼 하려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본다. 때는 제법 쌀쌀한 겨울이였고, 나는 운좋게도 그 채널을 통해 어느 여자랑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다. 경기도에 사는 내 또래의 여자였고, 기억은 흐릿하지만 다소 평범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고갔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의 나는 대화를 나누며 성욕을 계속 드러내는 편이였는데(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때는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메신저로 약간의 대화가 오가고, 그날 나는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자기랑 같이 사는 언니가 있는데, 오늘 자기 혼자 있다고 심심하다고 같이 놀아달라고 나를 불렀다. 약간 거리가 좀 있었지만 행동에는 그리 망설임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인천과 안양을 오가며 연애를 한 탓에 먼 거리에 대한 굳은살이 제법 박혀있던 시기이기도 했기에.. 알려준 전화번호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집에 도착했고, 미리 언질했던 대로 다소 통통한 체형의 그 아이를 보게 되었다. 자기가 살이 좀 있는 편이라고 하며 경고하듯 말한 것 치고는 귀엽고 토실토실한 느낌이였다. 그 아이는 저녁으로 라면을 먹자고 하며 냄비에 물을 올리고, 물이 끓는 동안 약간의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처의 공장에서 핸드폰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했고, 자기가 만든 부품이 들어간 핸드폰을 누군가 쓰고 있다면 기분이 묘해진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나는 보잘것 없는 새내기 학생의 이야기들을 조금 늘어놓았고, 그러던 사이에 물이 끓어 안성탕면 두 봉지를 넣고 계란을 풀어 적당한 저녁의 요기를 채웠다. 먹고 나서 적당히 상을 치우고 나란히 눕듯 앉아 티비를 같이 봤다. 사실 그날은 라면을 먹기 전 까진 욕구를 앞세워서 막 무리를 하고 싶진 않은 생각이였지만, 둘만 남아있는 그 공간의 기묘한 흐름 같은 것들이 조금씩 나를 부추기는 그런게 올라왔다. '우리 조금 안고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멍청했다 싶지만, 나는 그렇게 용기를 내어 그 아이의 몸을 감쌌다. 허락을 구하지 않는 통보 형식의 멘트였지만, 그 아이는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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