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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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줄 알았어.
아니, 그랬으면 좋았었나봐.

이 곳의 시간은 늘 환상을 만들어주지만
그 환상의 시간은 늘 비켜가기 일쑤지.
그럼에도 여전히 환상을 꿈꾸고 환상을 가꾸고 있지.

아니 어쩌면 ‘언젠가는’이라는 상상을 또 하나 얹고 있을거야.
그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지, 결과론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이 환상의 시간도 나쁘지는 않게 느껴지기도 해.

세상 모든 긍정의 시간은 지금의 시간이야.

그래서 다행이야.
당신을 알지 못한 것이.
당신을 미처 알았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한다면
조금 끔찍한 환상이 되기도 해.

나를 보는 당신의 시선,
그리고 그 시선 안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마음.
모든 것들에 당당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나는 그 시선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거야.

그래서 당신을 알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환상 속에 살아가야 해.
그래야 지금의 이 시간이 나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에 대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어.

미안해.
당신을 만나지 못해서.
미안해.
당신을 알지 않아서.
미안해.
당신을 사랑해서.

그래도 나는 내 시간과 공간 안에서 
당신이 언제나 그리워.

짧은 문자 하나, 
작은 손놀림 하나. 
탁하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 하나.

그리고 여전히 느껴지는
그 축축하고 셀렘 가득한 숨결의 냄새까지.


난 그런줄 알았어.
아니, 그랬으면 좋았었나봐.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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