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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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동산 사이트를 자주 봅니다. 그것도 웬지 우울하고 내 자존감이 많이 무너질 때, 그럴 때 자주 봅니다. 구해줘 홈즈에나 나오는 그런 삐까번쩍한 신축빌라가 아니라, 집에 투자해서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은 투기나 투자가 아니라, 그저 내가 편하게 뒹굴 수 있는 적당한 방 두 개짜리. 혼자 있을 거니까 거실은 필요없고 방 하나는 좀 크면 좋겠죠. 대신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지상이였으면 좋겠어요. 젊을 때 살아본 지하의 기억은 다시는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게 했지만, 부득이한 경우라면 그것도 감수할 수는 있습니다. 서울 어느 지역이건 크게 상관없지만 그래도 지하철 역으로 도보가 가능한 거리 정도. 부동산 사이트에서 그런 적당한 매물들을 볼때면 거짓말처럼, 순간의 우울함이나 무너진 자존감들을 금새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네, 혼자라는 시간이 그립고 그립고 그립습니다. 아무여자를 데리고 와서 섹스를 하기 위한 목적은 아닙니다. 여자, 섹스 이런 건을 모두 차치 하고 그저 혼자만의 시간, 아니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에 오롯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이곳에서 매일 섹스와 욕정 때문에 힘들어 하는 많은 레홀남의 사연 못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혼자만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시간은 바로 또 다른 누군가를 갈망하게 될 수 도 있지만 작금의 욕망은 그런 적당한 서울의 어느 방에서 컴퓨터 한 대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하루 하루를 빈둥대는 상상을 합니다. 오늘도 많이 우울한 것 같네요. 여지없이 부동산 사이트에서 온갖 매물들을 뒤지고 다닙니다. 적당한 것들이 몇 개 보였고, 그 곳에서 빈둥대는 저를 갈망합니다. 당신의 갈망은 어떤것들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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