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여자 이야기
0
|
||||||||||
|
||||||||||
아직 자아성찰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막연하게 좋아하게 된 애가 하나 있었다.
자기 주관이 매우 뚜렸했던 그 애는, 나름의 사피오섹슈얼리티를 자극할 매력이 있었고 또 나름의 삶의 애로사항들이 있어 내가 그 애의 삶에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색과 결이 달랐는지라 결국 좋은 오빠 동생으로 결론이 났고, 그렇게 거의 18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각자의 경험이 나이테처럼 층층이 두꺼워지며 왜 안맞았는지 점점 더 명료해졌다. 이미 내 눈엔 그 애의 한계가 보이고 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지, 그러면서도 끝 없이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서 내 앞에서는 그놈의 ‘한남론’을 들먹이며 항상 날 훈계하며 날을 세우는 모습이 딱했다. 사실, 난 뭘 한것도 없었고 항상 들어주는 역할이었다. 들어주다보면 항상 마무리는 “오빠, 니도 결국 남자니깐 항상 조심해라”. 도와달라하면 도와주고, 들어달라하면 들어주고. 경조사 꼬박 챙겨주고 안부 이따금씩 묻고. 나름의 의리는 지켜갔다. 그러다 내게 사고가 터진 일이 있었다. 예전에 초대남으로 가게 되었는데, 촬영했던 영상을 증거로 주최자가 갑자기 자기 와이프를 준강간한 명목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면서 합의금을 달라는 말도 안되는 협박이 들어왔다.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차서, 당연히 서로간에 합의를 했던 플레이였고 다행히 당시 주고 받은 대화 기록도 남아 있어서 역으로 참교육을 하고 사건은 해결되긴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처음 당했을 때 너무 놀라 주변 몇몇에게 조언을 구했는데…모두들 위로와 내편을 들어 줄 때 얘 혼자 내 정체성을 정죄하며 “결국 너도 똑같이 더러운 새끼네” 등등의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얘기 자체가 한국에 있다는게 놀랍다면서, 있다면 재발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가지고 있는 대화 기록을 다 까서 자기에게 줘봐라. 그럼 본인이 언론에 제보해서 모두가 알 수 있게 하겠다는 등의 2차 가해까지 하겠다는 말을 서스럼 없이 해댔다. 그 길로 손절. 갑자기 몇년전 얘기가 떠올라서 여기에 길게 쓴 이유는, 여긴 레홀이지만, 레홀 밖엔 아직도 섹스에 대해 이중적이고 편협한 잣대로 평가하고 억압하는 세력이 많다. 난 사람이 잘못된게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만든 사회가 문제라고 본다. 섹스할 사람들을 찾아 헤매다가도 가끔은 우리나라가 뭐가 문제인지도 좀 돌아보는게 좋을 듯 하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