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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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롤러코스터의 노래가사처럼 정말 그렇더라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옆을 쳐다보는 걸 보면 말이야 내 옆에 누워있었을 너를 찾으며 생각했어 그래 우리 이틀 전에 헤어졌지 이유는 사소했던 것 같아 마치 고장난 태엽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우리의 관계는 어긋나 버린 걸지도 몰라 처음 너를 본 건 창작 동호회의 회식자리에서였지 몹시도 키가 작고 아담한 너에게 왜인지 나는 자꾸 시선이 갔어 구름같이 틀어올린 머리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하얀색의 원피스와 단화 술잔을 받는 너의 작은 두 손 웃을 때 살짝 피어나는 보조개 아닌 척 하려했지만 회식 내내 나의 시선은 너를 쫓고 있었어 저렇게 작은 사람이 펜을 들고 어떤 글을 써내려갈까 나는 무척이나 궁금해졌어 펜을 잡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너의 귀여운 모습이 상상돼서 왠지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나왔던 것 같아 그날 이후로 한동안 네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다시 너를 본건 동호회의 부실에서였지 회원들과 소재의 다양성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펜을 들고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채워나가는 너의 동작에 난 눈을 뗄 수 없었어 내가 생각해도 이상했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중력에 이끌리듯 너에게 끌리는 내 자신이 말이야 쉬는 시간에 음료수를 돌리면서 너와 첫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 감사하다며 웃는 너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난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묵직한 느낌을 받았거든 그날 이후로 부실에 나갈때마다 우린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며 조금씩 친해져갔지 시간이 흐를수록 너에 대한 내 마음도 점점 커져만 갔어 고백도 못하고 끙끙 앓는 동안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 남자친구라도 있으면 어떡할까 다른 사람이 먼저 고백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급해지기 시작한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네게 꽃을 건네며 내 마음을 고백했어 깜짝 놀라 선뜻 꽃을 받아주지 않는 너를 보고 내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몰라 하지만 넌 고백을 처음 받아봐서 놀랐다며 이내 나의 꽃을 받아주었고 바로 대답하기는 그러니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 그 며칠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너는 알까 며칠 후 부실에 갔을 때 너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원고지에 글을 적고 있었지 너의 마음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지만 애써 진정하며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어 활동을 마치고 모두 나가고 나서 문단속을 하고 있는 내게 너는 할 말이 있다며 차 한잔 마시러 가자고 했고 거기서 난 너의 승낙을 받고 만거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얼마나 기쁘고 설레어서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는지 너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자꾸 피어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 그날부터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어 너의 작은 손을 잡고 처음 거리를 걷던 날 내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 우린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며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됐고 하루하루 너무나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어 하지만 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마음은 예전같지 않았어 점점 다툼이 늘어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지 그러다 정말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나는 너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너도 선뜻 그러자며 대답했어 기분이 이상했다 너를 보내고 혼자 지내는 동안 깨달았어 이 거리 너와 함께 걸었던 거리인데 우리 저 가게 자주 가곤 했었지 저 아이스크림 네가 정말 좋아했는데 어떤 장소를 가던 네가 생각난다는 걸 말이야 오늘은 모든 걸 잊기 위해 너와 미래를 약속했던 남산타워에 올랐어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너와 같이 채웠던 자물쇠를 찾기 시작했어 네가 좋아하던 노란색의 자물쇠를 보고 우리 둘이 같이 남산을 올랐던 그 날이 떠올랐지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 좋았던 추억들이 왜 이렇게 아픈걸까 한참을 무릎을 꿇고 울고 말았어 그러다 겨우 마음을 추스려 일어섰지 문득 저 앞에 자물쇠를 조용히 쳐다보는 여인이 보였어 그녀도 혹시 나와 같은 심정일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모습이 아파보였어 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난 잘 모르겠어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흔히들 그러잖아? 어쩌면 사람은 사람으로 잊혀지는 게 아닐까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어 이젠 너를 보내줄게 행복하게 잘 살아 내가 좋아했던 만큼 너를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길 바라 잘 가 사랑했던 나의 예쁜 사람아 잘 가 소중했던 나의 아픈 추억아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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