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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궁금하지 않았던, 오늘의 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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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어렵겠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그녀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어진 일임을 참고해달라.)

# 다시 시작된 그녀와의 연락
어쩌다 그녀와 카톡 연락이 복구가 되었다. 며칠간 그녀의 결핍에 지쳐가던 상황에 벌어진 일이라 매우 놀라웠다.

나는 그녀가 이별을 고한 시점에서 이미 며칠이 지난 상황이었기에, 이번 연락이 마치 '재결합의 신호탄' 이라던가, '그녀가 마음을 바꾸어 나와 연애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내 마음을 떠보기 위한 것'
같은 것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것 쯤은 이미 받아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금와서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내 마음속에 쌓여있던 서러웠던 것들을 꺼내 그녀에게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난 조금이라도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 그녀 입을 통해 들은, 그녀의 새로 생긴 썸남 이야기 / 묘한 배신감 / 다시 끓어오른 분노

내 생각을 다 터놓고 이야기하면 그뿐이라 생각했었다. 그녀가 썸남이 생겼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이후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상을 견뎌 내고 있던 상황에 연락이 다시 된 것도 놀라운데.. 바로 썸남이 생겼다는 소식을 그녀 입으로 직접 들으니 더 충격적이었다.

마치 뒤통수를 세개 맞아 얼얼한 느낌이 오래 남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생긴 거지? 쟤가 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입장이긴 했어도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았을텐데?

이별의 고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런 혼란스러움까지 가중되니 더 미칠 노릇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이 혼란스러움은 배신감으로 이어졌고, 겨우 꺼트렸던 내 마음속 분노가 다시 타올라 날 잠식하기 시작했다.

# 그녀의 썸남 이야기 2 - 결국 폭발한 분노. 다시 무너진 내 멘탈.

그녀 피셜, 이번에 새로 생긴 썸남은 나보다 벌이는 형편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키는 나보다 좀 크다고 했다. (그의 키를 들어보니 나보다 컷던 건 맞지만, 사실 내가 한국남자 평균키보다 조금 작은편이었고, 그는 딱 한국남자 평균 정도의 키였기에 그 차이가 조금 도드라져 보였을 뿐. 이것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얼굴은 내가 훨 낫다고 했다. (뜬금없이 칭찬을 왜 하나 싶었다. 여하간 이것도 중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나와 다른점은 성격이라고 했다. 그녀는 다른건 모르겠고 이것때문에 끌린다는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24일쯤엔 1일 선언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꾸, 그 썸남과 나를 비교하며, 나에게 핀잔을 주는 듯한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이미 파탄나버린 연애관계에 대한 내 생각을 터 놓고 말하며, 지나간 연애관계에 대한 성찰을 원했던 난, 이런 그녀의 말을 하는 이유가, 일종의.. 도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이내 큰 분노를 표출하게 되었다.

# 그녀의 썸남 이야기 3 - 오픈 릴레이션쉽, 친구사이

나의 분노섞인 항변과 그녀의 썸남 자랑이 섞여 난장판이 되어 가던 그녀와의 카톡 채팅방.

그러던 중, 그녀가 되게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그녀는 그녀의 썸남과 '오픈-릴레이션쉽' 에 합의했다는 말이 그것이었다. 낯선 용어였지만, 대화의 맥락을 보았을때, 연인이 각자 타인과 만날때 허용되는 것들의 범위를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하는 것들은 일체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로 이해가 가능했다.

그래서 그 범위를 물었고. 그녀는 색스까지도 허락 받았다며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한창 끓어오르는 분노에 잠식되어, 내가 서러웠던 것들과, 그녀의 썸남 이야기를 빙자한 도발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던 와중

"그럼 나랑도 하자. 비록 끝났을지언정 그 긴 기간동안 속궁합을 여러번 맞춰본 검증된 놈인 나랑 못할건 뭐야!"

라는 말까지 던지게 되었으나, 그녀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 했고, 난 그녀의 반응에 당황하게 되었다. 심지어 나랑은 친구사이로도 남을 수 있다 하여.. 이 말을 듣는 나를 또다시 혼란에 빠뜨렸다.


#4 썸남만큼 자주는 못만나지만, 시간이 비면 나랑 밥도 먹고 같이 잘 수도 있다던 그녀

그 직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찌어찌 멘탈을 다잡아, 연애도중 내가 겪었던 서러웠던 내용도 다 털어놓아 조금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에게 언젠가 그 썸남이랑도 만나서 밥이나 차 한잔 같이 한잔 하자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진짜 중요했던 내용은 따로 있었는데, 그 대화내용을 요약하면 윗 소제목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 납득이 안 됐다. 어째서.. 저런 일을, 이미 이별을 한 전남친과 함께 하는것이 가능하다는 건가..

아니.. 백번 양보해서, 이별 후 각자가 새로운 상대를 못 만났을 경우에 성욕 해소를 위해 가끔 전 연인들끼리 만나 섹스를 하는 경우가 잦다곤 했는데.. 저 여자는 이미 새로운 상대를 만든 상태 아니던가. 반신반의 하며 이렇게 내질렀다.

나 : "그럼 내년 1월에 한번 하자. 날짜 정해."
그녀 : 응
나 : (????????)

#5 회복되어 가던 멘탈이 다시 무너졌고, 그녀와의 연락이 다시 끊어졌다.

(놀랍게도 #4까지는 대략 어제까지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내가 처리할 일이 있어 영등포로 나왔으나, 허탕을 치고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던 와중에 전여친이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언제 내 남친 볼래?"

'.. 이년봐라. 이젠 아주 남친이라고 하네. 근데.. 난 아직 그럴 준비가 안되었는데'

나 : 싫어

전여친 : 언젠 만난다며

나  : 언젠가 만난다고 했지 지금 당장 그럴 수 있다곤 안했어!

이렇게 메시지를 남기던 도중, 영등포역 민자역사에 DP된 크리스마스 소품이 내 눈에 들어왔고, 순간 무언가가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내가 전여친한테 차인 시기, 전여친이 새로운 썸남을 만든 시기.
모두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그리고 그녀가 예상했던 1일 선언 예정날짜는 24일.

...... 헛웃음이 나왔다.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겨우 잡았던 내 멘탈이 다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난 다시 분노에 젖어 그녀와의 카톡대화방을 다시 열어 이 내용을 가지고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까인 시점도 크리스마스 시즌이고, 너네 둘이 썸타고 연애 시작하는 시점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네. 이정도면 사실상 작정하고 환승이별 한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는 말 부터, (아직 썸이니까 환승은 아니라는 그녀의 궤변에) '개소리하지 말라' 는 분노 표출을 쏟아냈다.

'너네가 양심이란 게 있으면 1일 선언은 다음달 정도에 해야 도리에 맞지 않냐' 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이 말을 내뱉자마자 난 다시 현타가 왔다.

어느순간 내가 저 둘의 1일 선언 일자를 왜 고민해주고 있냐는 자괴감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그녀와 한창 언쟁을 한 결과, 그녀와 나 사이에 약속돼었던 1월의 섹스파트너 약속은 고사하고, 결국 그 연락마저도 다시 끊기게 되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랬다.

'차라리 내가 너의 기억속에 미친년으로 남아있는게 너한테 더 나을 것 같다. 이젠 나를 찾지 마. 차단한다.'

그렇게 전여친과의 인연은 이렇게 완전히 끊기게 되었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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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2-12-18 00:04:27
잘 읽고 있어요
익명 / (ㄱㅆㄴ) 감사합니댜.
익명 2022-12-17 22:19:59
(ㄱㅆㄴ)
사실, 난 그녀와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만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난, 그녀가 나에기 했던 일련의 이야기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했던 건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건, 앞으로 같은 일응 다시 겪을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점이다.

참.. 연애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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