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랑 하나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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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할머니 나 그렇게 예뻐하셨다
오남매중에 셋째 우리엄마 동네에서 소문나기로 영특하고 인품도 곱다고 어른들 귀여움 독차지했는데 그런 엄마가 첫째 의료사고로 잃은 뒤에 낳은 딸이니 오죽할까 나도 우리 외할머니 너무 좋아했다 야자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아빠가 아니라 할머니부터 찾았다 주말에 매니큐어 바르고 호호 불어가면서 손 팔락거리고 알바비 모아서 산 폴라로이드로 눈 감지 말라면서 몇 장이나 찍었다 내 손 주물럭거리면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라고 그랬는데 차마 말 못 했지만 할머니 나 단명하고 싶다 침대에서 떨어지시고 난 뒤부터는 어부바 못 해드려서 그냥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아양 떨고 그랬다 반바지 입고 돌아다니면 코끼리다리라고 너털웃음 짓고 밥먹고 땅바닥에 누워서 천장 보고 있으면 배가 남산 만하다고 폭소하셔서 나중에는 일부러 할머니 웃기려고 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할머니 보이는 데에 누워서 배 부풀리고 그랬다 우리 외할머니 덩그러니 텔레비만 보시는 게 일상이었는데 호러물을 그렇게 좋아하셨음 ㅋㅋㅋㅋ 나한테 험상궂은 표정 지으면서 귀신 흉내 내면 그게 그렇게 귀여웠다 간지럼 태우는 손가락이 좀 아플 때도 있기는 했다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지면서 요양원에 모셨는데 괜히 간병인한테 세모눈하고 봤던 건 이제야 좀 미안하네 다정함은 돌고 돈다는 거 모르는 때 아니었는데 거리 핑계로 자주 못 뵀다 갈 때마다 부쩍 말수가 줄어드는 할머니 보면서 솔직히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식사 도와드리는 건 한 번도 귀찮은 적 없었다 다행이지 근데 나중에는 나랑 엄마 빼고 다른 식구들 누구냐고 물으셨다고 했던 건 많이 속상했다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게 어쩌면 할머니 입장에서는 잘된 일일까 지금은 그런 생각도 하고 임종 못 지켜서 서러웠다 코로나 딱 심해질 무렵이었는데 병원 입구 폐쇄된 것도 원망스럽고 신호 전부 지키면서 안전운전하시던 택시기사님도 미웠다 할머니 손 원래도 차고 딱딱해서 뼈밖에 없었는데 죽은 사람 손은 진짜로 사람 손 안 같았다 영혼이 없는 손 제일 오만한 게 뭔지 알려줄까 우리 외할머니 가시기 직전에 우리 엄마더러 내 이름 불렀다는 얘기 듣고 나 뿌듯했었다 안 슬프고 뿌듯하기만 했다 이딴 게 자랑거리라는 게 너무 고깝다 근데도 보고 싶다 어쩌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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