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乏의 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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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안 할 거라 호언장담한 사람 중에서 정말로 섹스를 안 한 사람을 아직까지 나는 본 적이 없다. 차라리 그에 대한 언급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언급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그 대상을 마음에 틔우지 아니하던가. 어떤 실험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섹스는 그런 의미에서 결심에 대한 열매로 볼 수도 있겠다.

“섹스 안 할 거야.”
“응, 나도.” 웃었다. 이미 겨드랑이를 매끈하게 면도하고 온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누울 거래메.”
“너가 누우래메.”
“응.”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와락 껴안은 우리가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 애의 어깨가 앙상했다. 10킬로그램은 넘게 빠졌다고 했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하지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은 시도도 하지 않기로 그 때에 마음 먹었다. 아는 척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모르는 척이 차라리 쉬웠지. 마음도 역시 모르는 척을 할 때가 훨씬 편했다. 그래서 언제부터 발기했을지 모를 그 애의 자지를 나는 모르는 척했다. 가만히 어깨를 쓰다듬다 보니까 번지던 생각이 잦아들었다. 잠잠해진 마음이 우스웠다. 이건 괄시가 맞을지도. 결국 내가 원하던 게 이런 거였나. 하긴.

“나한테서 무슨 냄새 나?”
그 애는 한껏 숨을 들이키더니 “담배 냄새.”
“그러네.”
“나는?”
정수리에 코를 파묻고 흠뻑 폐에 욱여넣었다.
“돌아다닌 사람 냄새.”
“뭐야, 그게. 이상한데.”
“포근해.”
“아닌데, 안 좋은 냄새 나는 거 돌려 말하는 거지.”
“좋아.”
꼭 항상 물어본다. 나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이제는 이것을 강박이라고 해도 되겠지. 본인의 냄새를 맡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후각은 가장 빨리 지치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나에 가장 익숙한 사람 아니던가. 남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 따위가 아니었다. 주관의 객관화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 상대방의 콧구멍을 통해 나를 맡는 일인가. 그건 맞을지도.

옷 한 꺼풀 벗지 않은 채로 그 애는 발기한 자지를 내 다리 사이에 가져다 박아댔다.
“섹스 안 할 거야.”
“응, 나도.” 내 가방 안에 콘돔이 몇 개나 들었는지 그 애가 알고 있었다면 웃었을까.
“안 박아 줄 거야.”
“박아달라고 안 할 거야.”
나는 키스를 좋아하게 된지 얼마 안되었는데, 그보다 훨씬 전부터 목덜미나 귓불에 하는 키스는 제법 즐겼다. 내가 하는 것도 상대가 하는 것도. 그 견딜 수 없는 간지러움에 까르르 웃다 보면 마치 내가 퍽 사랑스러운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둘만 나눌 수 있는 비밀스러운 애정의 표현이라고 착각할 수 있었다.
나는 상대가 내 위에 올라 타서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그 눈빛에 무척이나 약한데, 그 날의 그 애도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속수무책으로 약해지기만 하는 내 초라함이 버거워질 즘 나는 그 애를 박차고 일어났다.

“엎드려 봐, 마사지해 줄게. 오늘 운동 어디 했어?”
“나 오늘 등.” 이글거리던 눈빛은 이미 저 멀리 흩어지고 그 애는 고분고분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어깨랑? 아님 삼두?”
“응. 다.”
“그럼 여기,”
넓게 펼쳐 벌린 팔, 그 애의 겨드랑이 아래에 손날을 깊숙하게 넣었다. 삼두근의 장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근육의 결을 따라 견갑까지 선을 긋다 보니 그 애의 후면이 바짝 긴장했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으어어-”
시원하다거나 좋다는 말보다 외마디 신음에 더 뿌듯해질 때가 있다. 여기저기 실컷 주물럭거리는 일을 나는 즐기고 있었다.
“엉덩이.”
“엉덩이도 해줘?”
“아니 엉덩이 젖는 거 같애.”
그 애는 회색 조거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위에 내가 엉덩이를 밀착한 채 올라 타 있었다. 젖는 것 같다는 그 애의 착각은 아마도 온도에서 기인한 거겠지. 젖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애의 바지는 커녕 내가 입고 있던 바지 역시도. 제외하자면 내 팬티쯤. 그러나 비밀이었다.
“아무데도 안 젖었는데?”
“아무데도?”
“응.”
그 애는 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작정이었다. 그 애가 엎드린 몸을 일으킨 후 나를 밀쳐 엎드리도록 만드는 일은 그리 시간이 오래 드는 일은 아니었다. 허리에 단단히 고정된 바지를 골반까지 벗기면서 그 애는 몇 번 좌절했던 것처럼 보였다. 시도 끝에 그 애는,
“너가 벗어.” 하고 명령했으니까. 그리고 덧붙였다.
“팬티는 벗지 마.”
“뒤돌아서 벗어.” 또 덧붙임. 구체적인 명령이 낫다.
부끄러워질 때마다 나는 들키고 싶지 않아 과감해짐을 택할 때가 부지기수인데 그 날도 그랬다. 팬티와 브래지어만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져서는 곧장 고양이 같은 행동을 했다. 바로 발 아래부터 슬그머니 기어올라가는 것. 가슴팍에 도달했을 때에 나는 부끄러움을 감출 눈웃음을 흘렸던가.
“나 오늘 이기적인 섹스할래.”
“그래.”
“보지 안 빨아줄 거야.”
“응.”
“내 맘대로 다뤄도 돼?”
“존나.”

이기적인 섹스를 하겠노라 고지하는, 맘대로 다뤄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는 사람의 섹스가 이기적이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을까. 다뤄져봐야 얼마나-
그 때에는 차라리 그것들이 필요했으므로 그 애의 이기적인 섹스는 역설적으로 나에 대한 배려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어떤가. 검은 속을 품고 있는 걸 끝내 드러내지 않고 타인의 입을 빌리기만 하는 나는 어떤가.

변함없이 뜨거운 몸이었다. 그 애의 말처럼 가냘파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가운데 우뚝 솟은 그것도 여전했고.
다시 고양이처럼 어기적 기어내려갔다. 갈비뼈가 드러난 가슴팍에서 눈길을 거두고 그 애의 눈을 봤다. 눈 안의 것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조금은 애썼던 것 같다.

“침 뱉어 줘.”
둘만 남겨진 공간에 이 문장이 피어올라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발화자는 틀림없이 나였을 것이다. 그동안은 그랬다. 아주 즐기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에서 종종 사이의 빈도로, 꼭 취해 있을 때의 내가 뱉는 요청 중에 하나였다.
담배를 피울 때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나오던데, 그 말을 듣자마자 침샘이란 침샘 모든 곳이 바짝 건조해졌다. 레몬 같은 걸 떠올리니까 그제야 침이 좀 모였는데 나는 퉤 뱉어내지를 못 하고 그저 귀두 위로 가지런하게 흘리기만 했다.
“소리나게 뱉어 줘.”
“못 하겠어.”
“그럼 엎드려.”
우타나 시쇼사나. 언제 벗겨졌는지 모를 브래지어와 이제는 젖어 축축해진 회색 thong. 부스럭거리는 콘돔 포장 찢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 왔다. 내가 제일 긴장하게 되는 순간. 눈이 가려진 것도 아니었는데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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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04-26 17: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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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02-11 13:56:47
3편은 어딨죠? 쓰고계시는중인가 현기증나요 ..
익명 / 오메 ㅋㅋ 3이 완결입니다 고마워요 https://redholics.com/red_board/view.php?bbs_code=talk11&bd_num=124414
익명 2023-01-29 18:05:48
1편은 어디있나요 못찾겠어요 ㅠㅠ
익명 / 두리번거려 줘서 고마워요! 댓글 맨 아래 url이 1편입니다 ㅎㅎ
익명 / 감사합니다!! 필력 넘 조흐세요 >_<
익명 2023-01-28 12:00:01
저 한자는 머지
익명 / 모자랄 핍
익명 2023-01-28 11:26:24
3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익명 / 어 ㅋㅋ 음 asap 고마워요
익명 2023-01-28 10:37:18
돌아다닌 사람 냄새 확 꽂힌다
익명 / 지금 우리집에는 숙면한 사람 냄새
익명 / 비누 샀는데 알던 냄새가 아니고 강해서 역해 손 씻는 만큼 둔해지겠지 그래도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는 냄새가 있어 언젠가 오래 집 떠났다 돌아오면 내 냄새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익명 / 알던 냄새가 아닌 건 두 가지 제조할 때 넣는 향료가 바뀌었거나 내가 바뀌었거나 ㅋㅋ 난 소올직히 울집냄새 좋아하지는 않음
익명 2023-01-28 09: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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