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의 소설이고 영화화되어 컨택트라는 제목으로도 개봉했지요. 영화 원제를 변경해 개봉한 것 외에는 결점이 없는 영화로 여깁니다. 원제는 어라이벌인데 어센션되 괜찮지 않았을까 싶지만.
간단히 서사를 압축하면, 지구에 도래한 외계인과 의사소통을 시도하고자 언어학자가 투입되었고, 결국에는 그들의 언어체계를 이해하는데 성공합니다. 외계인의 인식체계는 이를테면 통시적 내지는 총체적이어서 전개의 시작과 끝을 하나로 받아들여 이해하고 전달합니다. 시간을 순서로 보는 것, 다음 시점을 짚어야 그 다음 시점을 짚어나갈 수 있는 그런게 아니라 시간선 전체를 포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며, 이 체계를 이해한 언어학자는 스스로도 자신의 생의 전부를 총체로써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어학자는 미래에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아이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사랑했던 남자도 본인을 떠나게 될 것임을 알게 됩니다. 비극으로 끝나는 전개의 시발점이 될 남자를 포옹하며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죠. 어떠한 선택이 명백히 파국이나 비극이 되리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선택합니다. 그 선택이 전혀, 운명이 불가피하므로 정해진 대본을 따라 극의 인물처럼 행동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모습으로 연출되어, 그 때 어렴풋이 이러한 정서가 처연함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라이벌보다는 어센션이 맞잖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는 태평성대를 살아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며 그게 본인 스스로라거나 대의멸친을 해야할 그런 뭐 역사적이라거나 민족적이니 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비장함을 느낄 일은 없지만, 어렵고 그래서 이겨내기 힘들고 사실은 언젠가는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대로 압도되는 상대방을, 사랑하기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우리 삶의 비장함이 그정도인 것에 시대가 좋다는 헛 생각을 하며 푸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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