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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것을 당신은 직감할 수 있나요? 설명이나 증명이 없이 곧바로 느껴 아는 것을 직감이라고 사전에서는 풀이하고 있는데 저는 언제나 증명과 설명이 필요한 인간이어서인지 이에 대한 직감을 줄곧 경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따라붙는 ‘왜?’가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새로운 사랑! 단어만으로도 싱숭생숭해서 한숨이 나오는데 또 왜일까 반문한다면 “온전한 즐김이 나에게 과연 허락될 수 있을까?”가 답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취하고자 하는 것들 저편에는 반드시 잃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었고 그동안의 경험을 비추어 지레 짐작하기로, 앞으로의 것들 역시 얼마나 또 아플까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 내 고질적인 습관이라서요. 뭐, 적당한 갖다붙임은 아니겠지만 왕관을 쓰기 위해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밖에 지금은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그 좋은 걸 두고 벌써부터 나쁜 것들을 대비하고자 하는 심보가 조금은 고약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잃을 게 많은 인간은 아닌데 겁이 많은 이유가 왜인지는 정말 잘 모르겠어요. 이 숙제를 풀고 나면 나도 언젠가는 조금은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게 되겠구나 하는 희망이 바닥에는 깔려 있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나를 찾아오는 걸까요, 아니면 내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아직 내려본 적이 없어서 나는 그것들을 직감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나고 보면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하고 처절하게 깨달은 적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존재는 부재로써 증명된다고도 하던데, 과연 내 깨달음은 언제나 늦는구나 하는 마음에 나를 향했던 시간과 마음 그리고 몸짓들이 소중한 만큼이나 미안하게, 또 고맙게 여겨져요. 이걸 우리, 후회라고 부르기로 할까요?(조크)

그런 시기가 있나 봐요, 철저하게 고립되었다가도 곧 사람으로 복작이는 시기가요. 그것이 외로움의 무게와 정비례 또는 반비례하는 관계는 아니겠지만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몸을 내던지노라면 잠시나마 잊을 수는 있게 돼서 역시나 느껴지는 것은 고마움이 맞을 거고요.
최근에는 자의로 새로운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됐는데요, 지금 얘기하는 건 남자 얘기예요 ㅋㅋ 아직 파악이랄 것도 없이 서로의 표상들만 겨우 알아차리는 정도지만 와중에도 이것저것들을 따지고 재는 내 모습은 얼마나 무례한가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쓰는 글입니다. 저울질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의 가장 큰 것을 꼽자면 내가 얼마나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것들인데요, 받는 것도 역시 기쁨이지만 저는 주는 데에도 기쁨을 느껴요. 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선물이 아니라 음 결핍. 내 결핍을 이만큼이나 주고도 여전하게 나를 견디어낼 수 있는 사람일까를 부단하게 살피고 있어요. 우습게도 저는 사랑과 동정 그 둘의 차이를 잘 모르는 인간이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고요, 설령 만에 하나 내가 받게 될 그것이 사랑이 아닌 동정이라고 했을 때 과연 내가 공허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ㅋㅋ 으으 모르겠다. 회사 선배는 나한테 지금까지 만난 후배 중 멘탈이 가장 강하다며 혀를 내둘렀는데 제가 느낀 저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멘탈이 약한 인간이라서요, 언제는 아니었던 것 아니지만 특히나 요즘 많이 휘청거리는지라 내가 쓰는 글도 중언부언 요지 파악이 힘들 테고 또 남들의 가지런하게 정리된 활자들을 욱여넣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갖다붙인다면 그럴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사람이 간절했다가 또 전술했듯이 내팽개쳐질 것이 두려워 마음을 꼭꼭 틀어막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새어나가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들로 하여금 잘 버티고도 있어요. 적다 보니 반성보다도 고마움에 대한 고백인 것 같기도? ㅋㅋ 나도 언젠가는 내가 받았던 것만큼은 못 되더라도 그래도 누군가를 따스히 품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마지막까지 저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ㅎㅎ 정리 한 번을 안 한 불순하고 불친절한 글이라 언제나처럼 결국에는 배설물과 같은데, 오늘은 유독 지독하네요 ㅋㅋ 오늘은 좀 싸고 싶은 날이었어요. 읽어주셨다면 고맙고 아니더라도 서운하진 않을 거예요.
아~ 진짜 출근 싫다. 너!무!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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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03-01 23:13:33
꽤 오랬만에 깊이있는 토로를 읽어 반갑습니다. 국면마다마다의 실존에 선사하는 흐릿한 창을 깨나가시길 권합니다. 세상은 그걸 짧은 기간이 대해선 경험, 길게는 시행착오라고 명명했습니다. 지금 눈 앞이 흐린 만큼 현재 서있는 좌표는 분명해질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건 부럽기도 해요.
익명 / 깊기는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아닙니다 ㅋㅋ 선명해지는 걸 두려워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이게 맞나? 자꾸 되뇌게 되는데, 또 버티다 보면 버텨지겠죠? 경험과 시행착오 ㅎㅎ
익명 2023-03-01 22:43:27
결핍엔 비타민, 결여에는 인정
익명 / 그럼 결함에는?
익명 / 성찰
익명 / 흠
익명 / 결핍은 육체, 결여는 마음, 결함은 구조
익명 2023-03-01 22:00:32
점점 계산적이게 되더라고요
상대방의 거리. 나의 시간. 자주 만날수는 있는지....
예전에는 어떻게 그렇게 만날 수 있었지?라고 다시 한번
생각이 들더라고요
익명 / 그럼요, 거리와 시간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라 ㅋㅋ 다시금 고맙기만 하고 ㅜㅎㅎ 기꺼이 행해준 것도, 기꺼이 행하게 만들어준 것도
익명 2023-03-01 21:49:30
전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젠 그 애정이 일방이 아닌 쌍방이고 동시성이었다는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기적이었던가를 생각합니다
익명 / 어 댓글 읽다 보니 든 생각인데요, 현전하는 걸 깨닫지 못 했던 이유가 어쩌면 당연시 여기는 데에서 비롯한 오만함 아니었을까요?! 새 봄에는 축복이자 기적과 함께하시기를 ㅎㅎ
익명 / 사실 첫 만남에서 느껴지죠. 보통 1-3초 이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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