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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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아서 아르바이트에서 고용형태가 전환된 케이스인데, 아르바이트생이었을 당시의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유잼일 수 있겠지만 일단 나한테는 노잼이니까 노잼이야기라고 시작해 볼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외모가 조건에 왜 해당하지 않을까. 모든 부서원들이 예쁘고 잘생겼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다들 좋았다.) 얼굴 보고 뽑나? 부서에 대한 내 첫인상은 그랬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채용과 관련한 사내규정에 외모 가산점 같은 건 없었다. 우리 부서뿐 아니라 옆부서 분들도 그랬다. 데면데면한 와중에도 살가운 사람 있게 마련이고 상냥한 가운데에 상투적임도 역시 있었다. 편의 상 A로 칭하게 될 그 사람은, 어딘가 오버스러워 보였다. 오버스럽게 말을 붙이기도 하고 오버스럽도록 퇴근하지 않기도 했다. 업무 특성 상 대부분의 인원이 퇴근할 무렵에야 출근하는 나는 A와 마주치는 일이 꽤 빈번했다. A가 노골적으로 나에게 누군가를 험담한 적은 없었지만 말의 흐름으로 조금은 짐작했다. 무례했던 내 짐작은 얼마 가지 않아 사실이 되었다. A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의 수가 셋을 넘었거든. 세 명이 호랑이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먹기 아니던가. 빈 사무실 안에서 다른 사람의 자리를 뒤적이거나, 업무시간에 홀로 쇼핑을 하는 일, 부서장과의 거듭된 면담 후에도 나아지는 일이 없다더라고 사람들은 그랬다. 얼마 가지 않아 A의 자리는 비워졌고 체감 상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에 자리를 대신할 다른 사람과 나는 인사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특별히 생각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나에게 나쁜 언사를 행한 적 역시 없었으므로 남들이 가지는 그 사람의 이미지대로 그를 떠올리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간혹의 언급에 ‘최악’, ‘진짜 이상한’,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적마다 그저 침묵하는 수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벌써 4년차의 일인데 오늘에야 나는 A를 떠올린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내 상사는 심한 폭언도, 모욕과 모독도, 신체적/정신적 폭력도 견뎌냈다고 했다. 폭력으로 사람을 이끌게 하는 것은 관성일까 추력일까. 그도 아니라면 인간 누구나 가지는, 이성으로 억제하기 어려운 본성일까. 나쁜 사람이기를 자처하는 사람은 분명 있겠다. 배정받은 역할이 그렇다면 집단 안에서만큼은 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 아니던가. 그러나 본심을 의심할 수는 없겠다. 누군가에게 직간접적인 위해를 가하기 위해, 그로 인해 하나 이상의 인간을 안팎으로 파괴하고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나는 전적으로 믿고 싶다. A의 퇴사 경위에 대해서 나는 알지 못 한다. 다시 무례하게 어렴풋이 짐작해보건대, 자발적인 퇴사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였을까. 조금만 더 따뜻했더라면 무언가가 달라졌을까.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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