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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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자 온 사람들 넷이 모였고 다른 하나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면 다섯인가 여섯인가. 내가 마음쓰는 게 도리어 결례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 그저 휴대폰을 보도록 놔두었다. 얼마 안 있어 그 사람은 갔다. 옆에 앉은 사람 냄새가 좋았다. 어떤 향수를 쓰시느냐 물었다. 아는 브랜드의 모르는 향수였다. 그 사람은 내 소매를 걷어 팔뚝 안쪽에 본인의 향수를 뿌려 주었다. 나에게 헤테로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은 채로 또 음- 하고 대답을 유보했는데, 바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만약 즉답했다면 다른 상황 속의 나를 만날 수 있었을까. 외로운 눈 속으로 빨려들어간달지. 넷이서 우리는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할 때까지 술을 연거푸 마셨다. 하나둘 집에 가고 나도 이제 집에 가려는데 이상형이라며 붙잡혔다.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며 덧붙인 말은 매주 토요일에 온다는 얘기였다. 나는 먼 곳에 산다면서 거절했다. 미안하다고 하진 않았다. 아빠 닮은 여자가 이상형이래서 크게 웃었고 택시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남자에게서 나는 공포를 느꼈다. 2. 공포와 불안의 차이를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는데, 경험으로부터의 것은 공포고 미지의 대상에게는 불안을 느낀다던가. 여전히 책도 영화도 어렵기만 하다. 그것들을 주제로 하는 대화는 더 어렵다. 힘들진 않고 가끔 흥미롭기도 하다. 상대적 약자인 나를 배려하는 마음씨들이 고맙지 않을 이유 없겠다. 가만가만 듣는 나의 의중을 살펴주는 것 역시. 3. 덕질은 삶을 더 윤택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상이 무어가 됐든 무언가에 열정을 품고 원동력을 구축하게 하는 힘이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분명하게 대단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나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년을 가까이 좋아한 밴드의 드럼 연주자 이름을 나는 모르고, 좋아하는 영화 감독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은 나머지 그의 만행을 알게 된 것도 어제가 처음이었다. 부끄러웠다. 연인에게도 그랬던 것 같다.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했던 적도 없었고 그의 취미가 뭐였든 난 꽤 심드렁했던 것 같다. 일도 마찬가지. 어쩌면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나를 대하는 타인의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뭘 바라는 마음을 이기심 말고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일들을 우리는 해야만 한다. 그 중에 반드시 공부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요즘의 내 것은 글을 사람을 흐름을 읽어내는 공부. 그게 공부로 배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우선은 해야겠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방임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읽기 어려운 것들은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만든다. 그래서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겠다. 나태로의 질주는 언제나 그렇듯 내 경계 대상 1호였고 앞으로도 그것은 바뀌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내심 그것을 쥐어 줄 사람을 찾아 부지런히 두리번거리는 내 눈알을 어쩌면 좋을까. 5. ‘조차’라는 조사에 대해. ‘도’가 아니라. 이런 통찰력을 나는 언제쯤에나 가질 수 있게 될까. 나도 언젠가는! 6. 솔직히 뭘 해야 하는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언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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