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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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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에서는 마음에 이르러야 부처다 라는 말이 있다더라. 이런 말 고리타분하고 누구에게 말할 정도로 철든 인간도 절대 아니건만...사실 무슨 의미인지도 아직은 모르고 살다보면 어느 때인가 와 닿을텐데, 여하간 극 적으로 얘기하자면 폭력도 마음에 이른거라고 하더라. 부처는 당연히 자비에 이르렀겠지. 그래서 무소유가 생겨난 것이겠고.... 나는 감히 흉내도 못 낼 위대함이다.
아무튼, 인간은 욕망덩어리고 그걸 자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추동성과 첨예함에 따라서 마음에 이르는 정도를 얘기할 수 있으려나.
여하간 욕망을 이렇게나 잘 다룬 영화가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주인공은 볼쇼이 발레리나로 자신의 욕망에 어느 정도는 가닿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타인의 욕망에 의해 부서지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스파이 집단에 가담하게 되면서 욕망들 속에서 그것들을 목격하는 얘기다.
생존도 욕망아니냐 물으면 나에게는 그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긴 한데 그녀는 생존을 위해 그저 욕망 위에 승차하고 환승하며 목숨을 담보로 생존을 추구하는 현대적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회와 자유라는 대립하는 기치 아래에 각자의 욕망 추구가 개인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국가가 개인에게 착취하여 획득하는 욕망이 더 잔인하게 보이는 아이러니가 그녀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까. 
당연히 욕망에 관한 영화니 섹스도 빠질 수 없다. 제니퍼 로렌스의 섹시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엄청 건조하게 느껴지는데, 유혹과 갈망 그리고 욕구 사이의 구조를 변증적으로 보여줘서 그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헤겔의 말 처럼 욕구는 너와 나 각자의 정념이기에 관객으로써 객관적 시각을 갖을 수 밖에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는 상대의 욕구를 이용하려 할 뿐, 욕망이라는 것은 너를 내게로 내재화 시켜 하나가 되려는 것이라는 말 처럼 극 중 그녀의 섹스는 텅 비어있어서 그럴지도.

어쨌거나 스피노자나 니체는 욕망이 본능이며 그것들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는 말을 했던 반면, 헤겔부터 라캉 지라르 들뢰즈 등등은 인간적이며 이성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영화에서 그녀는 자기보다 거대한, 각자 스스로 이성적이라 믿는 그 욕망의 소용돌이 앞에서 살아남았다. 타자의 욕망에서 벗어나려 점점 더 커지는 욕망들에 편승하며 얻은 것은 그 크기에 비례하며 늘어나는 몸의 상처들 뿐. 그녀가 욕망의 틈으로 내던져 살아남고자 한 투쟁은 결국 온전치 못한 일상으로의 회귀 뿐이었고 다른 욕망의 부름으로 끝나는 그 결말은 무겁게 다가온다.

희망과 욕망을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욕망을 다스리겠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교만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던 영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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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03-31 00:28:04
인간이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나요 아무리 관객이라고 해도
익명 / 관객은 제삼자고 사전적 정의도 그러할걸요. 영화를 보는 내가 당사자가 될 순 없잖아요
익명 2023-03-30 19:22:08
난 과연? 절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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