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일요일일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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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 다시 굳어지는 요즘인데 금세 또 질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산책조차도 큰 결심이 필요할 정도의 집순이라서 흡연을 제외하면 자의적으로 바깥에 나가는 일이 손에 꼽는데요 ㅋㅋ 최근엔 월, 목요일마다 야근을 하고 있고 나머지 평일은 운동을 하거나 아님 또 야근ㅋㅋ을 하거나, 가끔의 이른 귀가를 하는 날에는 라방을 켜고 책을 낭독하곤 합니다 시청자는 통상 0~3명 정도 ㅋㅋ 같이 있어 줘서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주말! 일부러는 아니고 인싸는 더더욱 아닌데 왜인지 5월 스케줄까지 빡빡한 걸 보면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는 제법 나 괜찮은 인간이지 않나 착각에 빠지곤 해요 일요일 이 시간대엔 꼭 노래를 틀어두는데요, 언젠가 누군가 두고 간 스피커는 어딨나 찾아보는 것도 사실은 귀찮아서 그냥 휴대폰으로 아님 가끔 헤드폰 볼륨 왕창 키워서 바깥으로 다 흘러나가도록 ㅋㅋ 귀에서 피는 아직 가끔이지만 좋다! 싶은 노래들 종종 공유하기도 하고 남의 기호도 기웃거리기도 하는데 역시 비슷해야 반갑다는 건 변하지 않는 관성일까 싶어 굳어진 취향들이 못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와중에 특수한 상황에서만이지만 락을 좀 듣게 된 게 스스로 놀랍기도 ㅋㅋ 언제나 일요일! 이라고 Apple Music이 추천해 준 리스트인데 자그마치 3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라니 일요일 하루를 꼬박 다 듣더라도 월요일 아침이 되어야 끝나겠네요 개중에 정말 내 취향 아니다 싶은 곡들은 즉흥적으로 넘기곤 하는데 인내심으로 이어서 생각하면 역시- 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서 다른 떠오르는 것들에 미안해지기도 하고 ㅠㅠ 흑흑 ㅋㅋㅋㅋ 암튼 다시 주말을 이야기하자면 정말로 분에 넘치도록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가는 시간이 무색하고 아까울 정도로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듣다 보면 꼭 내가 그 사람들과 비슷한 ‘급’이 된 것 같은 알량한 유쾌에 빠져들곤 하는데 그 속에 있을 때에는 모르다가도 꼭 집에 가는 길에 그 유쾌가 알량했다는 걸 자각하고부터는 더없이 공허해져서 ㅋㅋ 지하철 안에서는 종종 울기도 해요 이러기 싫다 이제는 말할 수 있나? 싶은데, 섹스했던 사람의 수를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살을 맞댔던 게 사실이고 과연 다 기억하지 못 해서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야 미안하기도 해요 사실과 결과는 분명한데 그 과정과 이유가 너무나도 불분명했었어요 부끄럽게도 지금껏 한 번도 자문한 적이 없었어요 나를 찾고 싶다고 목놓아 외치면서도 왜 나는 나를 알려는 시도조차 외면했던 걸까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 근래에는 조금 고민해봤는데요, 아직도 많이 모자란 고민이고 앞으로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겠지만 아마도 특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권 어릴 때에나 지금에나 저는 영영 반항심 가득한 인간인데 어릴 때엔 제지당하기 일쑤였던 섹스를 성인이 된 저는 일종의 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니 뭐니 개소리나 지껄였던 게 과연 진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존중이었나 묻는다면 대답을 머뭇거릴 것 같아 다시 부끄럽네요 섹스! 우리 다 섹스를 위해 여기 모인 게 맞잖아요? 누군가는 섹스 자체를 위해서 두리번거릴 테고 또 누구는 더 나은 섹스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파서, 또 누구는 다른 누구의 섹스가 궁금해서 아니면 지난 섹스를 반성하고 조금은 후련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을까요? 아무튼 섹스! 한 치의 고민 없는 특권의식이 취한 나를 항상 밀어넣었던 곳은 언제나 섹스였고, 미안하게도 고맙게도 내 청에 응해주는 사람과 물론 좋은 관계를 이어나간 일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공허함이었던지라 도망치게 만드는 건 역시 나였어요 가끔이지만 내 청에 응하지 않는 이들이 몇 있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사람들이 지금의 저는 가장 고마워요 어제의 반가운 사람에게 털어놓은 얘기 중 하나를 꺼내보이자면, 사실 제가 원했던 건 섹스보다도 공존이었거든요 같은 공간에 있어 줄 누군가가 강하게 필요했어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울지 않을 자신이 없었고 천장 바라보면서 한숨 쉬는 게 너무 싫었는데 ㅋㅋ 차라리 섹스를 빌미로 같이 있자고 하면 대부분은 웬 떡이냐고 좋아할 게 뻔하니까? ㅎ 사실 뻔하다고 하는 거 너무너무 오만하죠 얼마나 상대방을 낮잡아 보면 그게 뻔해요 얼마나 쉬웠길래 얼마나 호구로 보였으면 그래요 사실 성별 바꿔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내가 보잘것없는 사람인지 부연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아실 테지만요 “내가 널 가지고 논 이유는 바로 내가 공허해서야 그래서 난 널 이용한 거야” 라는 말이 결코 성립되어선 안 되는 핑계라는 거 알아요 나 나쁜 년인 거 아니까 질책하지 마! 나도 알아! 로 읽힌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뭘로 읽히든 어떤 반응이든 그냥 오늘은 뭐가 됐든 좀 필요해요 ㅋㅋ 우습게도 당신의 모든 반응을 나는 또 이용하겠고 과연 자격이 있나 자꾸 묻게 되는데 그 물음 뒤에 여지없이 작아지는 걸 보면 멀어도 한참 멀었구나 싶어요 일단은 당장에 만나는/만나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격이 가장 크고 사람들을 차치하더라도 음 적기 민망하니까 그냥 ㅋㅋ 모든 자격이라고 뭉뚱그려볼까요 저 이런 글 쓸 자격 있나요? 그러면 반대로 당신은 이런 글을 읽어야 하는 의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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