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다시 만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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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고. 죽을 만큼 사랑하고 있는 여자가 있는데요. 같은 여자에요. 저희는 동갑이고 40대 중후반입니다. 30대 초반에 만나서 연애를 시작했고 3년 가까이 연애하다 헤어졌어요. 연애 하는 동안 정말 저는 헌신적으로 돌봐줬었고 사랑했었어요. 저는 과천에 살고 여자는 역삼동. 직장은 분당. 매일 분당에서 역삼동 들르고 집으로 퇴근하는 일상이었어요. 만난지 2년차에는 그여자가 메니에르 병을 앓아서 한쪽 귀가 멀어버렸지요. 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 그녀 집까지 초밥과 파리바게트 호두파이를 사갖고 밤에 갔는데 그걸 먹고 다음날 내내 구토와 어지럼증이 심해져서 고생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증상이 몇일 가서 병원에 갔었는데 처음엔 원인을 못찾다가 대학병원 가서 발견했어요. 이명과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져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어 제가 매일 병원에 데려다 주고 그러느라 회사도 그만두고 뒷바라지를 했었어요.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고 하던 찰나에 한쪽 귀가 아예 멀어버리게 되었어요. 오히려 귀가 안들리니 어지럼증은 없어지더라구요. 이명은 여전하지만. 제가 사다준 음식이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껴 계속 마음이 쓰이고 했었는데... 저도 남자는 남자였나 봐요. 만나는 동안 관계는 커녕 키스도 한번도 못해봤었는데 이제는 저에게 마음을 열때가 되었나 싶어서 잠자리를 말을 꺼냈더니 단호하게 거절을 하더라구요. 혼전순결 이런건 아닌데 너무 단호하게 말을 꺼내서 제가 조금 서운했었나봐요. 저는 뒷바라지 한다고 대기업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뒷바라지며 월세며 생활비며 다 내주고 철 바뀌면 옷사입으라고 몇백만원씩 주고 결혼하자고 500짜리 다이아 반지까지 해줬었거든요. 그게 시작이었던지 제가 마음이 너무 좁았던지 제가 결국 그녀를 떠났어요. 유치했었죠. 내가 스님도 아니고 3년동안 너를 지켜줬으면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뭐 이런 내용을 미사여구를 붙여서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그녀를 떠났어요. 그녀는 저와 헤어지고 같은 해에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죠. 애가 생겨서 어쩔수 없이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냐면... 헤어지고 그녀는 결혼까지 했는데도 그녀에게서 매년 연락이 왔거든요. 연락이 올때마다 저는 속도 없이 이제라도 뭔가 다시 시작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받아주고 받아주고 그랬는데... 그 생활이 7년 가까이 흘렀고... 저는 그사이에 요식업을 해서 나름 크게 성공을 했었는데요. 가게를 4개를 운영을 하다가 코로나가 와서 완전 망하고 그 와중에 직원이 화재를 내서 건물주와 소송에 지게 되고 완전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도 그녀와 연락이 오랜만에 되었었는데... 10년을 안하던 관계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너무나 행복했죠. 그러다 통화 도중 제가 코로나 시국이라 걱정스런 잔소리를 좀 했더니 해준것도 없으면서 말로만 잔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주더라구요.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을 핀잔을 나락으로 떨어져 있던 와중이라 견디지 못했었나봐요. 머리속에서 뭔가가 뚝 하고 끊어지더니 저는 알았다고 하고 그 길로 차단을 해버렸어요. 전화며 카톡이며 다. 그게 2020년 봄이었는데... 사실 3주도 안되서 저는 차단을 다시 풀었지만 먼저 연락 할 용기가 없어서 그 상태로 시간이 흘렀죠. 원래도 먼저 연락을 잘 안하는 성격이었는데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린거에요. 작년 11월에 몇년만에 다시 전화가 왔어요. 사실 이름이 안떠서 얼결에 받은 전화였는데 그녀였던 거였죠. 전화를 받고 밤새 울었어요. 그리고 다시 급속도로 가까워 지고 말았죠. 그녀의 남편은 가진게 하나도 없는데 사기 결혼을 한거였어요. 서울대 의대 출신의 의료업체 사장이라고 그녀를 꼬셨지만 결혼 생활 7년동안 생활비 한번 가져다 준적이 없는... 인천의 다 쓰러져 가는 단칸방에 부모한테 얹혀 사는 한량이었고 심지어 제가 사줬던 가방들이며 반지 목걸이까지 다 갖다 팔고 그걸 다른 여자한테 갖다 바치는 그런 인간이었어요. 생활비가 없어서 임신했을때 8개월째가 되서야 산부인과를 처음 갔고 애가 거꾸로 들어서있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도 겨우 돈 빌려서 했던 그런 상황이었대요. 그러다 보니 자기한테 헌신적이었던 제가 계속 생각이 났고... 중간에 계속 연락 했던게 자기는 이미 유부녀인데 남 주기는 아깝고 하지만 놓치긴 싫어서 간신히 붙잡고 있던 끈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런거 아무 상관없이 그녀가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지난달에 이혼 도장을 받아냈어요. 3개월의 숙려기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오늘도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뜬금없이 물어보더라구요. 자기를 얼마만큼 사랑하냐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인거 같아요.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만족해할지 모르겠어요. 근데 13년전에도 사랑했지만 지금 더 사랑하고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우리 둘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가서 정착을 하기로 했거든요. 정말 먼 길을 돌고 돌아 온거 같다는 생각밖에 안드는데... 이제라도 제자리로 돌아온거 같아서요. 여기 계신 모두들 행복한 사랑들 하시고 행복한 만남들 하시길 바래요. 너무너무 길어져서 급 마무리를 했지만 너무나 행복해서 그냥 끄적여봤어요. 감기들 조심들 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들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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