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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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서 고민만 갖고 시간 보낸지도 꽤 됐네요. 아마 이 과정도 거의 끝난 것 같고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만나서 함께 해나가는 고민일 것 같아요. 성찰이나 고찰이라기엔 해온 것들이 너무 보잘 것 없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아무 가치 없을 것일지 모르니 그냥 고민? ㅎㅎ 그냥 그간의 생각 중 토막을 적어두고 싶어 씁니다.
가장 큰 고민은 정신과 육체적 사랑의 접점에 대한 것이었어요. 사실 정말 많은 책이 있지만 너무 많은 책들이 처세에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대를 움직여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들은 정말 와닿지 않았어요. 그래서 읽게 된 것들이 소설이나 에세이, 철학서 였는데 정말 어려웠습니다. ㅋㅋ 정말 오래 걸렸어요. 괴롭기도 했고... 아무튼 정신적 사랑에 대해서 에리히 프롬부터 한병철까지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생산해 낸 건 비워야겠다는 생각 하나 얻은 것 같습니다. 무소유 그런건 아니고 내 마음 자리에 상대 자리도 남겨두는 것 정도랄까요. 완전하게 저를 어떻게 비워내겠어요. 조금이라도 남겨두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안에 남겨두는 것도 나고, 내보내는 것도 결국은 나 일테니 도래한 지금을 지켜내는 건 아마도 조금 덜 스스로를 주장하는게 아닐까 해요. 상대에게 뭘 얻을 수 있다 생각하는건 아무래도 마음 안에 나만 꽉 차있고 부풀리려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비워내면서 받아들이다보면 서로 뒤바뀔거라 봐요. 그렇게 상대에게서 자기를 확인하게 되겠고 결국 그게 자신의 온전한 자리를 확보해주는 것 아닐까, 내가 나인채로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결론을 얻었습니다. 육체적 사랑은 사실 경험이 넓지 않아요. 그래도 생각의 기점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건 제 안의 욕구, 욕망 같은 것들이 여전히 있으니까 그걸 깃대 삼아서 원론적인 책들, 영화들 참고 했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섹스 하시는 분들의 얘기도 듣곤 했어요. 그래도 접점을 찾아야 하니까 가장 궁금했던건 여성적 오르가즘의 정체 라고 해야할까요. 이렇게 쓰면 오해가 될 것 같기도 한데, 여성의 오르가즘이 없다는게 아니라 남성으로써 그걸 분명하게 인식하기 힘드니까 그걸 좀 더 또렷하게 알고 싶었어요. 여성은 키스, 클리, 질, 피부 등등 엄청 많은 오르가즘이 있고 심지어는 출산 그리고 연기로도 도달한다고 까지 알고 있어요. 반면 남성은 사정이라는 하나의 현상이 있지만 그 사정이라는 하나의 오르가즘 지표 때문에 되려 퇴행적이게 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사정이 이르게 혹은 뒤늦게 오더라도 결국은 사정을 하거나 비사정으로써 오히려 오르가즘을 억제해 쾌감 안에 좀 더 머물러야 하는 형태로 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런 비사정 섹스로 다른 감각을 일깨울 순 있지만 그런 것들이 결코 여성적 오르가즘의 실체에 도달하는 것은 너무도 지난한 것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물론 이러한 것들을 알아가다보니 다양한 형태의 성적 추구도 비난과 질책보다는 조금 더 존중하게 됐습니다. 하여간 이런 것들만 보더라도 남성은 제한적이고 국한적이라는게 조금은 분명해지지만 그럼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오르가즘에, 그 관계 안에서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관대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이해의 범위를 확장했을 때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사회가 남성적으로 직조되어 있으니 인지하지 못할 것들이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하고 꽤나 찾아보고 읽어 보았습니다. 물론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그 고통을 제가 어찌 이해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어느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익을 위해 외려 남성의 권위를 갖으려 해서 남성이 되고자 하지만, 그간의 억압과 고통을 헤아리면 추측일 뿐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해의 실마리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되려 작금은 남성이 위축된 사회라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진정 어디 그런가요. 흔히 우리가 정상이라 일컫는 범주에서 이미 남성들은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불편함은 타당함이 될 수 없지 않을까 해요. 어쨌거나 둘의 공통점을 보면 자리 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살면서 단 하나의 인생 책으로 꼽을 수 있을게 있는데 그 영향이 가장 컸어요. 다양한 가족 제도가 존재하는게 세계이지만 전 하나에 귀속되고 싶어요. 남성의 입장으로써 여성은 하나의 수수께끼고 남성을 힘의 논리로 내세우며 하나의 사실로 제시하는 것으로는 자연과 우주를 모르고 그것보다 인간이 우월함을 주장할 수 없듯이 우위를 정하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 것 같아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열등한 것은 남성 아닐까, 그 불안이 여기까지 왔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정신적으로는 상대의 사랑을 다 알 수 없음에 나를 넓히는 것은 내가 어느 정도의 심급을 갖는지 알 수 없어 상대의 자리를 비워야 할테고, 육체적으로는 어쩌면 남성은 사정에 종속된 안타까운 성별일지도 모르고 상대에게 묻는 과정을 수반해도 확신할 수 없는 여성의 오르가즘 앞에 그 자리를 비워놔야 할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합니다. 사회적 자리 역시 육체적으로 우월한 자리야 물론 존재하겠지만 근원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대로도 좋다고, 누구를 위해 그러하지 않아도 좋다고, 여성인 채로 충분히 좋으니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리도 마련해놔야겠다는 개인적 결론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이게 최종이 될 순 없어요. 분명한 오류도 있을 것이고 아직은 혼자이니까 누군가 만난다면 함께 조정하고 알아가며 서로 환대하면서 의미 찾기를 해나가야 하겠죠. 과정이 물론 순탄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허락한다면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별 얘기 아니지만 정리 겸, 어쩌면 소비하는게 아니라 저도 무언가 얻어가는 레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씁니다. 날이 정말 점점 좋아지네요. 좋은 밤 좋은 봄 되시고 좋은 인연 만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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