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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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으려 하지 않아도 놓아지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쥐려고 하지 않아도 쥐어지는 것들이 있을까. 모래를 움켜쥐었던 빈 손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잔존물을 누군가는 추억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염분에 의한 점성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통장 잔고라고 하기도 하더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인력과 같은 크기로 척력이 작용한다면 그것을 우리네의 마음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까. 나는 생각했다. 너는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유 아니면 방종, 그 가운데에서 너는 유유자적하는 줄로 보였으니까. 그럼 나는 어땠나. 애써 떠날 수가 없어서 눈 질끈 감고 네 등을 떠민 게 바로 나인 줄을 너는 이미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네가 속박과 소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나는 가만히 끄덕일 뿐이었고, 너 역시 종국에는 늘상 해 온 얘기처럼 본인의 섣부름을 뉘우치는 듯했다. 제약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제약보다도 제시. 통달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적어도 너와 나 둘만 두고 보자면 그랬다. 통달한 사람처럼 보여지려고도 하지 않았다. 너와 나 둘 사이에서는 그게 먹혔다. 속박되고 싶었다. 소속감은 곧 결속력으로 이끌어지지 않던가.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나는 소속되고 싶었다. 그러지를 못 할 바에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나았다. 엄마와 아빠에게서 느꼈던 그 어떤 것들을 나는 가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마저도 바라고 있었다. 멍청이. 나는 개똥벌레라고 우스개로 이야기하지만 얼마나 곰곰이 뜯어보든지 개똥벌레가 아닐 이유 또한 없었다.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익숙함과 편안함을 혼용하고 있었다. 혼자 지내는 것은 편안한 것이 아니라 익숙했던 거라고, 뒤늦게야 참회하고 만다. 따뜻했으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고 그랬지. 더는 돌아볼 수 없도록 나는 더 더 매몰차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게 그냥 내 숨겨져 있던 본심이었는지, 아니면 애당초 마음에도 없으면서 그저 네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었을지, 그도 아니라면 무어라 형용할 수 있을까. 곱지 못한 것이 내 습관인 동시에 관성이라서 나는 그렇게나 다정했던 너에게까지 무수한 생채기를 그어댔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너는 나를 어떤 눈으로 보았을까. 내 시야가 언제부터 뿌옇게 서려 있었는지. 아직도 나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구별할 수 없겠다. 지금도 나는 편안한데. 그런데 조금은 놓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 생각을 하는 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이 점점 지겨워져서, 그래서 극약처방이나 받자고 자위나 했다.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이미 알고 있었다. 의존의 대상만 옮겨갈 뿐 나는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문제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해결의 시발점이라고들 하던데. 그럼 나는 대체 언제 해결되고 언제 변하는 건지. 어쩌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 하면서 말로만 떠벌거리는 건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다 태워버리라고 그랬다. 잠겨 죽지 말고 그냥 타죽으라고 그랬다. 불냄새는 저기 멀리에서부터 잘 맡아지던데. 그리고 잘 지워지지도 않아. 근데, 어쩌면 다 태우고 나면 이런 지긋지긋한 것들 이제는 정말로 그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잠겨서 퉁퉁 불어나는 건 흉측하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잠길 수 있을까. 너를 나는 모조리 태울 수 있을까. 내던질 용기도 없으면서. 내던져진 너를 받아낼 여력도 없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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