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바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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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하게 하는 제목. 이토록이나 유명한 영화를 개봉한지 딱 10년째에 드디어 봤다. 친구가 도와준 덕에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를 제외하고)앉은 자리에서 처음과 끝을 같이 한 오랜만의 영화. 사랑을 시작하기로 약속한 이들의 사랑스러움은 이루 말할 것 없겠다. 그래서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는 팀의 심정이 이해되려고 할 때마다 간지러웠다. 메리가 너무너무너무 너어무 예뻐서 처음 등장하는 신에서 “미친!” 하고 소리질렀던 것과 엄마가 차를 마시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하면 반드시 거절하라던 팀에게 알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해놓곤 엄마가 내려준 차를 홀짝이던 메리가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는 건 곁가지로 하고. 쟁취를 위해서 애쓰는 것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일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애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애씀을 외면했는가. 왜 나는 당치도 않은 이유를 들먹이며 그들에게 등을 보였나. 주어진 것들은 당연히 여기고, 맞지 않는 흠이나 틈 같은 걸 발견하는 족족 “난 너와 달라.” 하고 쌀쌀맞은 눈을 해온 것은 아니었나. 앞으론 안 그래야지! 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다짐 같아서 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땐 아닌 듯하다. 아들과 탁구시합을 한 번이라도 더 하기 위해 50살이 되던 생일에 은퇴한 아빠의 마음을 우리는 과연 헤아릴 수 있을까. 흐르는 시간을 우릴 성숙하게도 하지만 어느 때에는 우릴 갈라놓기도 한다. 무색하고도 야속한 시간 앞에 누구라도 공평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여행하는 그들 앞에서도 시간은 역시나 공평했다. 과거로밖에, 그것도 본인이 경험했고 또 기억하는 과거로밖에 돌아갈 수 없도록 하는 설정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고.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망각이 축복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기쁨 앞에서는 무력한 듯하다. 그런 이유에서 팀의 삼촌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팀의 동생 킷캣에게 나는 가장 많이 이입했는데, 아무래도 킷캣의 엉망진창인 생활양태와 그에 따른 부산물인 불규칙성을 포함한 어떤 면면들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까닭일 것이다. 작 중 누군가의 대사였는지, 아님 영화를 보던 중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이 웅웅 울리면서 떠나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지 말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귀 닫고 눈 가리고 휘적휘적 팔 휘두르며 제 갈 길 가는 사람에게는 그런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킷캣을 구원한 건 다름아닌 본인 스스로였을까. 그렇게 믿고 싶은데. 본인의 인생 영화를 흔쾌히 보여 준 친구에게 고마웠고, 보는 내내 머릿속이 어질하면서도 동시에 덜어질 수 있어서 잠깐의 쉼 같았던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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