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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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소유하고자 하거나 대상이 되고자 하는 각각의 욕망이 서로에게 교차될 때 관계가 형성되지 않나. 근데 그건 어느 한쪽에 영원히 천착되지 않고 아주 빈번한 역전의 반복이 되어야 지속의 가능성이 있는게 역시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어그러지는 관계는 소유의 욕망이 실현되지 않음을 알게 되니 다른 대상을 찾게 되는 것일테고, 영원한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되니 모두의 표상이 되고자 하는 것 아닐까. 통상적인 사랑의 구조는 서로가 서로의 은유로써 존재하는, 내가 나로써가 아닌 너를 통해 발견하는 유일한 나를 확인하는 것. 하지만 너에게 영원히 유일한 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이상 너라는 존재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잃었다 느끼고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 같은 것을 마주하게 되지 않나. 역전의 가능성을 꽤 오래 생각해봤지만 아직까지는 각오와 결심 말고는 모르겠다. 돌아보면 변함없음을 원하고 바라지만 계절이나 하다 못해 일기 마저도 그렇게나 맞추기 힘든 것 처럼 너는 그리고 나도 언제나 변화무쌍하지 않았나. 이 화가는 평생 부인을 사랑함에 애썼다 한다. 정말 많은 그림을 아내와 아이들을 그려 냈고 바다도 그 못지 않다고 하던가. 그렇지만 아침의 아내와 아이들이 저녁의 그들과 같지 않고 바다의 물결도 한결같지 않음을 생각하면 과연 늘 똑같이 사랑에 빠졌던 그때의 감정으로 그려냈을까 싶다. 사랑해서 그렸다지만 사랑하려 그렸던 건 아닐까 하는 물음은 왜 일까. 자신의 눈이 자신의 마음을 속이려 드는 것에 손으로 몸부림 치며 저항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사랑하기 위해 그토록이나 그려냈던 것은 아닐까 묻고 싶지만 나는 닿을 수 없다. 추측해봐야 내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그린다는 일념 정도만 보일 뿐이다. 행여 환상을 얻었다 하더라도 지속의 순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더없는 행운 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최후에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물으면 즐거웠다 보다는 행복했다 라고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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