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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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얘긴 아니고 그냥 흘러가는 생각인데, 왜 나는 으레 소비되는 것들을 마주하기가 싫을까요? 이를 테면 외모, 나이, 직업 등등등. 조금만 둘러봐도 얼굴이나 손, 발, 아니면 키의 크고작음, 얼마나 젊은지 또는 많은지, 이름 대면 알 만한 회사인지 아닌지 또 그곳에서의 직책이나 직위. 말고도 어떤 차를 어느 아파트에 주차하는지 또…
열거한 것들과 관련해서 내세울 만한 그 어떤 베네핏도 갖추지 않고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그것에 빠져드는 게 두려워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가리고만 지내게 된 걸까요. 겪어보지 않은 것에 나무라는 게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때가 종종 있어서 당사자가 되어 본 일도 있는데요, 뭐 (구)남친과 나의 나이 차이가 얼마고 어쨌고 저쨌고… 또는 대학교 졸업도 전에 임용 합격한 몸매가 어떤 친구가 어쩌구저쩌구… 그에 따르는 반응들이 유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 보면 이것도 보통 대단한 아집이 아니군 싶어요. 하루는 누가 그러더군요, 신점을 보러 갈 건데 미래의 애인에 대해 물을 거라고, 외모가 어떤지 재산은 어느 정도 보유중인지 또 뭘 잔뜩 적은 메모지를 보여줬는데 나머지는 기억이 잘 안 나요. 나와는 또 동떨어진 주제들이라 말을 고르는 중이었는데, 내 표정이 머쓱해 보였던 건지 그이가 덧붙이기를, “살면서 중요한 것들이잖아.” 저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답했던 것 같아요.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열등하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어디 마음이 마음처럼 되던가요? 나한테서 없는 걸 찾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쪼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외면하고자 더 더 다른 것들을 좇는 걸까 싶기도 해요. 음,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도 느껴지는 것들. 감각되는 것들. (시각도 감각이네요 ㅋㅋ) 남들과 달리 보이고자 이 악물고 애쓰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서라도 변별력 같은 걸 갖추게 되면 뭐가 달라질까 싶은데, 이게 변별력을 갖추게 해 줄 수나 있을까 싶고 전술했듯이 단순히 아집인 동시에 똥고집에 지나지 않나 싶어서 멋쩍기도. 스스로를 날씨 같은 것에 영향 안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괜히 이런 나부랭이들 끄적이는 거 보면 이 역시도 스스로를 과장되게 평가하는 건가 싶어요. 그냥 남들과 같은 시각과 관점으로 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싶고. 왜 애쓰고 있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난 뭘 통해 소비되고 싶은 건지, 그럼 반대로 상대방의 무엇을 소비하고 싶은 건지, 생각난 김에 좀 더 파고들어 볼까 싶기도 한데 으 그냥 이것도 흘려보내고 말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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