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잡뻘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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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마다 사람 이렇게 많다니 다들 부지런하구나 나도 그럼 부지런한 건가 모르겠는데
모르긴 몰라도 이러다가 의도치 않은 사고들도 비일비재하겠다 싶더라 휘말리긴 했다만 의도치 않았으니 사고가 아닌 걸로 하고 싶다 의도치 않은 사고도 사고기는 매한가지지만 뭐 그냥 발 딛는 것도 간신했고 내 신체 어디에 뭐가 닿아 있든 이상할 거 전혀 없는 밀집도. 짜부라는 표현이 딱인 듯. 안 빽빽했더라면 휴대폰 가방에 넣고 차렷 자세로 허공 노려보면서 가사나 음미할 텐데. 근데 괜한 오해 만들고 싶지 않아서 광고만 잔뜩인, 볼 거 없는 휴대폰만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손이 아래에 있으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러면 여기에 하릴없이 휴대폰 보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알게모르게 배려하고 있는 걸까. 사실 나는 휴대폰이라기보다도 그냥 알람시계나 일기장 정도 ㅋㅋ 아님 카메라? 지하철이 출발하고 멈출 때마다 그의 반대 방향으로 기울기를 몇 차례, 어깨에도, 팔꿈치에도 뭔가 닿아 있는데 게다가 워낙에 비좁았으니까 인지를 못 하고 있었는데 그제야 알게 됐다. 엉덩이에 무언가 닿아 있는데 사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러면 사람의 어딘가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딱 아! 했다. 참고 싶어도 재채기와 사랑은 참을 수 없다던가. 근데 신체반응도 마찬가지이지 않던가. 무얼 탓할 수 있을까. 무엇도 탓할 수 없다. 하늘이 솟거나 땅이 꺼지는 게 아니라면 어디 갈 곳도 없으니 딱히 움직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악의나 저의 없음이 분명하게 느껴졌으니까. 치한이었다면 이때다 옳다구나 싶어 마음껏 혹은 티나지 않게 그러나 성적 흥분이 가득하게 부비적거렸을 텐데, 그런 움직임 하나 없이 그냥 닿아 있다는 게 문자그대로. 그냥 가만하게. 에고. 그래서 전혀 안 불쾌했다. 불쾌하지 않았고 그냥, 내 주제에 조금 안쓰러웠다. 내 해석이 곡해가 아니라면 본인도 퍽 난처했을 텐데 어쩌겠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또 모를 일이다. 그 사람의 뒤에도 누군가의 무언가가 닿아 있을 일일지. 그래서 빼도박도 못 한다는 바로 그 상황일지.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그렇다고 밀집도가 눈에 띄게 차이나진 않았다. (성립할 수 없는 비교지만)과포화에서 포화 정도의 변화랄까. 그래서 나도 반의 반 걸음 옆으로, 거의 동시에 내 뒤에 있던 그 사람도 반대 방향으로 반의 반 보. 그 작은 간격이 생기니까 조금은 안심도 되면서 또 그 사람도 안도하지 않으려나 싶더라. 그냥 멀어지는 걸 느끼기만 했지 얼굴 안 봤다. 그냥 옷차림을 통해 대략의 나이대만 가늠하는 정도. 이런 부연 안 하고 싶은데 ㅅㅂ 전에 누군진 몰라도 외모 운운하던 인간 있길래 참내 ㅋㅋ 하 착하단 말 듣고 싶은 과욕에 사고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는 걸까 싶다. 고맙단 말도 물론 보람찬 건 맞지만 착하단 말도 기분이 나쁘진 않거든. 제법 자주 아니라고 하긴 하는데, 가끔 은근하게 바라는 거 보면 으 영락없다. 그러나 확신하건대 안 착하다 ㅋㅋ 착하기도 한데 악랄하기도 하고 치졸하기도. 아무튼간에 종종 드는 생각이, 굳 걸 신드롬이 나에게 있는 걸까. 1.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2. 작은 것마저 양보하려 하고, 3. 귀책이 없는데도 사과하거나 4. 규칙을 지키기 위한 과도한 노력을 들이는 거. 아아아 싫다. 근데 또 종종 나는 스스로가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는 거. 아이러니하진 않은데. 여기에 미주알고주알할 일은 아니겠다만 스스로가 끔찍하다고 느끼는 때가 분명하게 있으니까. 이외에는 생략. 아 무슨 말이 듣고파서 쓰는 글이냐고요? 걍 뭐 오늘도 수고 많았다 정도면 적당하겠다 아니어도 상관은 없음 뭐 어쩔 건데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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