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주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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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애인의 요 말이 결국엔 사랑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섹친이었던 사람.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맥주를 들이켜가며 제 보지를 빨아주던 기억이 나는군요. 데이트 비슷하게 다니며 대화도 많이 나눴고 꼭 섹스 때문이 아니어도 통화도 곧잘 했습니다. 친구와 같이 만나기까지 했죠. 아마 친구와도 섹스를 했을지 모르겠어요. 상관없었습니다. 섹친이었으니까요. 남이 가져도 괜찮았어요. 섹친이었던 사람2. 역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긴긴 이메일을 종종 주고받았고, 그 사람의 과거 연인들 이야기를 듣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글솜씨가 꽤 좋았던 사람이었거든요. 친구와 같이 만나지는 않았어요. 친구와 자는 건 싫었나봐요. 하지만 제가 모르는 다른 사람을 만나건 말건 그건 터치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의 감정. 애인이었던 사람1. 좋았던 사람. 지금도 좋은 사람일 것이지만 저는 그 사람의 '좋음'이 부담스러우므로 '좋았다'고 적어보았어요. 섹스도 좋았고, 한 때 사랑했다고 믿었지만 그건 아마도 그 때의 제가 외로워서였을 거에요. 돌이켜보면 저는 그 사람에게 반하지 않았거든요. 섹스는 좋았습니다, 섹스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았던 섹스와는 별개로 이성적 매력은 떨어지는 사람이었어요. 애인이었던 사람2. 그리운 사람. 너무 사랑했는데 섹스가 안맞았어요. 그럼에도 너무 좋았어요. 성적 매력과 섹스가 별개일 수 있다는걸 이 사람을 통해 경험했어요. 어떤 매력들은 섹스를 초월합니다. 보고 싶지만 볼 수가 없네요. 자기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고 현재의 애인은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형을 묻는 질문은 곤란합니다. 그건 만나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더군요. 물리적 실체를 맞닥뜨리고서 그제야 가늠이 되기 일쑤라서요. 섹스로 시작된 우리는 처음부터 너무 잘 맞았는데, 애인이 돼버린 게 순전 섹스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른 성적 매력이 없었다면 그저 섹파로만 남았을 거에요. 그렇다면 그 성적 매력이란 게 과연 무어냐, 아 역시 답하기 어렵군요. 그건 목소리였다가 어떤 태도였다가 적당한 근육이었다가... 잠자리에서 애인이 달콤한 말들을 늘어놓을 때면 마치 최음제를 투여받는 것만 같습니다. 기분 최고죠! 그리고 거의 매번 같은 말들임에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그 말들이 한결같이 같은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일 거에요. 어쩌면 애인에게는 자기 최면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아직은 익숙해진다기보다 서로에게 길들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남 주기 싫어. 본인과 헤어지고서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지금은) 싫다는 이 남자의 독점욕이 조금 지나친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래, 사랑이니까 하며 흥분이 고조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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