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recen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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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죠?” 라는 물음 속에는 꼭, ‘당연하게 잘 지내야 함’이 내포된 것만 같이 들려서 안부를 묻는 방법으로써는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찌 할 만한 방도는 없을 터. 건네오는 물음 저 편에 자리해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마음을 나는 다 알지 못 한다. 그런 까닭에 나는 탐탁잖은 질문에도 줄곧 밝게 답하곤 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네, 그럼요. 덕분에요.” 한다. 당신들이 어떤 계절을 어떻게 맞이하고 또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나의 뒤를 돌아봤을 때에, 꼭 목이 멘 것처럼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여간 힘들었던 여름과 봄 그리고 겨울이었기 때문에.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때부터 바삐 지냈다. 주말 이틀을 내리 집에서 누워만 있었던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 한다. “다다음주에 시간 괜찮아?” 하고 물으면 나는 이내 머쓱한 얼굴을 하고 그 다음 달의 중순까지 꽉 찬 스케줄에 대해 부연을 해야 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바쁜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은 매번의 서두였다. 이번주의 대회, 다음주의 결혼식, 그 다음주의 수련, 그 다음주의 단풍놀이, 그 다음주의 모임과 그 다음주의 무엇과 또 무엇과 무엇과 어떤 일들을 나는 날짜와 장소와 참석자까지 시간순으로 꺼내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지만 당장에 어제 어떤 운동을 했는지, 지난주에 어디에서 무얼 먹었는지, 그 전 주에 누굴 만났는지는 더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 이유 또는 원인을 찾아보려 하는 것도 조금은 지치는 일이라 당장에는 내가 신경쓸 수 있는 것들에만 매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나는 또 한 번의 도망을 쳤고 변명을 했다. 내 방식대로 해석하자면, 마음이 과거에 머무는 이는 우울하고 미래에 머무는 이 또한 불안하다고 노자의 도덕경에서 읽었다. 그래서 현재를 살라고 그랬다. 웃기지, 내 현재는 불안하고 우울한데. 도덕경을 상기하면서, Amor Fati 또는 Memento Mori보다도 Carpe diem을 더 확대시키는 듯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의 것을 되짚어 반추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탓에 나는 비겁하게도, 당신들의 것을 탐독함으로써 나의 어떤 구멍을 메우고자 했다. 올 여름,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또 어떤 것을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몹시 부정확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나 딱 정확하게 한 가지는 기억한다. 7월 16일, 그 날은 내가 올 여름의 첫 매미 우는 소리를 들은 날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아들인 동시에 내 동생의 차를 처음 탑승한 날이기도 했다. 유독 습한 여름이어서였을까, 비정상적으로 땀을 많이 흘렸다. 얼마나의 격한 운동을 하더라도 겨드랑이를 제외하면 내내 뽀송했던 나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 인중에 눈 밑에 벌써 땀이 송글송글한 내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그런 여름이 꽤나 길었다. 작년엔 9월 초순부터 저녁 외출이 제법 쌀쌀했는데, 11월이 가까워 오는 지금에도 나는 여전히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아침저녁을 활보하기도. ‘기온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아주 최근에 딱 한 번 했다. 운동을 마치고서 푹 젖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였다. 찬 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건조했다. 비둘기가 없었다.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항상 22시를 넘겼다. 봄에는 어떤 결심을 했다. 애석하게도 헤어질 결심은 아니고 의지할 결심. 뭐, 어떤 측면에서 보면 헤어질 결심이 될 것 같기도. 마음에 피어난 호기심이 ‘하고 싶다’를 넘어서 어떤 결심으로 변태하게 되면 실행까지 이르는 데에는 그다지 큰 시간이 걸리지 않는 듯하다. 다만 ‘하고 싶다’가 ‘해야겠다’로 변하기까지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너무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그 고민들에는 그만큼의 에너지 역시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그 결심은 가을이 완연한 지금에도 아직 깨어지지 않은 채다. 여전히 고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겨울은 정말 춥지 않았다. 겨울과 가을의 경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 한 채로 겨울을 맞이했던 것 같다. 전기장판을 꺼낸 적이 없었다. 올해에 아마 꺼내게 된다면 2년 묵은 오랜 먼지가 목과 콧속을 간지럽히겠지. 음, 또- 11월에는 야근을 단 하루 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스콘이나 건빵처럼, 퍽퍽해서 삼키는 동시에 우유나 아메리카노를 찾게 되는 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숨이 한가득 막히는 펠라치오는 예외로 둘까. 이 세 문단을 적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어서 옥수수수염차를 몇 번이나 들이켰는지는 세지 않았다. 종종의 물음에 어떤 마음들이 쌓여 있는지를 떠올리면 이와 같은 답변들이 퍽 미안한 것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을 고하면서까지 안심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까무룩 빼먹은 것은 있을지언정, 일부러 보태거나 과장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전과 다르지 않게 바쁘다. 가끔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대부분의 시간은 잠으로 채우지만 부유했던 생각들을 가지런하게 정돈하는 시간이 되기도, 지금처럼. 당신들의 지난 계절이 궁금하다. 어떤 시간들을 떠나보냈으며 또 앞으로의 것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맞이하고 싶은지. 그리고 잘 지내는지까지도. 반드시 잘 지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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