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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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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섹스의 시선은 어딜 향하고 있는 걸까.
그건 분명 상상만으로도 대상이 있고, 표상이 아닌 실재라 하더라도 그 위에 덧씌워 바라보고 있는건 흔한 일 아닌가. 그럼 그때의 서로는 무엇을 바라보며 몰두하고 있는 걸까.
사실 이런 생각, 나는 항상 쳇바퀴고 누군가에겐 그저 다 놓고 쾌락이나 즐기면 되는 일 일지도 모른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그 형태야 어쩌거나 각자 주어진 시간을 향유하는 것이니 내 말 따위로 침탈할 수는 없는 일. 나대로 의미를 찾는다지만, 늘 답 모를 생각 와중에서도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대화 속에서 고마움과 함께 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제의 아무 인사로 시작된 대화가 그랬다.



>(나) 데이트는 잘 했나? 그 친구와?
< ㅋㅋ 데이트. 그치 실내 데이트. 저번에 톡할 때 이미 걔네 집서 나왔을 때임 ㅋㅋ

> 목욜 밤에 가서 금욜날 나온거임? 대단한데. 사귀는 겨?
< 그럴 리가. 그냥 노닥거리는 거야.
> 푸닥거리는 거겠지. 푸닥푸닥.
< 푸다꺼리 ㅋㅋ

> 나도 만들어 줘. 푸닥거리는 사이.
< 셀프.
> 난 셀프로는 못 만들고, 만들어지지도 않을 듯. 소개팅도 힘든데 ㅋㅋㅋ
< 소개팅 나도 시켜줘.
> 너넨 맘 먹으면 잘 하자녀. 남자랑 여자랑 달라.
< 흠. 난 그럼 아직 마음이 없는 걸지도.

> ... 두려운거 아니겠나.
< 그치 머 누구일지 모를 일이니까.
> 근데, 탐색 없으면 연애도 없다.
< 응.
< 아는 사장님이
> 연애하재?
< 자꾸 소개팅 받으라는데, 봄 까지 시간 없다 그랬더니
> 지랄 말구, 지나간 짜장면 안돌아온다.
< 그제야 알겠다 하더라. 누군 어디 살고 잘생겼고, 누군 여 근처에서 일하는데 성품이 짱인데 제일 아끼는 동생이래. 봄까지 시간 없는거 진짜야 ㅋㅋ
> 걍 좀 무서워서 거절했는데 소개해달라 해. 근데 왜 난 애인 없지.
< 사귀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머였는지 생각해바.
> 파트너를 구해도, 좀 진득한 사람 만나고 싶다. 근데 난 파트너 어케 구하는지 몰라.
< 나는 진득해. 내 파트너들...
> 넌 싫어. 난 여러 명도 싫어.
< 아니 나 만나란 얘기가 아니라
> 너 와 나 면 되는데, 사실 애인이 낫지. 무 자르듯이 하라는 통상적인 말,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이 안된다.
< 나도 여러 명 싫고 좀, 내가 이만큼 따뜻해도 괜찮겠다 싶은 사람 만나고 싶다 ㅋㅋ
> 그건 애인이지. 난 진짜 섹스의 화신 같은 존재감 아니면 싫어.
< 화신 ㅋㅋㅋ 그렇네 ㅋㅋㅋ

> 나 머리 많이 자라서 잘생겨짐 ㅋㅋㅋㅋㅋㅋ
< 내가 너무 많이 바라나 보다. 축하해. 짝 만날 일만 남았네.
> 회사에서 잘생겼어요! 듣고 있는데, 모르것다. 것 보다 화신 소개좀.
< 화신이 뭔데, 섹무새?
> 아니 그건 애송이잖아 바보야.
< 그럼 섹미새
> 섹미새는 뭐냐
< 섹스에 미친 새끼. 나 ㅋㅋ. 짜증나. 이딴 거 그만하고 그냥 ㅋㅋ. 그동안 밀당 같은 게 왜 필요하지 싶었는데.
상대가 틈을 안 내 주면 당길 수도 밀 수도 없는 애매한 스탠스가 되는데 그게 누구 눈엔 밀당으로 보일 수도 있겠더라.
> 다들 밀당이 뭔지 정확히 모를걸.
< 일부러 연락 뜨문뜨문 하거나, 아님 안 내키는데도 달려가거나, 그런거 하라는데 나 너무 칼답한대.

> ... 왜 남이 하라는 거 해?
< 안해. 그냥 그래? 하고 말어. 칼답해서 질리면 마는 거고, 안 내키면 나중에 내킬 때 보면 돼.
> 그런거 왜 해?
< 몰라. 하래.
> 왜 그래야 하는지 물어바. 그런건 어느 상황이냐구.
< 오래 만나려면 밀당 필요하대. 그러면서 되묻는 게,
- 너는 남자가 칼답하면 어때?
- 좋아.
- 너가 만나자 했는데 피곤하다고 다음에 보자 하면 어때?
- 그러자 해야지.

> ㅋㅋㅋ... 오래 만나려면, 진짜 필요한 건 솔직함 아닐까. 다들 솔직하다 말하는데, 그런 표면적 솔직함 말고, 내밀한 솔직함.
< 그 둘이 뭐가 달라?
> 괜찮은데 안괜찮고, 사실 내가 뭐가 안괜찮은지 잘 모르겠는거. 갈등하는거. 미묘하고 내밀한 진심. 가면 위의 솔직함이 아니라, 가면 뒤의 솔직함.
< 음... 더 어려운데, 진짜 어렵고 배불러.
> ... ㅋㅋ 그냥 솔직하기가 힘들잖아. 시간 가면 갈수록 점점 아닌 척 하고, 외면하고, 모른체 하고, 넘어가고, 더이상 이해하기 싫고, 같이 겪어보기 싫고. 다 그래서 방황하는거 아닌가.
< 음... 안 외로운 척 ㅋㅋ 그렇네.

> 맨날 그렇네 네 ㅋㅋ
< 맞자나. 아님 아니라고 해 나도 ㅋㅋ. 외로운데 아니라고 하는 것도 솔직하지 못 한 거지 머야. 나도 솔직하기 힘들어 ㅋㅋ. 그 친구한테 두 번 더 하자고 보채고 싶은데 그냥, 거실 소파에서 누워서 핸드폰 하고 있는 거 보면. 그냥 피곤한갑다 하구, 알아서 씻고 나 가께 하면서 나오구 ㅋㅋ
> 왜 소외 당하면서 만나.
< 그치. 존나 이해 안 돼 나도 ㅋㅋ. 어떻게 그런 자지가 있지.
> 고추가 졸라 커?
< ㅋㅋ 나 큰 거 별로. 아니 걔랑 처음 했을 때 술이 존나 떡 됐는데, 넣자마자 정신 번쩍 듦 ㅋㅋ. 과장해서 ㅋㅋ. 아 어떻게 이러지 싶어. 고추만 떼다가 집에 두고 싶음.

> 미친. 너무, 이런 대화 해 본 적이 없어서 이상하네.
< 그럼 말아. 미안.
> 암튼, 뭐 그건 그렇고. 뭔가 각자 자기 만나는거 같네.
< 나도 머, 너를 만나고 싶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다 ㅋㅋ 존나 이런 거 개부담인가 봐. 그냥 있는 거에 만족할란다. 충만은 택도 없고, 만족도 아니네. 그냥 아쉬운 대로.
> 뭔 말이야?
< 너가 노상 하는 말 있자나. 다 자기만 본다고, 거울 같아서. 달라지면 질리거나 어색해서, 또 동일자 찾아서 홀연히 가버리게 된다고.
> 응. 만나는 지점은 어디고,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나, 쭉 길게 늘이고 늘리면 나도 너도 아니게 되니까. 그런게 융합이려나.
< 이거 자체로도 부담스럽고 힘겨워 하는 사람 천지야. 너도 그랬고,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 나? 난 너랑 섹스 못해.
< 서로가 너로 있어달라고 하는 관계.
> 난 너 사용 못함.
< 섹스에 국한하는 얘긴 아니고, 암튼 뭐 그래. (서로가 너로 있어 달라고 하는 관계.) 이거 제일 필요해. (난 너 사용 못함.) 고마워 이건 좀 따숩네.

> ... 나도 어케 해야 만날 수 있을지 답은 없어. 그냥 똑같을걸.
< 흠... 내가 찾아야 할 일 이겠지, 누가 찾아주냐 ㅋㅋ. 너무 보고 싶은 친구는 꿈에 한 번을 안 나와. 그리움이 모자란가.
> 그건, 그럴싸 한 거 같지만 아냐.
< 프로이트. 무의식의 반영이래잖아, 꿈더러. 아는 사람도 그 말 자주 했어 ㅋㅋ
> 프로이트 이론은 흘러간 이론이야.
< ㅋㅋ 그 사람 구닥다리 맞아. 그리고 멋쟁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비밀.
> ㅋㅋㅋㅋㅋ 그리움은 아냐. 그리울수록 자기 안으로 침잠하게 되지 않나. 음, 동시적인 행위 속에서 서로를 감각하지만, 과연 우리의 마음 속 장소도 동시적일까.
< 음...

> 남자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냅두면 기분이 어때?
< 쓸쓸햐. 같이 있어도 혼자야 ㅋㅋ. 근데도 그대로 두거나 그대로 있는 건 두려움이려나.
> 그럼, 너 반응 하나 하나에 귀 기울이면서 정성 들이는 사람한테 다 맡기면 어때?
< 흠, 없어 지금은. 왜 안 그러고 싶겠어 ㅋㅋ. 근데 무섭기도 하다, 그것대로.
> 그럼 넌, 반대로 해 본 적 있어? 아무리 잘해도 저렇게 정성 들이는 사람.
< 웅, 정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거울이던데 돌아보면. 정성 들이는 스스로에 취한 거. 나르시시즘.

> 그치
< 나야 ㅋㅋ
> 니가 고양될 때 까지 기다려주는 경험은 없네? 그럼 니가 올 때 까지 기다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는 경우는?
< 있어, 이거. ㅋㅋ 엄청 미안했지. 지금도 미안하고, 앞으로도 그럴 걸.
> 너도 미안하다고?
< 나도? 내가 미안하지 ㅋㅋ




미안함 앞에서 되려 미안해야 할 일은 흔치 않은 미안함이겠지. 어쩌면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환대가 되려 상처가 되어버린 그 소설 속 소녀의 마음과 비슷할 수도 있으려나. 아니면 같은 장소에 있길 원하는 마음에 응답하지 못한 죄책감에서 오는 미안함이려나. 하긴, 어떤 이들은 혼자만의 장소에 이끌어주지 못한 것으로도 소외감 만을 느끼거나 초라함으로 치부하고 가두어 외면하기도 하지 않나.
이런 미안함은 얼마나 따뜻해야 늘 가질 수 있는걸까. 게다가 이런 대화 누구와 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그건 그대로 많이 고마워 해야 할 일 이겠고.
어쨌거나 몸도 마음도 항상 동시적이지 못해 상실과 회복을 오가는 우리는, 오차 없는 동시성을 생애 중에 겪어 볼 수는 있을까. 흔치 않은 축복을 맞이한 이들은 감사일까, 감격일까. 어쩌면 내 몸의 감각적 인식과 수용이 아닌, 네 몸의 윤곽과 형태 그리고 작은 자욱 하나 하나 살피고 어루만지는 감각만으로도, 절정 따위 무시해도 충분한 융합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욕구에 밀려 자극점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닌 것들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들은 한 장소에 있게 된걸까. 각자의 자기만족만이 정말 행복이 맞는걸까.
시간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각자의 육체성을 체흔이라고 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몸을 차분히 더듬어 짚어가며 심상에 새기듯이, 눈과 손 그리고 몸의 접촉으로 그 체흔을 짚어낼 때, 그리고 기꺼이 그 행위 앞에 몸을 내어 줄 때는 어떤가.
바꿔 쓴다면, 나는 없고 오로지 너로만 나아갈 때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처럼 다 내어주면 너는 또 다른 너를 찾아내기도 하니까, 그렇게라면 간접적으로 라도 같은 장소에 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허탈하지 않나.
좋으면 그만인 것은 싫어지면 그만이니까.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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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01-25 20:48:20
나라면 기분나쁠꺼같음. 섹파? 남친? 얘기 이무렇지도 않게 하고
너랑 섹스하기 싫다하고ㅜㅜ
무슨 관계에요??
익명 / 이런 얘기도 하면서 생각 나누는 친구요
익명 / 이게 어떻게 친구에요?? 전여친?? 짝사랑하는거같은데..
익명 / 누가 누굴요?
익명 2024-01-25 00:54:40
대화 상대자에겐 동의를 구한 것인가요? 이렇게 사적으로 나눈 대화를 공개해도 되려나
익명 / 네 동의 검수 받고 올렸습니다
익명 / 다행이네요. 남의 대화 엿듣는 기분이었거든요
익명 / 동의없었으면 올리지 않았겠죠
익명 2024-01-24 18:03:30
짠... . 하네요. .
익명 / ??????????
익명 2024-01-24 18:02:44
재밌다
익명 2024-01-24 17:54:53
나랑 섹스할 여자분 ? ㅎㅎ
익명 2024-01-24 14:57:01
두분의 문체가 매우 닮아 있네요. 편집 때문이겠지요?
잘 읽고 갑니다.
익명 / 눈으로 보며 옮겨 적었으니 그럴지도요 감사합니다
익명 2024-01-24 13:42:55
좋아도 그만 싫어도 그만이 아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ㅋㅋ 어느 때고 좋은 이유는 어디에서 오나
익명 / 글 속 주인공이세요?ㅎㅎ 보기 좋아요b
익명 2024-01-24 12:57:20
이미 파트너들이 있으니 눈에 다른 게 드러올리가
익명 2024-01-24 10:52:09
날도 추운데 이런 남자랑 섹스 하고싶다 ㅎ
익명 / 나도 하고 싶다
익명 / 저랑 하실래요?
익명 / ㅆㄴ) 연결 시켜드려요?
익명 / 아...
익명 / ㅆㄴ) 음...결례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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