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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또는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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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오늘도 종일 비가 내린다. 얼마전부터 ‘하루 한 번 하늘 올려다 보기’를 실천 중이다. 길다가 문득 생각나서 고개를 위로 꺾어올리곤 했는데, 어제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하늘과 잠시 눈맞춤을 해야 했다. 시원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혼자 지내는 외로움, 고독에 대한 말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스스로 택한 것이든 이런저런 환경 때문이든 주위에 ‘싱글라이프’가 점점 늘어 가는데, 이를 긍정하는 시선과 목소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날이 잦아졌다. 바깥의 어둠을 지나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어둠과 적막을 만나게 된다. 건조하고 서늘할 수도 있는 공기지만 꽤나 포근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가만 생각해보면, 가까운 미래뿐만 아니라 사는 날 동안은 쭉 혼자일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깥에서 안으로, 문 하나를 통과하는 순간 찾아드는 안정감은 꽤 큰데, 그 공간에 평생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기대하는 편안함은 사라질 듯하다. 누구로부터도 방해 받지 않는 오롯한 나만의 공간, 무얼 해도 혹은 무얼 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거실에 들어서면 눈부신 빛으로 단번에 어둠을 쫓아내는 대신 간접등을 켠다. 포근한 기운이 은은하게 채워지면 연주곡 플리에 담긴 잔잔한 음악을 틀고 소파에 몸을 맡긴다. 철푸덕. 그렇게 천장을 보며 멍때리다가 스스륵 잠들기도 하고.

오늘 같은 날은, 평소엔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 한 캔을 따서 영화든 드라마든 눈길을 끄는 콘텐츠 하나 TV 화면에 띄운다. 딱히 재미도 없고 눈에도 귀에도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슬며시 평온이 곁에 와 있다.

사실 이 안정과 만족이 언제까지고 지속되리란 확신은 없다. 살다보면 인생을 올인하고 싶은 운명적인 만남이 교통사고처럼 일어나기도 하고, 반대로 어느날 손 쓸 수조차 없는 고독이 도둑처럼 들이닥칠 지도 모를 일이므로. 그런데 어느 쪽이 되었든 어떤 상상을 이유로, 내가 평온을 느끼는 뿌리깊은 이 성향을 외면한 채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상정하고 준비하는 건 조금 섣부른 일인 것만 같다. 아직은…

아,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가정을 이루고 예쁘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다. 특히 세상 모든 아기들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주위를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마음을 녹인다.

고유한 1인분의 삶들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각자의 행복을 찾아 잘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어떤 형태, 어떤 모양이든 서로를 존중하면서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살아온 날이 늘어갈수록 분명해지는 생각이 있다.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 앞에 서게 되는데, 지나고 보니 한순간의 선택 자체보다 그 이후가 중요하더라는… 어느 지점에서 내린 선택 하나로 인생이 결정되거나 크게 휘청이기 보다는, 그 선택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살아내느냐에 그 결과가 달려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끝날 겁니다. 그 삶을 어떻게 선택하고 살아왔는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입니다.” 책에서 본 한 구절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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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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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02-21 17:16:31
전 오늘 현타가 너무나도 강하게와  잘 안가던 피시방에서 혼자  게임하고 있습니다. 비가오니 잡생각도 나고 외롭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인해
익명 / 아.. 그런 날도 있지요. 혼자를 택하면 평생 같이 가야 할 애증의 친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외로움’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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