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Memories of Matsuko  
0
익명 조회수 : 2483 좋아요 : 1 클리핑 : 0

고등학생 때 친구네 집에서 봤던 영화. 당시에는 졸면서 봤다. 어린 마츠코가 결코 웃지 않는 아빠와 놀이동산에서 어떤 쇼를 보던 장면에서 잠들었던 것 같다. 친구는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울었다고 했다. 걔는 중학생 때부터 6년 동안 나를 미워하고 또 좋아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너 빼고 다른 애들 선물 다 사 왔었어. 근데 너도 솔직히 인정하지? 그 때 너 존나 재수없었잖아. 너가 나였어도 그랬을 걸?”
그걸로 걔랑은 어떤 접점도 만들지 않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냥 사족. 극 중 쇼에게 목사가 말하기를, 깊이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에 한 번, 영화 제목을 보자마자 또 한 번, 걔가 생각났거든.





나이와 몸무게의 앞자리가 달라진 지금 다시 본 마츠코의 일생은 나 역시도 울게 했다. 또 모르지. 울고 싶었는데 마침 눈에 띈 게 마츠코의 일생이었을지도. 내 눈물의 의미가 연민이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자기연민이었을 것이다. 걔는 왜 울었으려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스스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우리는 세뇌 당하면서 자라는데, 정작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의 사랑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 같다. 이런 모순된 삶 속에서 나를 그리고 너를 지탱하게 하는 것도 사랑이어야만 하겠지.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자면,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을 해야만 할 것이다.

피칠갑이 되어 버린 쇼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마츠코가 꺼내든 말은 고작 “임신하고 싶어.”였다.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겠다만 임신에 대한 페티시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마츠코의 말을 이해할지도. 물론 아닐 수도. 웃기지만 나는 임신 페티시가 없다. 굳이 꼽자면 사랑 페티시이려나 ㅋㅋ 아니면 눈? 더 웃기네.

엉겁결의 거짓말을 포착해내는 능력을 또 다른 말로 헤아림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모두에게 헤아림에 대한 여유가 조금씩만 더 있었더라면 마츠코는 훗날, 혐오스런 마츠코가 아니라 사랑스런 마츠코가 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교도소 안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마츠코의 얼굴이 가장 예뻤다.
채워지기 위한 몸부림 같지만 어쩌면 비워내기 위한 맘부림은 아니었을까. 역설적이게도 채워내는 것과 비워지는 것은 동일한 구조를 가지지 않으려나. 끝과 끝은 항상 맞닿아 있으니까.

여러 의미로 내 사랑은 글러먹었군 ㅋㅋ 그래서 울었는지도.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익명 2024-05-06 01:42:45
이거 진짜 재밌었는데.... 슬프고.
익명 / 맞아요 ㅋㅋ 재밌고 슬프고
익명 2024-05-04 20:05:58
고작의 페티쉬로 부르기엔 마츠코의 희망은 범상하다 못해 시시한 사랑 앞에서는 오히려 눈부신 것 아닌가.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라 말하는 저주에도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필사의 몸부림은, 재미로 돌이나 던지는 행위에 허무하게 맞아 죽을 만큼 천박하거나 혐오스럽지 않음을 더없이 잘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함.
익명 / 음
익명 / 마츠코도 스스로 눈부시다고 생각했을까요
익명 / 전혀
익명 / ㅋㅋ 응 전혀
익명 / 처절함이 페티시라고 할 수 있나
익명 / 상대방의 처절함을 성적 흥분의 질료로 소모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더욱이 당사자가 용인한 경우라면
익명 / 지금 말씀하신 건 본질적인거 아닌가 마츠코의 임신 발언에 성적 요소는 없을걸요
익명 / 그리고 페티시가 감정 상태 자체인 경우가 있어요? 그럼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사랑을 구현하고 싶은건 죄다 페티시라고 할 수 있는건가
익명 / 아 ㅋㅋ 맞아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런데 임신 페티시가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마츠코에 동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건 성적인 요소로 결부지으려던 건 아니었고 그만큼이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이었어요 ㅋㅋ
익명 / 전 오히려 임신 페티시가 있는 경우엔 마츠코에 동화하지 않는다 생각해요
익명 / 하여튼 하고픈 말은 그런 공감으로 울 수 있는 마음이면 좋은 사랑에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슴다 ㅋㅋ
익명 / ㅋㅋ 잘 쓴 글이 못 돼서요 음 줏대 없어 보이지만 하시는 말씀들에 전부 끄덕끄덕인데 마지막 댓글은 좀 ㅎㅎ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응원으로 감사히 받을게요 님도 좋은 사랑하시기를 빌어요
1


Total : 31195 (5/208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1135 완전 이성애자인 남자 그리고 애널자위 [1] 익명 2024-10-22 1131
31134 4년전 그녀가 생각나네요 [2] 익명 2024-10-22 1354
31133 X [18] 익명 2024-10-22 2981
31132 지금은 멀어졌지만.. 제일 굵었던 [7] 익명 2024-10-22 2542
31131 여성분들 도움좀... 남자유형에 대해서 [11] 익명 2024-10-22 1193
31130 여전히 사랑스러운 사람 3(펑) 익명 2024-10-22 1280
31129 너를위한 이야기] 너에게 공허함이라는게 존재한다면 봐... 익명 2024-10-22 820
31128 하트 뿅뿅(엉덩이 하트) 후방주의 [5] 익명 2024-10-22 2021
31127 어디서 휴지심 이야기 봤는데 [5] 익명 2024-10-22 1278
31126 질 관리법 조언부탁드립니다 [19] 익명 2024-10-22 1348
31125 오르가즘보다 [14] 익명 2024-10-22 1890
31124 나의 슬로우섹스 연대기(1) 익명 2024-10-21 1187
31123 모기말고~ (후방~~~) 익명 2024-10-21 1511
31122 윤곽 드러나는 시스루(약) [9] 익명 2024-10-21 1961
31121 후방) 유부남이라 싫다더니..(펑) [12] 익명 2024-10-21 3021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