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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지 않아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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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바다의 기별 첫 챕터 맨 앞장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자신을 끝판까지 몰고 가는 사랑에 대해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언어의 마법이 그녀를 이해하게 한다. 자신을 알아보기만을 바라며 어떤 헌신도 마다하지 않은 한결같은 순애보 속에는 어딘지 모르게 강한 수동성이 전제되어 있어 정치적으로는 불편하다. 그러나 어쩌리. 사랑이란 것의 본질이 어쩌면 자기 헌신과 연민, 슬픔 따위의 가학적 감정 없이는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지 않는 것을.

학창 시절 짝사랑에 빠져봤지만 그것은 남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었음을 알았다. 나는 상대방에게 유일하고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게 주고받는 사랑의 기본 법칙이다. 내가 바라보는 만큼 나를 보지 않는다면 내가 반한 것만큼 내게 반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마음 속 사랑이 떠날 때까지 인내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면서도 우물 속 물처럼 똑같은 생각은 끊임없이 퍼올려 버려도 끊임없이 솟아 올라 고였다. 이런 태도 역시 수동성이다.

애초에 채찍은 먼저 반한 사람이 상대에게 바친다. 남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낯선 연인'만큼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바쳐 사랑했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그를 향한 사랑을 철저히 숨기는 일이 왜 필요할까…

모든 외사랑은 그렇다…

당신을 위해서 언제라도 자유롭게 남아있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거의 익숙해졌는데도 갑자기 그 사실로 인해 속이 타는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저를 결코 앞으로도 알아보지 못할 당신.

물처럼 제곁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당신.

거리의 돌을 밟고 지나가듯 저를 밝고 지나가는 당신.

늘 멀리 떠나서 저를 영원히 기다리게 하는 당신은 제게 어떤 존재인가요?

한때는 당신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떠다니는 공기처럼 덧없는 당신을.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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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06-02 22:51:49
외사랑, 혼자 하는 사랑의 서글픔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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