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 부부가 되기까지 (긴 글 재미 없음.)
53
|
|||||||||||
|
|||||||||||
한 때는 분명 뜨겁게 사랑했던 기억이 존재하는데, 현재는 '의리'라는 이름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N년차 부부예요.
우리는 2년 연애하는 동안 각자의 미래를 위해 너무 바빴고, 또 바빴기에 일 주일에 한 번 그리고, 그는 주중 느닷없이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돼서 저를 잠시 보곤 돌아갔어요. 가끔 남편은 회상하곤 해요. "그 때, 내가 정말 미친듯이 좋아했었지. 그게 아니면,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었거든." 우리는 시간이 흘러 잠자리도 갖게 되었고, 경험은 전 애인이 전부였던터라 뭔가 안 맞는듯한 느낌이있었지만, 그건 전 애인에게 익숙한거라 치부했었죠. 사람들은 속궁합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이 세상에 완벽한건 없고, 이미 그는 충분히 넘치는 내적, 외적 조건을 갖췄고, 저를 너무 아끼고, 예뻐하는 마음으로 충만했기에 이 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익숙해져 갔고, 어느 날 그가 제게 말하는 거예요. "부모님께 결혼 하겠다고 말씀 드렸어."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어요. 난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데, 결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없는데.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물었고, "당신 결혼 생각 없다며? 처음 나 만났을 때 그랬잖아?" 그가 답했고, "처음 너 봤을 때, 너하고 결혼할 것 같았어."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전 좀 생각을 해볼테니, 시간을 달라했고, 그는 그러겠다 했어요. 분명 그랬는데. 며칠 후, 퇴근해 집에서 저는 당황스러운 얘기를 들었어요. "엄마는 XX군이 너무 마음에 들어. 축하한다. 우리 딸." 대충 전후좌우 상황이 짐작됐고, 연락이 안되자 그를 무작정 찾아 가, 자정이 넘어서야 그를 만나 얘기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된거야?!" 내가 묻고, "XX아, 왜 화가 난거야? 그가 답하고, "시간 준다고 했잖아." 내가 묻고, "시간 줬잖아." 그가 답하고, "지금 장난해? 우리 부모님께 결혼승낙 받았다며? 당사자 모르는 결혼승락이 어디있어?!!! " (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 하네요. ) 내가 묻고. "너 이럴까봐, 너 생각한다며 차일피일 미룰까봐, 이러다 너 놓칠까봐 그래서, 그랬어." 그가 답했어요. 전 부정 할 수 없었어요. 내 마음에 대한 의심의 시간은 길었지만, 평생 너의 편이 되어주겠노라는 확신을 주었기에 주저없이 결혼을 택했고, 양가에서 1년 후로 결혼식을 잡자, 그는 뭔가에 씌인 사람처럼 불도저인냥, 결혼을 추진시켰고, 서울 시내에서 가장 빨리 결혼할 수 있는 호텔을 수배 2개월만에 정신없는 결혼을 끝내고, 부부가 됐어요. 그렇게,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행복했더래요~' 했으면, 제가 이 곳 대나무숲에 글을 올릴일이 없었겠죠. 생각지도 못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어요. - 아들을 너무 사랑한 아들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는 넘치는 아들을 향한 사랑때문에 저 또한 귀하디 귀하게 자란, 우리 부모님의 소중한 딸임을 망각한 채,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이혼 결심했을 때, 임신이 됐어요. 그 이후, 두 번 이혼을 통보했고, 거절 당했고. 셋째 출산 후 펑펑 울면서, 이혼의 마음을 접었어요. 한 번의 잠자리만 갖고나면, 임신이 돼버리는 이 몸둥이가 야속하고, 원망스러웠고, 내 아름다운 삶을 위해 아이들 마음 속 '아빠'라는 공백은 차마, 남길 수가 없었어요. '그래, 난 엄마니까 그깟 남의 편 엄마쯤 이겨주겠어!' 라는 다짐과 함께. - 복합적인 문제의 시작. 그는 효자였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객관화가 부족했어요. 엄마와 분리가 안된 채, 저와 결혼을 한거죠. (참.. 믿음직한 남자였었는데...)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어머니를 옹호하기에 바빴고, 평생 너의 편이 되어주겠노라던 다짐도 잊고, '남편'이 아닌 '남의 편'이 됐어요. 남편에 대한 실망이 점점 깊어졌고, 마음이 돌아서니 자연스레 몸도 멀어졌어요. - 혼란스러움. 마음이 멀어지니 몸이 멀어지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저도 그도 젊고, 나의 성욕은 이성을 비웃듯 치솟았죠. 결혼 전엔 일 주일에 한 번, 결혼 후에는 최대한 참다가 분기별로. 그러다 3년 7개월 전 부터 섹스리스 부부의 현재 모습. - 거부하는 나. 어쩌면 이런글을 쓸 자격이 제게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잠자리 거부는 내가 하는거니까. 결혼 전에 뭔가 안 맞는다는 생각은 그저, 제가 예민해서가 아니었어요. 학장시절부터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문제의 해결책 A,B,C를 찾곤 해요. 최선이면 최고의 선택, 차선본단 최악을 피하고 싶은 마음. - 3년 7개월간 섹스리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해답을 얻으려면 문제를 찾아야 하니까 원인을 찾기 시작했죠. 내가 그와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뭘까? 심인성? 물리적 크기? 그는 바쁘고, 피곤해서, 운동부족으로 인한 저질체력? 대나무 숲이 이럴땐 좋네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낼 수 있어서. 그는 표준보다 작은 제2의 자아를 가지고 있어요. 비교대상이 전 애인뿐이라 잘 몰랐는데, 여기서 알게 됐어요. 작다는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러나, 지금도 변함 없는 생각은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예요. 저 또한 세 아이의 모유수유로 가슴의 형태가 많이 변형됐고, (제 선택이었고, 수유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어요.) 살찌는게 싫어 운동하던 습관이 이제 욕구해소를 위해 운동하기에 풍만과는 거리가 안드로메다 급이거든요.ㅎㅎ 교감. 그 속에서 느껴지는 신뢰와 안온함. - 원인을 찾다. 결혼전에 하지 않던 행동들. 더 큰 자극을 원하는 행동들. 하드에 저장된 야동들. 가령, 항문 주변에 손가락을 대보거나 한 번 넣어보면 안되냐는 얘길 한다거나, 엉덩이를 살짝 때려본다거나, 머리를 살포시 쥔다거나. 너무 놀랐어요. 그때는 '왜 이러지?' 싶었고, 완강히 거부했어요. 싫으니까 하지말라고. 열심히 해도 집중이 안되는데, 그런 행동들로 전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어요. 남편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으니, 집중할 수 없었겠죠. 그리고, 또 다른 사실. 남편이 결혼 전부터 비아그라를 사용했다는걸 알게 됐어요. - 나의 결론 전 남성상위를 좋아해요. 후배위도. 온 몸으로 사랑하는 상대의 무게를 온기를 표정을 느끼는게 너무 좋거든요. 그런 감정들의 충만함이 채워질 때 '행복'을 느껴요. 교감은 중요하니까. 4년전 쯤 과거,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그는 1분을 못 버텨내, 항상 누워만, 앉아만 있으려 했고, 전 그럴때마다, 사랑을, 마음을 나누는 행위가 아닌, 의무적인, '어쩔 수 없는 동물적인 욕구해소' 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밀려들었고, 그 때, 결정했어요. '아주 짧은 섹스 후 개운함이 아닌 원인모를 찝찝함이 쌓여가는 '허무한' 이 행위를 이제 그만 멈춰야겠다.' '내 자신을 갉아먹는 이 피폐한 감정들에게서 벗어나야겠다.' 라고. 남편에게 얘기했어요. 그간의 우리 사이의 많은 이야기들을. 그리고, 차마, 약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어요 결혼 전 당신이 비아그라를 사용한 덕에 그나마 안 맞는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았어요. 그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주고 싶어서. -섹스리스로 살아간다는 것. 얼마전 부터, 운동을해도, 익숙해져서인지 몸이 찌뿌등한거죠. 운동량을 더 늘렸더니, 남는건 지연성근육통 뿐. 섹스를 못해서 그런거라 그러더라는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 왈 "세상에는 균형이라는게 존재하잖아? 그런데, 넌 그 균형을 파괴하잖아.그러니까. 몸둥이에 음기만 가득하니, 그 지경인건 당연한거 아니야? 수절 그만하고, 섹스를 해. 섹스를. 삶의 질이 달라져."라고. 너무 웃긴데, 슬펐어요. 누구랑해? 자위도 해본적 없는데. 섹스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은 이제 너무 먼 당신이기에, 다음생엔 카사노바로 태어나야겠다 야무진 꿈을 꾸어 봐요 : ) 어제 밤, 모두 잠든 줄 알고 야동을 보던 그를 보았어요. 물을 마시는데, 일본여성의 신음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퍼진거죠. 본인도 볼륨이 그렇게 큰 줄 몰랐을테니, 얼마나 놀랐을까? 싶은게 안쓰럽기도, 웃기기도 했어요 언젠가, 안쓰러운 마음에 그러지말고, 애인을 만들라는 제 말에 버럭~! 화를 내며 "넌 어떻게 그런말이 그렇게 쉬워? 아, 그럼, 너도 만들게? 그러고 싶어? 해 봐.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줄테니까!" 라고 말하죠. 오늘 아침 눈을 떠 각자의 방에서 나와 시침떼고 ,제가 물었죠. "어제 그 소리 뭐야?" ^0^ "무슨 소리?" (__) 그가 묻고,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는 침묵하며, 큼큼 목을 가다듬을 뿐입니다. 한 때, 사랑했던 우리, 이렇게 친구가 되어 갑니다.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걸 까요? -긴 글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 T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