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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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고 리스가 된 이후에 우리 가족끼리만 여행을 간적은 없었다. 항상 다른 친구가족이나 친정식구들이 껴야지만 성사되는 여행.
아이를 위해 그렇게라도 여행을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한동안 여행을 안가다가 여름휴가로 여행을 다녀왔다. 리조트 공기가 참 좋았다. 수영장에서 다른 일행들과 다같이 놀고나서 저녁먹기 전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산책로가 있길래 잠시 걸었다. 오랜만에 엄마아빠 손을 양쪽으로 잡고 걷는 아이는 신이났다. 남편과 아이가 손을 잡고 내 앞을 걸어가고, 석양이 지는 햇빛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역광을 받아 한폭의 그림같이 보인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얼른 카메라로 그 순간을 남긴다. 역시나 작품같은 사진이 찍혔다. 그런데 그 순간 알아챘다.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부녀의 투샷을 보고, 작품같은 사진을 남기는 그 순간에도 나는 정말 단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 가슴 벅찬 행복을 주는 가족간의 사랑, 배우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너무 슬프고 공허해졌다. 남들이 보기엔 가정적인 남편이고, 헌신적인 아빠에, 부족할 것 없이 너무나 화목해보이는 우리 집인데, 껍데기 뿐인 이 마음은 어떻게 추스르며 살아가야하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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