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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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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걸 나중에 이미지 찾으면서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누군가에게 ‘너는 나한테 써머 같다’며 추천 받았다가, 그 누군가가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씨발새끼가 되는 바람에 더러워진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앞으로도 오래 못 볼 것 같다.


프랭크가 메리에게 고함을 지르는 장면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줬던 상처들을 다 톺을 수가 없어서 무력해졌다가, 프랭크가 다시 메리에게 가서 너한테 화냈던 건 나한테 화가 나서였다고 얘기했을 때에는 스즈메와 이모가 자전거를 타면서 나눈 대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피아노를 사달라는 애교에 단호히 “노웁!” 하는 건 웃겼다.
누구라도 마음 아플 장면이겠지만 프랭크가 매몰차게 메리를 떠나갈 때에, 나는 프랭크보다 메리에 좀 더 이입했던 건지 프랭크가 그렇게나 밉던데. 프랭크가 나비에 방정식의 완벽한 증명이 적힌 공책을 들고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메리의 불안이 잠재워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더라고. 아니면 그간의 라뽀는 불안을 쉬이 녹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메리가 아니니까.

가족이라는 게, 같은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그 형태는 너무나도 제각각이라서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애틋하더라도 또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하기도, 또 어떤 이에게는 별 감흥 없기도 할 텐데 가족이라는 이름을 빼고서 내가 다 할 수 있는 사랑이 뭘까 좀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사랑 아래에 거둬지는 책임감에 대해 아직도 내 입장을 유보하고는 있지만 부정적인 입장만 고수할 건 아니구나- 정도의 전환이랄까. 책임은 어렵다. 그래서 싫었고.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종종의 안부를 묻는 것도 보살핌이고 책임이라고 정의해도 괜찮다면, 굳이 애타게 찾을 필요도 없겠다.

날 추워지면 따뜻한 게 생각나는 건 누구나 매한가지 아닐까. 국물 요리나 후리스가 될 수도 있고. 내 경우에 영화가 땡긴 건 아니었는데 모처럼 마음에 훈풍 좀 쐤다.
여름 가는 게 올해는 덜 아쉬웠는데, 가을이 짧아 아쉽다고 하면 겨울은 나 같은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낄까 ㅋㅋ 그래 오려거든 얼마든지 와라!





2024. 10. 7. 일기 추가
생각은 대부분 왜 생각에서만 그칠까. 생각이 그치기 전에 실행해야지, 그치? 아빠는 나랑 달랐나 보다. 택배포장도 아직 안 벗긴 책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하려고 건 전화통화가 1시간 가까이 될 줄은 아빠도 몰랐을 걸.

응 나 밥 먹고 누워 있느니 어쩌구~ 먹자마자 바로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 생기니 저쩌구~ 난 아빠보다 아직 어리니까 깨랑깨랑~
“아빠, 나 어제 영화 봤는데 아빠 생각났다.” 하자마자 너털웃음 소리가 장난 아니던데.
“뭔데? 아빠도 영화 봤어. ㅇㅇ이 생각났어. ㅁㅁ이랑.”
“어메이징 메리.” 더 큰 웃음소리, “뭐야 왜 웃어, 뭔지 알아?”
“아빠도 같은 거 봤어. 아빠는 유툽으로 요약된 거 봤어, 30분짜리.”
아빠의 귀여운 핑계에 의하면 전화든 대화든 자주 해버릇해야 할 수 있는 말들이 더 많아진댔다. 나랑 아빠는 서로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해서 알고리즘이 같은 곳으로 데려다 준 거라나. 사실은 아빠랑 나는 너무 다른데. 아빠, 좋아하는 게 달라도 자주 연락 안 해도 대화가 안 끊기기도 한다, 우리처럼. 하고 말하진 않았지만!
“책 읽어 봐. 국내 AI 전문가 중 제일 저명한 사람이 쓴 책이야.”
“그럼 하루에 ‘읽을 수 있는 만큼’만 매일 읽을게.”

따숩고 웃기다. 좋다 ㅋㅋ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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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10-06 23:01:50
오! 재밌게 본 영화인데 그 감독이 만든 영화라니 꼭 한번 볼게요!
익명 / 그러셨구나 ㅋㅋ 여운이 되게 잔잔해요
익명 2024-10-06 22:52:25
썸머 같다고 했다면 영화를 겉만 본 것 같은데????
익명 / 어 누군지 아시고 하는 말씀이에요?
익명 / ㅈㄴ) 글 쓴이를 썸머같다고 했던 남자분이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를 겉만 본게 아닐까.. 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그 영화를 겉으로 드러난 내용만으로 해석한 거라고
익명 / 네 맞아요 겉만 본거 아닐까 하는 말이에요
익명 / 네 ㅋㅋ 저도 지나가던 분이 말씀하신 대로 이해했어요 작 중에 써머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댓글 쓰신 분도 저와 그 누군가를 모르실 텐데, 겉만 본 것 같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멀까 궁금해서요
익명 / ㅈㄴ)영화를 보면 시각이 남자 입장에서 썸머를 바라보거든요. 그러니 영화에서 썸머는 그냥 타자로만 존재해요. 결국 남주인공(=관객)은 썸머에 대해 피상적인 사항 외엔 하나도 알 수 없어요. 그러니 글쓴님에게 썸머같다고 한걸 저 첫 댓글분이 저렇게 표현하신것 같아요
익명 / 글쎄요 전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타자라면 이해해야 할 대상일텐데 톰은 전혀 그러지 않았거든요. 내가 좋아할 법한 상상 속의 썸머에서 내가 단정하는 썸머, 나의 썸머로 이동하는 과정 속에서 톰의 취향 기호 생각만 있어요. 그건 나의 대체물을 보는 것과 다름 없고 썸머가 완전한 타자였으면 톰은 질문했을 거라 생각해요. 자리 자리가 없는데 누가 옆에 앉을 수 있겠어요. 썸머 같다고 한 건 자기의 환상만을 본 것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말해봤어요. 모두가 나 같으면 이해의 개념도 필요 없지 않을까요.
익명 / 대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두 분만 해도 견해가 갈리는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글을 통해서 얼추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그 누군가가 나한테 얘기한 의도를 어떻게 알고 얘기하는 거지 싶어 여쭸어요 ㅋㅋ 근데 (아직 영화 안 봤지만)남겨 주신 의견들을 종합해 이해해 보자면, 저를 더러 써머 같다고 한 건 뒤집어 생각했을 때 스스로를 톰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ㅋㅋ 겉 말고 속을 본 사람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새삼 궁금해요 강요는 아니고
익명 / ㅈㄴ)견해가 갈리는게 아니고, 엇비슷한거 같은데요? 님이나 그 남자를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영화에서 썸머가 완전한 환상 즉 허상인데. 글쓴님을 영화 속 썸머같다고 했다면 그 사람이 영화를 겉만 봤다는 말이 되는 거죠. 님이 허상이 아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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