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1
|
||||||||
|
||||||||
# 가드넬라와 파붐으로 질염치료를 했다. 남친도 나왔는데 남친이 나보고 숙주라며 나때문에 자기도 독한 약 먹어야하니 억울하다고 한다. 노 오럴, 노 성기접촉, 예스 콘돔으로 거의 늘 관계를 하건만. 몇 개월 전 노콘일 때 전달되었나. 알 수가 없네. 놀랍다. 없던 성욕이 더 바닥을 치고 있다. 마음같아선 앞으로 남은 생, 섹스 안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수녀님, 비구니 등 평생 수절하는 분들도 있는데 난 지난 10년 부족하다만 종종 하고 살았으니까. 숙주라고 불리기도 싫고 죄책감 느끼기도 싫다. 섹스를 아예 안 하면 남친에게 떳떳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렇게 채식녀가 되어가는건가. 채식주의자 주인공이 가부장 폭력의 상징이라고 여긴 육식을 거부하고 나무처럼 물과 햇빛만 받고살다 굶어죽어가는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섹스를 거부하는 다른 유형의 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 듯. 성욕없는 나무같으며 균을 안고 사는 숙주. 나의 케이스에서는 섹스를 안 하는게 오히려 서로의 건강에 좋은 게 아닐까? 난 섹스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변해가나. 다시 리스의 초입으로 접어드는 것 같다. 혹시 이번엔 그렇게 되도 힘들다고 내색은 안 하련다. 나의 선택으로 그리 되는 것일테니 덜 힘들겠지. 그래도 이생망은 아니야. 기억에 남는 좋은 섹스를 몇 번은 해봤으니. 그 기억들만으로도 난 복이 많은 사람이야.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