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lty-Pleasu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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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같이 내려?’, ‘화장실로 갔다가 흡연부스로 와’, ‘친구는 어디까지 같이 가’
연달아 울리는 휴대폰 진동에 일일이 다 반응할 수 없음에 조금 초조해졌다. 어쨌든 나는 지금 친구랑 함께였고, 친구에게 집중하지 못 해 미안하다는 양해를 구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카톡 존나 울리네.” 하는 친구의 알아차림에 그냥 ‘헤헤’하고 웃을 수밖에는. 친구가 미운 건 전혀 아니었ㅡ고 오히려 알아차림에 미안했ㅡ지만 상황은 애를 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우리집에서 자고 가기로 미리 약속했거든. “나 지하철에서 알게 된 얼굴 모르는 남자한테 지금 당장 따먹혀야 하니까 오늘은 우리집에서 재우기 곤란하게 됐어.” 와 같은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출구를 빠져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기는 했지만 내가 찾던 그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 그 사람은 내 위치와 얼굴을 알았지만 본인에 대한 정보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으니까. 뒤돌아봤던 행동과는 일치하지 않는 부연이지만 나도 그 사람의 얼굴을 알고 싶지 않았다. 이전 편에서 전술했던 이유도 있거니와 언젠가 나누었던 첫 자위에 대한 회고에 대해 나는 무어라고 이야기했고 내 이야기를 들은 그 사람은 흡족스럽다는 얼굴을 하고는 “아- 씨발년 진짜…….” 웃었다. 여하지간 알고 싶지 않음과 호기심의 양가감정에서 오르페우스가 떠올랐던 건 당시에 즐겨 듣던 자우림의 곡이 이유였을까. EURYDICE. 기타 솔로가 유달리 좋던데. 오늘따라 건성인 대화에 대해 친구는 이유를 묻지도, 낌새를 차린 듯한 눈치 조차도 않았지만 나는 괜히 발이 저렸다. 친구가 짐을 푸는 동안에, 샤워를 하는 동안에,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 그 잠깐잠깐 사이에 나누는 밀담이 별다른 주제는 아니었지만 제법 재밌었다. 상황에서 오는 짜릿함 같은 거. ‘잠깐 담배 피우러 나왔어’ ‘친구한테 담배 피우러 나온다고 해놓고 보지는 존나 젖어 있잖아 그치?’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ㅋㅋㅋㅋㅋ 아침마다 발정나서 사람 존나 많은 지하철에서도 주체 못하고 엉덩이 들이대는데 ㅋㅋㅋㅋㅋㅋ’ 응, 개뿔. 존나 아니었다. 막연하게 상상하기를, ‘담배 피우러 나온다고 해놓고 너한테 박히는 상상했어 흡연구역 벤치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따먹히고 싶어?’ ‘존나’ ‘기다리고 있었어야 했나’ ‘그건 아니고’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텍스트를 읽는 순간에 일시간 보지가 저릿했던 것까지 부정하기는 어렵겠다. 평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졌다. 곤히 잠든 친구를 두고 출근을 준비하는 게 괜히 입사 첫 날 또는 면접처럼 떨렸다. 어쩌면 곤히 잠든 친구를 옆에 두고 몰래 하는 숨막히는 섹스를 상상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잠결에 비몽사몽, 친구 몰래 옷 위로 유두를 간질였던가. 음, 그럴싸한 추론. 이 정도면 애간장이 팔팔 끓다 못해 이제는 바짝 졸여졌을지도. 역으로 향해 걷는 그 잠시가 꽤 길게 느껴졌다. 플랫폼에 들어서서는 다리가 풀려 주저 앉아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열차는 곧장 들어 왔고, 아무런 부축 없이 나는 평소와 다름 없는 만원 지하철에 탑승했다. 보통 이 때쯤이면 닿아야 하는 자지가 없었다. 엉덩이가 휑했다. 그렇다고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아쉬운 때에 마침, ‘어디니’ ‘지도: *** *** *** **-**’ ‘지하철이네’ ‘웅’ ‘보지는 어때? 어제 친구 있어서 자위도 못 했겠네’ ‘존나 뜨거워 짜증나 하고 싶어’ ‘자위하고 싶어?’ ‘따먹히고 싶어 너는 어디야 먼저 타고 갔어?’ ‘아니, 사실 아까부터 바로 너 뒤에 있었어’라는 답을 그 사람은 메시지 대신에 자지로 전해 왔다. 반가웠다. 보통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더러 심쿵한다고들 하던데, 보쿵했다. ‘존나 응큼해’ ‘싫으면 안 할게’라는 텍스트도 그 사람은 몸짓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밀착해 있던 자지를 뒤로 빼면 그만이거든. 그러면 나는 ‘안 싫어, 해 줘. 계속 해 줘.’라는 메시지 대신에 엉덩이를 뒤로 살그마니 기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큼하다며’ ‘개못됐어’ ‘그래서 좋잖아?’하고 묻는 대신 뜨거운 자지가 울럭울럭거리면 나는 까치발을 세워 들고 최대한 엉덩이와 엉덩이 사이의 골에 자지가 끼워 맞춰지도록 씰룩거렸다. 옴짝달싹 못 했던 건 나였을까 그 사람이었을까. 목덜미와 귓볼에 그 사람의 휴대폰이,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눈 앞이 아득했다. 애가 탈수록 출근하기가 싫었고 하차역이 가까워질수록 시간을 돌려 다시 출근하고 싶어졌다. ‘요즘도 잘 못 자나’ ‘웅 컨디션 따라 달라 약 안 먹어도 잘 자는 날 있고 먹었는데도 잠 안 오는 날도 있고 재워 줘’ ‘재워 줘? 딴 거 해달라는 거 같은데’ ‘아니야 ㅋㅋㅋㅋㅋ 진짜 재워 줘 이불 덮어주고 토닥토닥 해 줘’ ‘자장가도 불러 줄까 ㅋㅋㅋㅋㅋ 근데 어떻게 너네 집에서?’ 그러게, 그 사람이 복면을 쓰는 게 아니라면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당연히 얼굴을 알게 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복면을 쓴 사람을 보면 꼴린다기보다 두려워 하거나 아니면 웃을 것 같은데. ‘도어락 열어둘게 ㅋㅋ’ ‘그럼 들어가서 너 잠들어 있을 때 따먹으면 되는 건가’ ‘아니 왜 따먹어 재워 줘 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그래 근데 따먹고 싶어지면?’ ‘벌칙 정할래?’ 정리한 즉슨 그랬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알려주되 개인현관은 도어락만 열어두고 있기로. 나는 평소처럼 수면제를 먹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벽을 보고 옆으로 돌아 누워 있는 걸로. 내 요청에 따라 손은 쓸 수 없도록 하려다가, ‘그래도 쓰담쓰담은 해야지 잠 잘 오라고 자장자장 토닥토닥’ 그냥 홀라당 넘어가기로 했다. 어찌 됐든 먼저 옷을 벗거나, 벗기는 사람이 지는 거였고 더 나아가서 자지가 됐든 손가락이 됐든 입이나 보지에 넣는 사람은 벌칙을 수행하는 걸로. ‘어쨌든 안 벗고 안 넣으면 되네?’ 그 사람의 말에 조금은 불안했고 그 불안은 곧 만원 지하철에서처럼 흥분감을 고조시켰다. 나는 그 팽팽함도 원했고 느슨한 공기에서의 숙면도 아주 조금은 간절했다. 품 속에서 다독여지다가 잠드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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