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R_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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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 유튜버 채널에서 영상을 보다가 괜히 혼자 울컥했어요.

여차저차 사정상, 현지에서 오늘 묵을 숙소를 찾는 게 마땅치 않은 상황. 자전거를 렌탈해서 2시간을 타고 달려야 숙소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나오는데, 그렇게 1시간쯤 달리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질 위기가 닥칩니다. 이게 꺼지면 지도를 못 보니 갈길이 막막해지는데, 위치는 가정집 한두 곳 정도 보이는 아주 한적한 동네.

고민해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눈앞의 한 가정집으로 향하고,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는 휴대폰을 충전하고 갈 수 있을지 묻습니다. 다행히 주인부부는 흔쾌히 이 곤란에 처한 여행자를 맞아주면서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넵니다. 그리고 그가 물을 마시는 동안 옆에서 작은 소리로 이어지는 두 주인부부의 대화.

갑자기 찾아온 여행자의 여의치 않은 상황을 알게 되니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에요. 잠깐의 대화 끝에 놀랍게도, 집의 한 공간을 내어주며 여기서 자고 가도 된다고 권합니다. 다만 공사중인 지하의 정리 안 된 공간밖에 없다며 오히려 미안한 마음까지 내비칩니다. 그렇게 이방인을 선뜻 자신들의 집 안으로 맞아 음식과 잘 곳을 마련해줘요.

여행자는 연신 감사를 표하며 감격합니다. 그리고 대접 받은 음식을 먹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곳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 어딘가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요.”
그러자 이어지는 대답.
“우리집 앞의 산이 제일 좋아.”
“그 산 이름이 뭐예요?“
“거긴 이름 없어. 너 괜찮으면 내일 같이 가보자.”

아침이 밝아 잠이 깨고, 정성껏 차려진 아침을 먹고는 주인 아저씨와 같이 길을 나섭니다. 어제 얘기 나눴던 그 산으로.
이런저런 가벼운 대회를 주고받으며 걷다 여행자가 묻습니다.

“요즘에는 제일 행복한 게 뭐예요?”
그러자 한 치의 고민 없이 곧장 돌아온 주인 아저씨의 대답.
“매일 매일. Life is Amazing.
… 밀리는 돈 없고, 음식도 충분히 사 먹을 수 있고.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어?
직장에 갈 차도 있고. 다른 사람들한테 자랑할 만한 엄청난 차는 없지만. (웃음) 사람들은 돈을 벌면 그런 차를 사잖아. Why?”

행복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을 듣다 머리를 쾅!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 사는 게 그렇지, 그런 거지. 주위를 둘러 보면 그저 감사하며 만족할 만한 것들 투성이인데, 왜 그리도 불평불만만 가득해서 불행을 스스로 만들어 내며 살아갈까.

다시, 아침에 눈을 떠서 문득문득, 하루를 무사히 살아 내고 잠들기 위해 누워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Life is Amazing.”

*사진은 봄즈음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은행나무 이파리. 항상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잎만 눈에 띄어 그게 은행나무의 전부인 양 생각했는데, 어느 봄날 길을 가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게 된 작고 귀여운 저 자태가 꽤나 충격적이었달까요. 글을 쓰고서 사진첩을 뒤지다 찾은 “Life is Amazing”.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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